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저리뷰] 독립 다음 날

2026.08.15 14:59:12

현지 날짜로 이달 12일, 지구 반대편에서 뭉클한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이날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40여 년 전 인도의 한 보육원에서 각각 해외 입양된 두 여성이 DNA 검사로 친자매임을 확인하고 마침내 서로를 되찾았습니다.

 

미나(43)와 미날(44)은 갓난아기 때 인도에서 네덜란드로 입양돼 차편이면 닿는 거리에 살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자랐다고 하네요. 두 사람이 처음 마주친 건 지난 1996년 한 입양아 모임이었고 자매인 줄도 모른 채 이끌리듯 가까워진 둘은 너무 닮았다는 주위의 말을 들으며 농담처럼 서로를 '시스(sis, 자매)'라 불렀습니다. 그러곤 15년간 연락이 끊겼고요.

 

그러다가 지난 4월, DNA 분석 온라인 계보학 플랫폼인 마이헤리티지 DNA 검사 결과 미날과 미나가 일치율 100%의 친자매로 확인된 겁니다. 마음에 뚫린 오랜 구멍을 메꾼 것 같다는 소회를 전한 두 사람 얘기의 출발지가 인도라고 하니 광복절을 맞은 오늘은 묘한 친밀감이 드네요. 

 

인도와 우리나라는 공교롭게도 같은 날 자유를 얻으면서 동시에 둘로 갈라진 역사를 나눠 가졌으니까요.

 


서울과 뉴델리… 같은 날짜 8월 15일


인도가 200년에 걸친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난 날은 1947년 오늘입니다. 우리가 35년 일제 강점에서 풀려난 1945년 오늘과 2년의 시차를 두고 날짜가 겹치죠. 지구 반대편에서 서로 다른 제국에 맞섰던 두 민족이 같은 날짜를 광복의 날로 기억하게 된 겁니다.

 

그리고 두 나라는 자유를 얻은 시점에 나란히 국토가 갈라진 운명까지 같죠. 우리는 일본이 물러난 자리에 미국과 소련이 북위 38도선을 그어 한반도를 갈라 점령했고, 3년 뒤 남과 북에 각각 다른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일제강점기의 치욕을 견디고 자유를 찾았지만 온전한 하나의 나라에서 살 수는 없었죠.

 

 

인도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1947년 8월 15일 자정을 기해 영국령 인도는 종교 갈등 탓에 인도와 파키스탄 두 나라로 쪼개졌죠.

 

힌두교도가 많은 인도와 이슬람교도의 파키스탄으로 갈리면서 국경을 넘으려는 1000만 명 이상이 길 위에 올랐고 혼란 속에 100만 명 넘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자정을 사이에 두고 파키스탄은 8월 14일, 인도는 8월 15일을 독립일로 삼은 것도 이 분할이 남긴 자국이고요.

 

경계선을 그은 영국인 법률가 시릴 래드클리프(Cyril Radcliffe)는 펀자브와 벵골을 나누는 선을 지도 위에 긋고는, 그 선이 부른 참극에 질려 보수조차 마다한 채 서류를 모두 태운 후 인도를 떠났다는 얘기가 전해집니다.

 


해방은 하루면 오지만…


8월 15일을 독립기념일로 삼은 나라는 더 있습니다. 콩고공화국이 1960년 이날 프랑스, 바레인이 1971년 이날 영국에서 벗어났죠. 그러나 날짜의 공통점보다 눈여겨볼 것은, 제국이 물러가고도 평화로운 독립국가로 돌아가지는 못했다는 현실입니다.

 

일본이 패망한 1945년, 아시아 곳곳이 독립을 선언했지만 그 선언이 곧 완성은 아니었던 거죠. 인도네시아는 이틀 뒤인 8월 17일 독립을 선포하고도 돌아온 네덜란드와 4년을 더 싸운 끝에 1949년에야 주권을 넘겨받았습니다. 베트남은 그해 9월 2일 독립을 선언했지만 프랑스와의 전쟁을 거쳐 1954년 북위 17도선을 사이에 두고 다시 두 동강 났고요.

 

제국이 떠난 빈자리를 채운 것은 냉전의 경계선과 옛 종주국의 군대 그리고 종교와 민족의 갈등이었습니다. 20세기 중반의 아시아에서 '해방'과 '온전한 독립국가' 사이에는 그렇게 몇 년간의 전쟁과 몇 개의 국경선이 가로놓여 있었죠.

 

우리의 8월 15일을 세계사 위에 포개면 광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는 사실이 또렷해집니다. 되찾은 자유가 온전한 하나의 나라로 이어지지 못한 만큼 38선을 지우는 일은 80년이 흐른 지금도 우리 몫으로 남아 있고요.

 

지난주 두 자매가 40년의 공백을 건너 서로를 되찾았듯, 갈라진 선을 다시 잇는 데는 잃어버린 시간보다 더 긴 인내가 필요할 지도 모릅니다. 해방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올 수 있어도, 온전한 독립은 하루 만에 완성되지 않으니까요.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정금철 기자 ieeditor@issueedi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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