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 금융] 금융당국이 중동 사태가 한 달 이상 길어지는 가운데 석유화학·정유업계를 만나 애로 사항을 듣고 약 27조 원의 금융 지원에 나섰다.
7일 금융위원회(금융위)에 따르면 중동 정세 악화 이후 타격을 받은 석유화학·정유업계에 26조8000억 원 규모를 지원하기로 했다.
금융위 이억원 위원장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석유화학·정유업계, 정책금융기관, 시중은행과 함께 '중동상황 피해업종 산업-금융권 간담회'를 개최해 현 상황을 살폈다. 이번 회의는 중동 사태에 피해를 입은 주요 업종을 대상으로 열릴 산업-금융권 릴레이 간담회의 첫 번째다.
금융위는 중동 지역 원유 수급과 직접 맞물린 대표 업종이라는 점에서 석유화학·정유업을 대상으로 가장 먼저 간담회를 열었다. 이들 업계는 자동차·조선·전자·건설·물류 등 전 산업에 기초 자재를 공급하는 기반 산업이다.
우선 금융위는 피해 기업의 유동성 애로를 덜기 위해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수출입은행 등 4개 정책금융기관의 신규 자금 지원 프로그램 규모를 기존 20조3000억 원에서 24조3000억 원으로 확대했다. 이후 정부 추경안이 국회에 통과하면 26조8000억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5대 금융지주와 은행권도 53조 원+α(알파) 규모의 신규 자금을 공급 중이며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도 진행하고 있다. 또 중동 사태 이후 지난달 정책·민간 금융권이 중동 수출입기업과 고유가·고환율 영향 업종, 협력업체 등에 10조7000억 원 이상 지원했다.
이날 회사채 차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등장했다. 신용보증기금은 이날부터 최대 1년 이내에 만기 도래로 차환이 필요하면 상환 비율을 최소 10%에서 5%로 내린다. 후순위 인수 비율은 최대 0.2%포인트(p) 감면해주며 가산금리도 최대 0.13%p 하향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이 조건에 해당하는 중동 피해 중소·중견기업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 잔액이 약 9000억 원이며 이 가운데 석유화학 기업 물량은 약 1700억 원이다.
여기 더해 금융위는 한국석유공사의 원유 확보를 위한 유동성 지원 방안을 산업은행, 수출입은행과 논의하고 있다. 아울러 석유화학·반도체·자동차·디스플레이·철강·이차전지 등 6개 주력 산업의 사업 재편과 재무 구조 개선을 지원하는 1조 원 규모의 기업구조혁신펀드 6호도 이달 조성을 끝낸 뒤 투자에 들어간다.
이번 간담회에 참석한 업계는 원자재 수급 문제가 크다고 호소했다. 미국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긴급 원료 확보에 나섰지만, 이란 사태가 장기화하면 생산 중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중국발(發) 공급 과잉으로 사업 재편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까지 뛰면서 경영 부담이 커졌다며 지원 확대를 요청했다.
이에 정책금융기관과 시중은행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현장 애로를 최대한 덜어내고 필요 시 기관 협업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슈에디코 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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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은 원유를 휘발유·경유·나프타 등으로 분리하고 석유화학업은 나프타를 통해 플라스틱·합성섬유·합성고무·접착제 등 제작.
회사채 차환은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새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의미. 금리가 오르거나 신용 위험이 커지면 차환 발행 자체가 어려워지거나 이자 부담 급증.
P-CBO는 신용등급이 낮아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중소·중견기업 채권을 묶어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서서 발행하는 유동화증권. 기업 입장에서는 단독으로는 발행하기 어려운 회사채를 낮은 금리로 조달할 수 있음.
기업구조혁신펀드는 경쟁력 약화나 재무 부실로 자체 개선이 어려운 기업이 사업 재편·자산 매각·부채 감축 등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이 공동 출자하는 펀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