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사이] 무궁하지 않은 삶, 죽는 날 가져갈 것은…

2024.02.04 15:38:53

 


'교육가이자 독립운동가인 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 김수환 추기경, 이태석 신부, 국회의원 노회찬, 의사 이국종… 이 인물들의 공통점을 아시나요?' 


서랍장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무궁화 배지입니다. 전혀 기억나지 않는 걸 보니 가족구성원 중 누군가의 물건인 듯합니다.  

 

상당수 국민이 무궁화를 우리나라 국화라고 생각하지만 원산지는 인도, 중국 서남부 지역이며 법전에 명시된 대한민국 국화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법적 명문화 없이 관습화한 국화로 제 역할을 하는 무궁화는 고대부터 신성시해 제단 주변에도 많이 식재했다고 하네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무궁화는 아욱과의 내한성(耐寒性) 낙엽관목으로 꽃이 7월부터 10월까지 100여 일간 계속 피어 무궁화라는 이름을 갖게 됐답니다.

 

또 행정안전부 자료를 보면 이런 만큼 예로부터 '영원히 피고 또 피어서 지지 않는 꽃'이자 하늘나라의 꽃으로 귀하게 여겼고 신라는 스스로를 ‘무궁화 나라’(근화향, 槿花鄕)라 부르기도 했고요.


서두에 언급했던 인물 사이에 들어가야 할 또 다른 인물은 2019년 오늘 세상을 떠난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입니다. 그리고 이 인물들은 국민훈장 무궁화장 수훈자들이고요. 


무궁화장의 수여대상은 정치, 경제와 사회, 교육, 학술분야 유공자입니다. 과거 수훈자는 교육계 종사자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지금은 국민적 추앙을 받는 일반 국민이 받을 수 있는 최고 수훈상인 동시에 사실상 유일한 훈장이고요.

 

그런데 지금까지의 수훈자 명단을 자세히 보면 아시겠지만 여기에는 친일 논란은 물론 관련 분야 단체장이나 정부 관료 등 수훈이 따라야 할 이유가 명백하지 않은 인물도 포함돼 상의 의미가 퇴색했다는 질타가 이어집니다. 

 

이에 대한 대응인지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국민포상추천제를 매년 실시 중인데 이를 통해 무궁화장을 받은 이는 2011년 故 이태석 신부와 2019년 이국종 교수(지금 신임 국군대전병원장)뿐이고요. 故 윤한덕 센터장은 안타깝게도 지난 2019년 오늘, 향년 50세에 갑작스레 생을 마감한 후 그해 4월7일 무궁화장 추서에 이어 넉 달 후 13일에는 국가유공자로도 지정했습니다.

 

부친의 뜻에 맞춰 원치 않던 의대에 진학했으나 남다른 정의로움과 책임감을 지녀 1987년 6.10 민주 항쟁 등 여러 민주화운동 현장에 있었고 이란 지진과 스리랑카 쓰나미 구호 응급지원단으로도 활동했습니다.

 

아울러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주요 응급의료 정책 기획 및 수립에 참여했고 2012년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으로 취임해 당시 이국종 아주대학교의료원 외상연구소장과 함께 닥터헬기를 도입하는 등 응급의료 이송망 체계 구축에 열중했고요.

 

자신을 만나러 온 이국종 소장에게 갑자기 오는 동안 수술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하냐고 쓴소리를 했다는 일화가 유명합니다. 이국종 병원장은 지난 2018년 자신의 수필집과 각 곳의 기고를 통해 윤 센터장을 진정한 영웅으로 치켜세웠죠. 이국종 병원장의 일생의 좌우명인 '죽는 날 가져갈 것은 일생동안 치료한 환자의 명부'라고 말한 이도 바로 윤한덕 센터장이고요.

 

여기 그치는 게 아니라 전국 76개 중증응급질환 특성화센터와 전국 17개 권역외상센터 개소 사업도 전개하는 등 윤한덕 센터장이 우리나라 응급실의 개념을 다시 정립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랬던 그가 정작 자신의 건강은 돌보지 못하고 아무도 모르는 응급상황을 맞아 2019년 2월4일 설 연휴 중 과로에 따른 급성 심정지로 영원히 눈을 감았습니다. 이런 그를 기린 국가 차원의 최고 수훈이 바로 국민훈장 무궁화장이었던 거고요. 

 

/이슈에디코 강민호 기자/



강민호 기자 mho@issueedi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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