[이리저리뷰] 사람 찾는 폭주기관차

2023.04.09 11:14:54

현지시각으로 6일 우크라이나 경찰이 러시아 침공 이후 실종아동을 찾고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파인드마이패런트와 기술제휴로 만든 모바일 앱 '리유나이트 우크라이나'(Reunite Ukraine)는 누구든 무료 다운로드할 수 있고 사용 방법도 간단하다고 합니다. 아무쪼록 동족상잔의 비극은 지금의 선에서 영원히 끝나길 바랄 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도 크라운제과와 덕신하우징이 실종아동 찾기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기업이미지를 더욱 밝게 만들고 있죠. 이곳들 외에도 매해 5월25일 실종아동의 날을 전후해 경찰청, 우정사업본부 등과 함께 여러 업체들이 특별기획을 전개한 바 있습니다.

 

한진택배는 장기실종아동들의 정보를 인쇄한 호프테이프를 택배 포장에 사용하고 에버랜드에서는 실종 당시 아이 모습 그대로 놀이기구 탑승 키재기판을 제작해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이탈리아 수도 로마가 연고지인 세리에A 축구클럽 AS 로마는 2019년 유벤투스에서 수비수 레오나르도 스피나촐라를 영입하며 선수와 실종아동 정보를 묶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했습니다. 선수의 사진이 바뀔 때마다 아이들의 같이 바뀌어 팬들의 눈길이 머물게 한 결과 6명의 아이들이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들의 착한 영향력에 자극을 받은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유벤투스, AC 밀란, 아스날, 토트넘, 셀틱 등 50개 이상의 유럽 축구클럽들이 지난 2020년 세계 실종아동의 날에 맞춰 'Football Cares' 캠페인에 동참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여기 빠질세라 강원도민구단 강원FC가 2021년 불가리아와 우리나라 국가대표 출신 수비수 몸칠 츠베타노프와 공격수 이정협 선수 영입 때 공식 사진 우측에 실종자 사진을 넣었죠.

 

 

이보다 전에 이처럼 인지도 풀(pool)에서 바른 물결을 퍼뜨리는 사회적 운동을 제가 처음 접한 건 1992년이었습니다. 1983년 미국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에서 결성된 얼터너티브 록 그룹 소울 어사일럼(Soul Asylum)이 1992년 여섯 번째 앨범 'Grave Dancers Union'을 발매했는데 여기 수록된 'Runaway Train'이라는 곡의 뮤직비디오를 본 당시에 약간 충격을 받았죠. 

 

보컬과 기타를 맡은 이 밴드의 리더 데이빗 퍼너의 자전적인 방황기를 담은 노래 가사와는 어쩌면 조금 상관이 있는(혹자들은 무관하다고 하지만) 뮤직비디오는 총 3개의 각색을 통해 실제 가출청소년과 실종아동 36명의 얼굴과 이름, 실종 당해 연도 등의 간략한 정보를 곳곳에 넣었습니다. 놀랍게도 미국에서 이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후 가정으로 돌아가게 된 아이들이 36명 중 26명이나 됐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만 100만 명 이상의 젊은이들이 거리에서 사라진다는 소개부터 전개되는 이 뮤직비디오(클릭하면 유튜브 뮤직비디오 링크로 연결)는 노래와 연주 장면에 이어 잔혹한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며 곳곳에 실종 아동들을 나열하다가 아이가 유괴되는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미국의 음악 전문 방송 MTV와 케이블 방송 VH1의 각색버전이 있는데 VH1 버전에는 실종 아동 발견 시 연락할 전화번호까지 나왔고요. 이후 곡 자체의 완성도와 뮤직비디오가 세간에 화제가 돼 여러 나라별 버전이 제작되며 절반은 의도했던 공익적 효과를 내게 됐습니다.

 

첨언하자면 1984년 데뷔 앨범을 내고 긴 무명생활을 하던 소울 어사일럼은 Grave Dancers Union이 전 세계 4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려 인기 밴드 대열에 합류하게 된 것은 물론 Runaway Train으로 1994년 36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록 송의 영예를 안게 되죠. 

 

/이슈에디코 강민희 기자/



강민희 기자 mini@issueedico.co.kr
Copyright © Issueedico All rights reserved.

2024.03.29 (금)

  • 동두천 1.0℃흐림
  • 강릉 1.3℃흐림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고창 6.7℃흐림
  • 제주 10.7℃흐림
  • 강화 2.2℃흐림
  • 보은 3.2℃흐림
  • 금산 4.4℃흐림
  • 강진군 8.7℃흐림
  • 경주시 6.7℃흐림
  • 거제 8.0℃흐림
기상청 제공

상호(제호) : 이슈에디코 l 주소 : 서울특별시 동작구 동작대로1길 18 l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05210 대표전화 : 070-8098-7526 l 대표메일 : eigig@issueedico.co.kr l 발행·등록일자 : 2018년 5월 22일 l 발행·편집인 : 정금철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은 발행·편집인이며 대표전화 및 대표메일로 문의 가능합니다. Copyright © Issueedico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