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저리뷰] 어느 마을, 가슴 시리게 잔인한 4월

2024.04.06 14:59:28

4월은 풋풋한 푸름을 떠올리게 합니다. 아마도 청명과 식목일, 한식이 함께 하는 달이기 때문이겠죠. 

 

음력 3월에 드는 청명(淸明)은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뜻을 지닌 24절기 중 다섯 번째 절기입니다. 지난 2006년 공휴일에서 제외된 후 지금은 법정기념일로만 챙기는 식목일처럼 한식(寒食)도 이전에는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의 하나로 여겼죠. 

 

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인 한식은 일정 기간 불의 사용을 금하며 찬 음식을 먹는 고대 중국의 풍습에서 시작됐는데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옛 소련 지역 곳곳에 거주하는 우리 핏줄인 고려인들은 한식을 '부모의 날'이라 칭하며 성묘와 벌초 등 조상을 그리면서 예를 갖추는데요. 이들은 '신한촌 참변'이라고도 부르는 '4월 참변'을 겪은 후 한식을 통해 서로를 더욱 견고하게 엮게 됐죠. 

 

1920년 식목일 무렵,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 진주한 일본군들이 한인 마을이자 항일운동의 성지 신한촌(新韓村)에서 조선인 300여 명을 학살한 4월 참변으로 이곳의 항일 세력도 무참하게 무너졌습니다. 이때 최재형, 엄주필 등 수많은 우리 독립운동가들의 고귀한 삶이 사라졌습니다. 영웅들의 유해도 찾지 못했고요. 

 

고려인들은 스탈린 정권 체제에서 한국의 전통을 대놓고 고수할 수 없었던 지라 각자의 가정에서 한식에 맞춰 4월 참변에 돌아가신 선조들을 기린 겁니다. 한국인의 '푸른 4월'이 고려인에겐 '붉은 피의 달'이었던 거죠.   

 

이제 신한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난 1937년 스탈린의 강제 이주정책으로 마을은 사라지고 1999년 8월 한민족 연구소가 이 자리에 '신한촌 기념비'를 세웠죠. 3.1 독립선언 80주년 기념비인 만큼 3개의 큰 기둥과 8개의 작은 돌로 구성했다는 게 한민족 연구소의 설명입니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


 



전태민 기자 tm0915@issueedi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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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3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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