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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 봄철 알레르기, 벚꽃은 무죄

뿌연 회색빛 하늘 아래로 연분홍 꽃잎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주와 남부 지방에 이어 서울에서도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시기인데, 대기질이 좋지 않은지 하늘이 뿌옇게 보이는 날이 많네요.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대기질 정보 제공 서비스인 에어코리아 예보를 보면 이번 주만 해도 수도권 미세먼지 '나쁨'이 반복됐고, 며칠 전에는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 '매우 나쁨'까지 예보됐습니다.

 

이런 만큼 벚꽃 구경 나설 때는 마스크는 꼭 챙겨야겠죠. 꽃구경을 하고 돌아온 뒤 재채기가 터지고 눈이 가려워지면 벚꽃 꽃가루를 의심하는 분들이 많기도 하고요. 꽃 핀 시기와 증상이 딱 겹치니 자연스러운 추측이죠.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벚꽃은 거의 무죄에 가깝습니다.

 

봄철 알레르기의 진짜 범인은 따로 있거든요. 지난 2024년 3월 29일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이달의 건강정보를 보면 봄철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은 참나무, 자작나무, 오리나무, 삼나무 같은 바람받이 나무 꽃가루입니다. 이 나무들은 바람을 이용해 꽃가루를 퍼뜨리는 '풍매화'로 꽃가루 알갱이가 가볍고 양이 엄청나서 수 킬로미터를 날아다닌답니다. 

 

그러나 벚꽃, 개나리, 진달래 같은 봄의 대표 꽃들은 곤충이 꽃가루를 옮기는 '충매화'에 해당해 꽃가루가 무겁고 끈적여서 공기 중에 잘 떠다니지 않는다고 하네요. 우리가 벚꽃의 계절로 여기는 시기는 참나무와 소나무 꽃가루에 시달리는 시기인 셈입니다.

 


눈에 띈다고 범인은 아닙니다


그중에서도 참나무는 한국 전체 산림의 24.2%를 차지할 정도로 넓게 분포하면서 알레르기 유발성까지 매우 강합니다. 4월에 관측된 꽃가루의 상당 부분이 참나무에서 나왔다는 분석도 있고요. 다음으로 산림의 21.9%를 덮은 소나무의 대기 중 꽃가루 농도 자체는 가장 높게 측정되지만 정작 알레르기 유발성은 참나무보다 약한 편입니다.

 

국립기상과학원 홈페이지에 실린 내용대로라면 많은 알레르기 환자가 소나무가 아니라 같은 시기에 날리는 참나무 꽃가루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소나무 노란 꽃가루의 시각적인 자극이 강해서 이런 착각이 발생하는 거겠죠.

 

게다가 기후변화 언급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기상청이 내놓은 2025년 꽃가루 달력에 따르면, 전국 8개 주요 도시에서 수목류 꽃가루가 날리기 시작하는 시점이 평균 3일 이상, 제주는 7일이나 앞당겨졌습니다. 봄이 빨라지는 만큼 꽃가루 시즌도 빨라지고 또 길어지는 거죠.

 

여기 더해 꽃가루 알레르기가 음식 알레르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할 정보입니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리포트(2025-2호)를 보면 이 학회가 국내 21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의 42%에서 '꽃가루-식품 알레르기 증후군'을 동반한다는 결과가 나왔죠.

 

자작나무 꽃가루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사과나 복숭아를 먹었을 때 입술이나 목안이 가렵고 붓는 증상이 대표적입니다. 자작나무 꽃가루의 알레르기 성분과 사과, 복숭아의 알레르기 성분이 구조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이고요. 이 환자들의 8.9%에서는 아나필락시스 같은 중증 반응까지 나타났다니 아무쪼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미세먼지 보통인데 코 막히는 이유


그렇다면 봄에 답답한 건 꽃가루 때문만일까요? 사실 봄 공기가 유난히 불편하게 느껴지는 건 성질이 다른 자극이 한꺼번에 겹치기 때문입니다.

 

황사가 시야를 흐리고 코, 목 점막을 자극하는 와중에 크기가 작은 미세먼지는 코와 기관지에서 충분히 걸러지지 않은 채 몸속 깊이 들어오죠. 여기에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면 오존까지 변수로 등장합니다. 오존 농도는 계절별로 봄에 높고 가을에 낮은 게 일반적이죠.

 

높은 기온과 강한 자외선이 대기오염물질을 만나 생성되는 공기 중 오존이 호흡기를 자극하고 천식 환자에게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질병관리청의 안내도 있고요.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인 날에도 눈과 코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기상청은 꽃가루농도위험지수를 날씨누리 사이트에서 봄철(3~6월)과 가을철(8~10월) 매일 두 차례 제공하고, 에어코리아에서는 미세먼지와 오존 정보를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늘 답답한 이유가 미세먼지 때문인지, 황사 때문인지, 꽃가루 때문인지, 아니면 오존까지 겹친 날인지 공기의 종류를 구분하는 습관이 봄철 컨디션 관리의 첫걸음이 됩니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