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보도채널인 YTN의 단독 보도를 접한 그제, 한동안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죠. 지난 8월 19일 밤 9시 40분쯤 육군 8사단 73여단 소속 여군 A 하사가 경기 양주의 군 관사에서 숨졌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제 아이와 동갑인 2007년생으로 이제 막 자대에 배치된 초임 하사였죠. 전문 교육도 받지 못한 채 배치된 그에게 '이런 것도 모르느냐'며 괴롭히고 폭행한 정황이 드러난 것은 물론, 숨지기 나흘 전 밤에는 다른 부대 소속 선배 부사관에게 강력범죄 피해를 당하기도 했답니다. 이 사실을 본인이 직접 부대에 알렸으나 분리 조치는 없었고 오히려 가해자가 속한 대대와 함께 야간 사격훈련을 하게 됐죠. A 하사가 숨을 거둔 건 이 훈련을 2시간여 앞둔 때였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8월 말 이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에 착수했고, 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경찰은 가해자로 지목된 30대 부사관 등 4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라네요. 이달 5일에도 씁쓸한 기사 하나가 더 있었습니다. 부하 여군 중위에게 사생활을 캐묻고 성희롱과 폭언을 해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은 육군 대위가 징계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는 내용이었죠. 부산지법 행정1-2부는 해당 대위가 제53보병사단장을 상대로 낸 정직 처분 취소 소송에서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피해자 진술이 함께 근무한 동료의 진술과 대체로 일치하고, 군 내 인권 보호와 기강 확립이라는 공익에 비춰 징계가 정당하다는 게 재판부의 판시였죠. 中尉가 中位를 만났을 때 준사관인 준위를 제외하고 소위와 대위 사이에 낀 중위는 사병 출신인 제 기억을 떠올리면 이래저래 서러운 위치였던 듯합니다. 그렇다고 여기저기 치이면서 쌓인 화를 사병에게 곱절로 푼 악행은 정당화할 수 없지만요. 보고 있나, 김 중위? 이렇듯 누군가(?)의 기억에 치졸함으로 남은 중위는 군 전체 계급에서 실제로 어디쯤일까요? 군인사법 제3조가 정한 계급을 낮은 순서부터 늘어놓으면 ▲이등병 ▲일등병 ▲상등병 ▲병장 ▲하사 ▲중사 ▲상사 ▲원사 ▲준위 ▲소위 ▲중위 ▲대위 ▲소령 ▲중령 ▲대령 ▲준장 ▲소장 ▲중장 ▲대장 ▲원수, 모두 스무 개입니다. 한 줄로 세워서 보면 열 번째가 소위, 열한 번째가 중위입니다. 스무 계급의 정중앙을 사이에 두고 선 두 계급 중 하나가 중위인 거죠. 이처럼 명칭부터 '가운데'를 품은 중위는 다른 의미로도 중의적입니다. 계급의 중위는 벼슬 위(尉), 소득에서 말하는 중위는 자리 위(位)를 씁니다. 한자는 달라도 둘 다 가운데 중(中)으로 시작하죠. 각종 복지제도의 문턱마다 등장하는 기준 중위소득이 바로 이번 편의 주인공으로, 보건복지부(복지부) 설명대로라면 기준 중위소득은 급여 기준 등에 활용하려고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고시하는 국민 가구소득의 중간값입니다. 2026년 4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은 월 649만4738원, 복지부가 올 7월 28일 제80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의결한 내년 수치는 6.70% 오른 692만9885원이죠.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해 15개 부처의 80개 복지사업이 이 숫자를 기준선 삼아 지원 대상을 가립니다. 가운데를 정해야 아래와 위를 나눌 수 있으니 이런 선은 꼭 필요하죠. 다만 4인 가구 약 650만 원이라는 숫자를 들여다보면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한 사람이 650만 원을 버는 집과 두 사람이 325만 원씩 버는 집은 정말 같은 형편일까요? 줄 세울 수 있는 가운데, 없는 가운데 가령 A 가구는 한 사람이 650만 원을 벌고 배우자가 살림과 돌봄을 맡습니다. B 가구는 부부가 325만 원씩 벌고요. 합계는 같아도 소득의 갈래는 다릅니다. A 가구는 돈을 버는 이에게 변고가 생기면 근로소득이 통째로 끊기지만 B 가구는 한쪽이 멈춰도 남은 한 명의 근로활동이 이어지죠. 하지만 맞벌이는 둘 다 출퇴근하는 만큼 교통비와 식비가 들고, 어린 자녀가 있다면 금전을 지불해 아이돌보미를 구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A 가구의 배우자가 하는 가사활동 등은 남에게 맡기면 곧장 비용이 들지만 가구소득에는 한 푼도 잡히지 않고요. 여기에 집이 자가인지 월세인지, 갚을 빚이 얼마인지, 부양할 부모가 있는지까지 얹으면 같은 650만 원 아래 전혀 다른 살림이 펼쳐집니다. 그렇다고 잣대가 엉터리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국가가 수많은 가구의 사정을 집집마다 재판하듯 따질 수는 없으니 선은 있어야 하죠. 실제 복지 대상 선정도 소득평가액에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더한 소득인정액을 따지고, 근로소득 공제 같은 장치가 사업마다 붙으니 숫자 하나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요. 다만 선을 긋는 순간 그 바로 위와 아래에는 비슷한 처지인데 결과가 갈리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649만4738원은 복지행정을 위해 정한 가운데일 뿐, 이만큼 벌면 대한민국에서 딱 중간만큼 산다는 생활 성적표가 아닌 셈이니까요. 군대 계급은 위아래를 법이 정해 한 줄로 세울 수 있고, 그 순서를 따라 열한 번째 자리에서 가운데 곁에 선 중위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급이 위아래를 정한다고 사람의 존엄까지 줄 세울 순 없죠.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가정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운데 수치는 하나로 정할 수 있어도, 그 가운데를 살아내는 형편까지 하나일 수는 없죠.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https://www.129.go.kr/etc/madlan)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본 기사는 자살예방 보도준칙 4.0을 준수했습니다.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