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곡노래자랑으로 알리는 율무의 오해

2023.11.12 12:27:04

전국 곳곳에서 막바지 가을축제로 짧은 황금녘의 아쉬움을 달래며 겨울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잠깐의 환기를 위해 창을 여니 어느덧 스산한 초겨울바람이 온 집안에 냉기를 밀어 넣는군요. 식후라 여유도 느낄 겸 틀어놓은 텔레비전 채널에서는 1980년부터 43년간 방방곡곡 시청자들과 함께 한 전국노래자랑을 방송 중입니다.   

 

오늘 전파를 타는 전라북도 익산시 편 본선 녹화는 지난 9월 '2023 익산 서동축제'를 기념해 원광대학교 문화체육관에서 마련됐다던데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이번 주 공개녹화 역시 축제의 일환으로 어제 경기도 연천군에서 진행됐네요. 추운 날, 따끈한 율무차 한잔 마시면서 시청하면 딱 좋을 텐데요.

 

 

전곡리 선사유적지로 유명한 연천은 국내 최대 율무 산지입니다. 국립농업과학원 자료를 보면 경기 최북단 접경지로 청정한 생명력이 두드러지는 이 지역 율무 생산량은 지난해 1240톤 정도인데요. 과거에는 70% 이상이었지만 현재는 타 지역에서도 재배가 이뤄져 연천 지역은 국내 생산량의 50~6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그제부터 오늘까지 사흘간 전곡리유적에서 율무밭 포토존, 율무두부축제, 율무가공품 등 연천율무를 주제 삼아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가 가득한 연천율무축제가 열리는데 이곳에서 전국노래자랑 녹화가 이뤄졌네요.  

 

연천군의 축제 홍보자료에서 자랑하는 연천 율무는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큰 일교차로 인해 농산물의 여뭄도가 우수한 것이 장점이라고 합니다. 살핀 김에 좀 더 정부와 학계의 자료를 뒤져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도 있고요.

 

국립농업과학원에서 운영 중인 농식품 정보제공사이트 '농식품 올바로'를 참고하면 벼과의 율무속 한해살이풀인 율무는 동남아시아 또는 중국이 원산지로 알려졌지만 남아메리카 설도 있답니다.

 

우리나라에는 1078년(문종 32년) 송나라에서 들어왔다는 기록이 있는데 특히 조선 중기에 많이 키운 것으로 추정되고요. 임진왜란 때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가신이던 가토 기요마사가 일본에 가져갔다는 내용을 보니 기분이 좋지 않네요. 

 

한국웰니스학회지에서 지난 2012년에 소개한 율무는 탄수화물(70.5%), 단백질(15.4%), 지질(3.2%) 등과 무기질, 비타민을 함유했으며 다른 곡류보다 지방함량이 비교적 높은 편이랍니다.

 

또 비타민 B1, B2, 아연, 인, 철분 등은 신진대사를 도우면서 지방 축적을 예방해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 하고요. 루테인, 류신, 알라닌, 글루탐산, 프롤린 등의 아미노산도 풍부하고 해열·진통효과, 이뇨작용, 인슐린 분비 촉진, 부종 감소, 노폐물 배출에도 도움을 준다니 당장 율무차를 사고픈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저뿐 아니라 독자 분들도 율무차는 남성의 정력을 약하게 하고 임산부의 경우 유산을 유발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과연 사실일까요? 예전 신촌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의사에게 들었던 답변과 각종 학술지에 실린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율무 섭취 시 유산설은 서양의학에서 과학적 근거를 찾지는 못했지만 자궁을 수축시키는 성분이 있는 만큼 아무리 율무의 효능에 대한 확대해석이라 해도 혹시 모를 위험을 감안해 권장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과다 섭취 시 구토, 복통, 설사에 시달릴 우려도 있고요.

 

한의학에서는 율무를 말려 만든 약재 '의이인(薏苡仁)'이 분만을 유도하기 때문에 임산부에게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한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한의학에 보고된 약리작용은 항암, 골격근수축억제, 장관자궁억제, 진정, 진통, 해열작용 등이고요. 다만 꽤 많은 양을 먹어야 수종, 각기, 설사, 식욕부진 등에 쓰이는 의이인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네요.

 

이 외에 저자와 저술연대가 명확하지 않은 조선시대 본초(약재) 관련 전문의학서인 본초정화와 동의보감에는 임신 초기에 율무를 먹지 말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율무 섭취 시 유산설이 나온 배경으로 맥각중독을 거론하기도 합니다. 알칼로이드 중 리세르그산 아미드(lysergic acid amide) 역시 자궁수축을 일으켜 분만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는데 맥각균(Claviceps purpurea)에 감염된 율무를 장기 섭취하면 중독현상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죠.

 

내용을 종합하면 임신 초기에는 섭취하지 않는 편이 낫고 초기를 지나더라도 정 마시고파 참을 수 없을 지경일 때 많지 않은 양만 음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볼 수 있겠습니다. 어지간히 신경 쓰이면 임신 기간만 참으시고요. 

 

남성 정력 감퇴설은 학술지와 전문가들 모두 코웃음을 칩니다. 정력 증진에 도움을 주면 줬지 감퇴와는 거리가 멀다고 하네요. 본초강목과 동의보감에 적힌 율무의 효능은 위와 폐, 비장, 식욕 증진 등입니다. 

 

/이슈에디코 강민희 기자/



강민희 기자 mini@issueedi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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