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사이] 백마는 날고 싶다

2023.10.15 15:21:21

 

얼마 전 추석 때 본가로 이동하며 지하철 안에서 찍은 하늘입니다. 마치 흰 말처럼 보이지 않나요?

 

강원도 철원평야 일대를 선점한 유엔군과 철원 북방 백마고지(395고지), 화살머리고지(281고지)에 자리 잡은 중공군. 특히 백마고지는 철원평야를 손바닥처럼 살필 수 있어 적의 활동을 파악하기에 적합한 감제(瞰制, 내려다보며 제어)고지였던 지라 전략상 가치가 높은 지역이었습니다.

 

다만 백마고지는 남쪽 평야와 달리 북쪽 산악지형에서 보면 뒷동산 수준이라서 적의 감제를 걱정해야 하는 위치였죠. 이런 지리적 여건을 두고 중공군의 공세가 거세진 와중에 백마고지 일대에 주둔한 대한민국 국군 제9보병사단이 더욱 강하게 맞서며 6.25 전쟁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 중 하나였던 백마고지 전투의 기록이 작성됩니다.

 

1952년 10월6일부터 15일, 바로 70여 년 전 오늘까지 열흘간의 전투에서 9사단은 미군의 지원을 받으며 중공군 38군 소속 3개 사단을 격퇴했고요. 고지 주인이 열두 번 바뀔 정도로 치열했던 백마고지 전투에서 우리 군은 3396명, 중공군은 1만4000여 명의 사상자를 냈습니다. 

 

1m나 낮아질 정도의 포격을 당하며 풀뿌리 하나 찾기 힘들 만큼 벌거숭이로 변한 고지는 흡사 백마가 누워있는 듯한 모습과 비슷해 백마고지 전투라 명명했고요. 

 

이 백마고지의 이름을 딴 다른 존재도 있습니다. 너무나 당연해 언급하기도 꺼려지지만 대한민국 육군 1군단 예하 제9보병사단의 별칭은 이 전투 이후 백마부대가 됐습니다. 6.25 전쟁 발발 뒤인 1950년 10월25일, 28~30연대로 창설됐는데 초창기엔 활약이 미미했으나 백마고지 전투에서 공을 쌓으며 새 이름을 얻은 거죠. 

 

육군 수도사단인 맹호부대, 해병 2여단 청룡부대와 같이 베트남전에 파병돼 이름을 알렸으나 12.12 군사반란 당시 부대 소장 노태우의 명령으로 12.12 군사반란에 가담했던 아픈 전력이 있습니다. 또 분단 이전 철원역을 대신하며 분단 이래로는 철원군 최초 철도역으로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철도중단점 표지판이 인상적인 경원선 철도역의 이름은 백마고지역입니다. 

 

2012년 11월20일 개통한 이 역은 백마고지 전투를 기념하자는 지역 주민들의 뜻대로 역명을 정했고요. 동해북부선 제진역이 대한민국 최북단 역이지만 이 역은 선로가 북한으로만 이어져 여객 운행 중인 역으로만 꼽자면 백마고지역이 최북단입니다. 

 

이런 의의가 있는 만큼 관광객용 시설이 있을 것 같지만 내부 상점 한 곳을 제외하면 이용시설은 전무한데요. 민통선이 근처라 개발할 수도 없을뿐더러 철원군 유일 철도역이라는 상징성을 내세우고자 개통했기 때문입니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



전태민 기자 tm0915@issueedico.co.kr
Copyright © Issueedico All rights reserved.

2024.04.27 (토)

  • 동두천 1.0℃흐림
  • 강릉 1.3℃흐림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고창 6.7℃흐림
  • 제주 10.7℃흐림
  • 강화 2.2℃흐림
  • 보은 3.2℃흐림
  • 금산 4.4℃흐림
  • 강진군 8.7℃흐림
  • 경주시 6.7℃흐림
  • 거제 8.0℃흐림
기상청 제공

상호(제호) : 이슈에디코 l 주소 : 서울특별시 동작구 동작대로1길 18 l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05210 대표전화 : 070-8098-7526 l 대표메일 : eigig@issueedico.co.kr l 발행·등록일자 : 2018년 5월 22일 l 발행·편집인 : 정금철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은 발행·편집인이며 대표전화 및 대표메일로 문의 가능합니다. Copyright © Issueedico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