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저리뷰] '반짝' 상승에 집값 '번쩍' …기대심리의 그림자

2025.06.22 11:55:42

비가 내려 좀 시원한가 싶더니 구름 색이 옅어지며 이내 덥습니다. 한숨이 먼저 나오고, 숨이 턱턱 막힙니다. 예전 같으면 이런 더위는 어느 정도 거뜬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여름은 점점 더 버거운 계절이 되는 듯합니다.

 

장마가 시작되고 하늘이 흐려지면 오늘은 조금 나아질까, 괜스레 기대감을 갖지만 실상은 마음까지 눅눅해지는 나날입니다. 생각해보니 지구인들이 호흡하는 이 지구엔 흥미롭고 재미난 기대심리 사례가 꽤 많군요.

 

우선 가짜 약을 먹고도 증상이 개선되는 플라시보(Placebo, 위약·僞藥) 효과와 누군가의 기대감에 부응하는 로젠탈(Rosenthal 또는 피그말리온·pygmalion) 효과가 떠오릅니다. 특별한 물건에 기대를 걸고 좋은 결과물을 바라는 행운의 부적 효과와 사람들의 조급함을 파고든 한정판 효과(기대심리 마케팅)도 유명하죠.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성취까지 이어지는 앨버트 반두라의 자기효능감 이론(Self-efficacy by Albert Bandura)과 믿음으로 행동한 결과가 현실이 되는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도 그렇습니다. 믿음을 바탕으로 행동을 하는 현상은 운동선수들의 징크스(Jinx)도 해당하고요.

 

매주 로또를 사는 마음, 고대하던 영화나 드라마 시청 전 스포일러를 피하는 행동 역시 기대심리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경제 전반은 물론, 금융·주식시장, 기업 및 정책과 관련한 기대심리도 우리 실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죠.

 

이런 와중에 공중파 뉴스를 비롯한 여러 언론사들은 연일 집값 기대심리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서로의 이해를 바라기 힘든 동상이몽 기대심리


어제는 서울 아파트값이 주간 기준 6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는 소식도 접했는데요. 한국부동산원의 21일 자료를 보면 6월 3주(16일 기준) 서울 아파트가격 동향 조사 결과, 금주 아파트 매매가격은 0.36%로 일주일 전과 비교해 상승폭이 커졌답니다. 지난 2018년 9월 2주(0.45%) 이후 최대 상승폭이라고 하네요.

 

특히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기대심리와 금리 인하, 7월부터 시행되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규제 등이 맞물려 강남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일대 오름폭이 확연했다는 아리송하면서도 뻔한 진단까지 붙었고요.

 

자가 유무도 그렇고 상황에 따라 상승과 하락, 각각 원하는 바가 다를 텐데 일반적인 기대감은 집값 상승에 무게를 두고 있나 봅니다. 전전 정부 당시 남녀갈등과 함께 최악의 실책으로 짚던 문제가 부동산 가격상승이었는데 기대심리가 여기 편승한다니 대체 어느 장단에 박자를 맞춰야 할까요?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부동산 기대심리는 사람들이 향후 집값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갖는 기대와 전망을 의미합니다. 집값 상승에 무게를 둔 사람이 많으면 '상승 기대심리'가 강한 것이고 반대의 경우는 '하락 기대심리'로 저울추가 기운 상황인 거죠. 하지만 어느 순간 부동산 기대심리는 아예 상승 쪽에 맞춰진 듯합니다.

 


제대로 알아야 할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


위에서 예시로 든 자기충족적 예언을 여기 대입할 수 있죠.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집을 팔지 않고 보유하는 상황에서 집 구매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늘면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내놓은 경제주평 등을 참고하면 부동산 기대심리가 강해질 때 많은 사람들이 가격 상승 전 미리 부동산, 주식 등을 매수하려는 경향 역시 강해진다고 하네요.

 

자연스레 시장 수요가 늘어 초과수요가 발생하면 소비자 경쟁이 심화해 시장 가격이 상승하는 거죠. 이와 반대로 집값 하락 기대감이 강할 경우,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져 거래가 줄면서 가격이 내려갈 수 있고요.

 

이런 심리를 수치로 나타내는 지표가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입니다. 국토연구원 등은 매달 전국 일반 가구와 부동산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여기에 통계적 산출 방식을 결합해 해당 지수를 측정하죠.

 

0~200의 표준 값 사이에 '100 이상'은 가격 상승·거래 증가 기대감 우세, '100 미만'은 가격 하락·거래 감소 기대감 우세, '100 부근'은 보합세로 해석합니다. 정부는 이 지수를 참고해 부동산시장 과열, 침체, 안정 여부를 판단하고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데 활용하고요.

 


국민 분열 조장하는 가공의 기대심리


과거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버블 등 자산 시장의 급등 사례를 되새기면 지나친 기대감이 수요 폭증을 만들어 경기 침체를 초래한 전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대심리가 과도하게 높아지면 매도자는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하는 게 일반적이죠. 매수자가 이를 감수하고 거래에 응하면 실거래가가 시세보다 높게 형성될 수 있고요.

 

기대심리가 약할 때는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가격 기대 차이가 커져 거래가 이뤄지지 않거나, 실거래가가 시세보다 낮게 형성되기도 하나 요즘 같은 상황에선 떠올리긴 힘든 일입니다.

 

기대심리와 실제 거래가격 간에는 항상 일정한 차이가 존재하며 시장 국면, 정책, 외부 변수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그 차이가 커지거나 줄어들 수 있으니 선량한 부동산 참여자들은 시장 흐름 파악 후 적정 매수·매도 시점을 판단하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오픈채팅방 등에서 특정 아파트 단지의 가격을 일정 수준보다 낮게 중개 의뢰하지 못하도록 유도하는 등 집값을 올리려는 부동산 불법행위가 여전하죠.

 

이와 함께 의도적으로 부동산 기대심리를 띄우는 분위기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건설사와 금융사가 엮인 광고를 노리는 언론사들의 수익 구조도 한몫하는 만큼 어느 정도는 가공된 심리 유도로 봐도 무방할 듯하네요.

 

초·중반에 기재했던 자기충족적 예언을 되감아보겠습니다. 강한 믿음을 갖고 행동해 결과를 현실로 만드는 자기충족적 예언은 흐름을 탔을 때 더욱 효과적입니다. 언론에서 기대감을 반복해 노출하면 흐름처럼 느껴지게 할 수 있고요.

 

현실을 바꾸는 믿음은 우리의 삶도 흔들 수 있습니다. 누구의 기대가 현실이 될지는 어떤 흐름을 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을 테죠. 그 모호한 경계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오늘도 선택적 기대를 합니다. 헛된 기대가 아니길 기대하며…

 

/이슈에디코 강민호 기자/



강민호 기자 mho@issueedico.co.kr
Copyright © Issueedico All rights reserved.

2025.06.22 (일)

  • 동두천 23.5℃흐림
  • 강릉 30.0℃흐림
  • 서울 24.7℃
  • 대전 24.5℃
  • 대구 28.9℃
  • 울산 27.3℃흐림
  • 광주 26.0℃
  • 부산 23.5℃
  • 고창 25.6℃흐림
  • 제주 29.7℃흐림
  • 강화 22.9℃흐림
  • 보은 24.4℃흐림
  • 금산 25.4℃흐림
  • 강진군 26.3℃흐림
  • 경주시 28.5℃흐림
  • 거제 24.1℃흐림
기상청 제공

상호(제호) : 이슈에디코 l 주소 : 서울특별시 동작구 동작대로1길 18 l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05210 대표전화 : 070-8098-7526 l 대표메일 : eigig@issueedico.co.kr l 발행·등록일자 : 2018년 5월 22일 l 발행·편집인 : 정금철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은 발행·편집인이며 대표전화 및 대표메일로 문의 가능합니다. Copyright © Issueedico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