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독한 인생사, 순한 소주 인기?' 한끗 차이로 넘어가는 저도주 시장

2019.11.08 14:53:23

[IE 산업] 서민의 애환을 달래주던 소주가 또다시 순해진다. 최근 확산 중인 저도주 시장을 공략하고자 주류업체들이 소주의 도수를 내리고 있는 것.

 

8일 롯데주류에 따르면 '부드러운 처음처럼'의 알코올 도수는 현재 17도에서 16.9도로 0.1도 내려가게 된다. 출시 일정과 같은 세부사항은 아직 논의 중이라는 게 롯데주류 측의 설명이다.

 

'흔들어라, 세상이 더 부드러워진다' 처음처럼마저 16도 시장 진입

 

'처음처럼'은 지난 2006년 출시 당시 세계 최초 알칼리환원수를 사용하며 부드러운 맛과 적은 숙취를 강조했다. 대관령 기슭의 청정수를 알칼리환원공법을 사용해 알코올 분해활동을 촉진시켰다는 점을 내세웠었다.

 

알칼리환원수로 만들어 부드러운 소주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가수 이효리를 모델로 채용해 '흔들어라 캠페인'을 전개한 바 있다. 당시 롯데주류는 출시 17일 만에 1000만 병 판매를 시작으로 100일 동안 6300만 병, 5개월 만에 1억 병 판매 돌파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처음처럼 출시 초반 부드러운 소주라고 마케팅할 수 있었던 것은 도수도 한몫했다. 21도가 주를 이뤘던 당시 처음처럼의 도수는 20도였다. 그러나 이후 2007년 19.5도, 2014년 17.5도, 지난해 4월 17도로 낮췄다. 이번 도수 변화는 약 1년7개월 만이다.

 

"전 세계에 도수 낮은 술 열풍" 참이슬부터 지방 소주까지 순한 술 판매

 

처음처럼의 도수가 떨어진 것은 전 세계적으로 목넘김이 부드러운 순한 술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실제 국제주류연구소(IWSR) 조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무알콜 혹은 도수가 낮은 술의 판매 비중은 전체 시장에서는 미미하다곤 해도, 지난 5년간 판매가 3배 정도 증가했다. IWSR은 2018~2022년까지 판매율이 32.1% 늘어날 것이라는 추산치를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소주 시장점유율 1위 '참이슬 후레쉬'도 17도까지 내려갔다. 참이슬의 원조인 진로소주는 1924년 도수가 35도였던 것에 비해 도수가 절반 가까이 내려갔다. 다만 빨간색 뚜껑의 '참이슬 오리지널' 도수는 소주의 쓴 맛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20.1도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 더해 하이트진로는 지난 4월 40년 만에 옛날 모양 그대로 '진로이즈백'을 16.9도로 출시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과거의 향수가 담긴 신선한 디자인과 함께 낮은 도수로 맛의 부담도 줄였기 때문.

 

이처럼 참이슬이 도수를 내리면서 주류업계 경쟁업체들도 너도나도 소주 도수를 낮추기 시작했다. 지방에서는 참이슬의 도수 하향 조절 전에 이미 15도대 소주까지 등장했다. 무학 '좋은데이 1929'의 알코올 도수는 15.9도다.

 

주류업체 원가 절감효과도 기대…시민단체 '이중 이익' 지적도

 

이처럼 주류업계들은 부드럽고 순한 맛을 내세워 젊은 고객을 모으려는 속셈도 있지만 원가절감 또한 기대할 수 있다. 도수를 낮추려면 소주 원료인 주정에다가 물을 섞어 희석해야 한다.

 

이에 지난 5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하이트진로가 알코올 도수를 낮춰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소주 가격은 인상해 이중으로 이익을 얻었다는 지적을 제기하기도 했다.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참이슬 후레쉬의 도수를 17.2도에서 17도로 낮출 경우 1병당 주정 양이 61.9㎖에서 61.2㎖로 줄어들면서 원가가 0.9원 절감된다.

 

물가감시센터는 "한 해 참이슬 후레쉬가 10억 병 판매된다고 가정할 때 하이트진로는 이 같은 도수 하락으로 약 9억 원의 비용을 절감해 추가 이익을 취득할 수 있다"며 "2006년부터 점차 알코올 도수를 낮추면서 원가절감 효과를 누려왔지만 이를 출고가에 반영하지 않고 오히려 가격 인상을 단행한 점에서 이중으로 이익을 얻었다"고 짚은 바 있다.

 

/이슈에디코 강민호 기자/

 

 



강민호 기자 mho@issueedi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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