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저리뷰] 수상자도 피해자도 그저 한숨…한국인도 깊은 연관

2024.04.29 17:45:45

공식 집계된 사망자 55명, 부상자 2383명, 체포자 1만3779명. 로드니 킹의 죽음이 빌미가 돼 1992년 4월29일부터 5월4일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흑인들이 일으킨 폭동. 

 

범법을 저지른 로드니 킹을 백인 경찰관들이 과잉 진압해 사망에 이른 사건의 재판에는 백인 배심원들만 참여했고 경찰관 4명 중 3명 무죄, 1명에게는 재심을 결정했습니다. 이 소식이 방송매체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후 로스앤젤레스 거주 흑인들은 길거리로 나와 시위를 시작했죠.

 

시간이 흐르며 시위는 폭동으로 변했고 폭동지역 인근 코리아타운에 터를 잡은 우리 교민들도 엄청난 피해를 입었습니다. 당시 로스앤젤레스 경찰서장이던 데릴 게이츠 총경은 미숙한 초동 대응으로 사태를 키웠으며 이후 경찰복을 영원히 벗게 된데 이어 그해 이그노벨상 평화상 수상자에 선정되는 촌극도 겪었습니다.

 

 

노벨상을 패러디해 만든 이그노벨상은 지난 1991년 미국 하버드대의 유머과학잡지인 '별난 연구 연감'(Annals of Improbable Research)에서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자 제정했는데 시상식은 매년 10월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기 1~2주 전에 전개된다고 하네요. 

 

시상식 장소는 하버드 대학교 샌더스 극장으로 세상에 깨우침을 주면서도 다시 보기 힘들 만큼 황당한 연구나 업적을 이룬 세상 모든 이에게 수상 자격이 돌아갑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누구든 추천할 수 있으며 수상 분야도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분류하고요. 영예는 몰라도 실소는 확실하게 보장하는 이 상을 받는 이들의 기분은 그다지 유쾌하지 못할 텐데요. 한국인 수상자도 무려 다섯 명이나 나왔다는 사실, 혹시 알고 계시나요?  

 

이그노벨상 최초 한국인 수상자는 지난 1999년 환경보호상 부문에서 탄생했습니다. 향기 나는 양복을 개발한 당시 FnC 코오롱의 권혁호 대리는 2010년대 중반까지 이 업체에서 부장으로 근무했으나 현재 근황은 알 수가 없네요. 개구리 모양 도자기를 상패로 받았다고 합니다.

 

2000년과 2011년에는 종교인들이 각각 경제학상수학상을 탔는데 1997년 360만 쌍의 대규모 합동결혼을 성사시킨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문선명 총재와 1992년 휴거 종말론으로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다미선교회의 이장림 목사가 그 주인공이네요. 이 목사의 수상 사유는 '수학적 추정 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세상에 일깨운 공로'라고 합니다.

 

이어 2017년에는 커피잔과 와인잔에 커피를 담고 걸었을 때 각 잔에서 커피가 튀는 차이를 연구한 당시 민족사관고 한지원 학생이 유체역학상을 손에 넣었고요. 

 

최근인 작년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비뇨기의학과의 박승민 박사가 항문 및 대·소변의 상태를 검사해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스마트 변기를 개발해 공중보건상을 수상했는데 이 멀쩡한 연구가 왜 수상 리스트에 포함됐는지는 지금도 의문입니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



전태민 기자 tm0915@issueedi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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