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 경제] 집을 보여준 값 2만 원. 부동산 매물을 현장에서 안내하고 별도로 임장비(臨場費)를 받겠다는 구상이 논란이 되자 정부가 즉시 나섰다. 공인중개사는 어떤 명목으로도 법정 중개보수를 넘는 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11일 '공인중개사는 임장비 명목의 별도 보수를 받을 수 없습니다'라는 제하의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이날 국내 경제신문인 머니투데이의 기사 중 '당사자 간 민법상 사적 계약을 체결한 경우 별도의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반박했다.
발단은 매수 의사 없이 매물만 둘러보는 이른바 '임장 크루'였다. 현장 안내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보전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나왔고,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이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임장 기본보수제'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불이 붙었다. 매물을 보기 전 일정액을 먼저 내고 계약이 성사되면 중개보수에서 빼주는 방식이 거론됐다.
'임장비'가 뭐길래
임장은 매물을 직접 찾아가 살펴보는 현장 답사다. 최근 부동산 투자 공부를 겸한 임장이 유행하면서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 않는 현장 안내가 늘었다는 것이 쉽게 들을 수 있는 공인중개사들의 하소연이다.
그러나 현행 공인중개사법은 다른 답을 내놓는다. 제32조는 중개보수를 원칙적으로 거래계약이 성립해야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 법원 판례도 부동산중개인은 원칙적으로 계약을 성사시킨 경우에만 중개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계약 성립에 결정적 역할을 했는데도 책임 없는 사유로 중개가 중단되는 등 특별한 때에는 이미 이뤄진 중개행위에 상응하는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 인정한다. 받을 수 있는 별도 실비는 권리관계 확인이나 계약금 반환채무 이행 보장에 실제 든 비용으로 한정되고 그마저 영수증 등 근거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 제33조는 사례·증여 등 어떤 명목으로도 법정 중개보수나 실비를 초과해 금품을 받는 행위를 금지한다. 매물을 보여준 대가로 일정액을 받는 임장비가 파고들 틈이 좁은 이유다. 법조계 한 쪽에서 중개업무와 분리된 정보 제공·조사 업무로 문서 약정하면 별도 보수가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놨지만 국토부는 이를 정면 반박했다.
어떤 명목이든 법정 보수를 넘어서면 금지 대상이라는 것이다. 위반하면 자격 정지와 등록 취소, 업무 정지 같은 행정처분에 더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처음 아닌 요구, 바뀌지 않은 원칙
임장비 요구가 수면 위로 오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업계는 중개 서비스에 들이는 노력을 보수로 인정하라는 요구를 반복했었고 정부의 답도 대체로 일정했다.
중개보수 요율은 지난 2021년 개편으로 고가 주택 구간이 조정되는 등 손질이 있었지만, 법정 보수와 한정된 실비 외에는 어떤 명목의 금품도 받을 수 없다는 골격은 그대로다. 임장비를 새 보수 항목으로 만들려면 협회 내부 방침이 아니라 법령 개정과 한도 설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바깥으로 눈을 돌려도 매물을 보여준 값을 따로 받는 관행은 찾기 어렵다. 잉글랜드는 오히려 이른바 '매물 구경비(viewing fee)'를 명시적으로 금지했다. 2019년 시행된 세입자수수료법(Tenant Fees Act)은 임대인과 중개업자가 세입자에게 물릴 수 있는 비용을 임대료와 보증금 등으로 좁히면서, 매물 관람과 신용조회·계약서 작성 같은 각종 명목의 수수료를 광범위하게 금지했다.
집을 보여주는 값을 세입자에게 받는 것 자체가 금지 항목에 명시됐고, 위반하면 최대 5000파운드(11일 현재 하나은행 고시환율 기준 약 909만 원)의 과태료를 매긴다.
일본은 택지건물거래업법상 보수 규정에 근거해 중개보수 자체에 법정 상한을 둔다. 매매의 경우 400만 엔(약 3488만 원)을 초과하는 일반 물건은 한쪽 의뢰인에게 받을 수 있는 보수 상한을 통상 거래가의 3%에 6만 엔(약 52만 원)을 더한 뒤 소비세를 붙이는 방식으로 계산한다.
그러나 800만 엔(약 6976만 원) 이하 저가 부동산에는 별도 특례가 있다. 상한이 명확한 만큼 별도 명목이 끼어들 여지가 좁다. 이처럼 나라마다 부담 주체와 요율은 달라도, 집을 보여줬다는 이유를 들어 정액을 매기는 방식은 자리 잡지 못했거나 규제로 정리됐다.
임장 크루로 겪는 중개사의 고충은 엄연한 현실이지만 소비자에게 새로운 명목의 부담을 안기는 일은 곤란하다. 현행 보수 체계 안에서 풀거나 사회적 합의를 거쳐 법을 손보는 것이 정공법이다. 집을 보는 값이 공짜여야 하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어도 법의 방향은 분명하다.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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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가 받을 수 있는 돈은 법정 중개보수와 법령에 규정된 실비뿐이라 중개보수는 원칙적으로 거래계약이 성립해야 청구 가능하며 실비는 권리관계 확인·계약금 반환채무 이행 보장 등에 실제 든 비용에 한정하고 영수증 등 근거 필요.
매물을 보여준 대가성 명목 삼아 임장비 등 별도 금액을 요구받았다면 응하지 않아도 되며 어떤 명목이든 법정 보수·실비를 초과한 금품 요구는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시·군·구청 부동산 중개 담당 부서나 관할 공인중개사협회에 신고 가능. 중개보수는 계약 전 요율과 금액을 미리 확인하고 영수증을 받아두는 것이 안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