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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코체크] 연간 62억 달러 환경파괴자 '물곰팡이'의 이면

10년 걸린 국내 첫 담수 난균류 전수조사로 신종 8종 포함 78종 확인

[IE 산업] 1845년, 파이토프토라 인페스탄스(Phytophthora infestans)라는 난균류가 일으킨 감자역병 탓에 아일랜드 들판의 감자가 일제히 검게 변했다. 이 재앙으로 약 100만 명이 굶어 죽고 150만 명이 신대륙으로 떠났다.

 

180년이 흐른 현재도 같은 병원균의 위협은 여전하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스테이트대학교 연구팀이 2013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논문대로라면 이 병원균이 전 세계 감자와 토마토 재배지에 일으키는 수확 감소와 방제 비용은 연간 62억 달러(약 8조5000억 원)로 추산된다. 이 난균류가 담수생태계에서 미치는 역할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결과가 국내에서 처음 나왔다.

 


 78종 확인, 그중 8종은 세계 최초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이 '국내 담수 물곰팡이류 78종 확인… 난균류 생태적 기초 연구 토대 마련'이라는 제목으로 15일 내놓은 보도자료를 보면 국내 연구팀이 지난 2016년부터 최근까지 전국 하천, 저수지, 계곡 등 담수환경에서 물곰팡이류(난균류) 78종을 확인했다.

 

이 중 8종은 전 세계적으로 처음 보고되는 신종, 22종은 국내 미기록종이다. 또 나머지 48종은 학계 보고는 있었으나 생태적 특성 연구가 부족했던 종들이다.

 

연구는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이 전남대학교 이향범 교수팀, 군산대학교 남보라 박사와 최영준 교수팀의 공동 수행으로 이뤄졌다. 형태학적 특성 분석과 유전자 분석을 병행해 종을 동정했으며, 결과는 균류 분야 국제학술지 마이코스피어(Mycosphere)에 이달 중 게재 예정이다.

 

 

신종 8종의 면면을 보면 제주도 산간계곡에서 발견된 피시움 아쿨레아툼(Pythium aculeatum)은 자성난세포의 가시 돋힌 듯한 벽 모양에서 이름을 차용했다.

 

충남 보령 저수지에서 채집된 파이토피시움 라쿠스트레(Phytopythium lacustre)는 호수를 뜻하는 라틴어 lacustis에서 종명을 땄다. 전남, 전북, 충남, 경북, 제주 등 전국에 걸친 채집 지역은 한반도 담수환경 전반에 난균류가 분포한다는 방증이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김의진 생물자원연구실장은 "우리나라에서 연구가 미흡했던 담수 난균류의 다양성 및 생태 특성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이번 연구는 첫 사례의 가치를 가진 것은 물론, 향후 담수생태계 생물다양성 보전과 관련 연구의 기초 자료가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농업, 양식업 흔드는 난균류의 두 얼굴


난균류는 흔히 물곰팡이로 불리지만 분류학적으로는 곰팡이, 버섯, 효모 등 진정균류가 아니라 부등편모생물(Stramenopiles)에 속하며, 두 개의 서로 다른 편모를 가진 운동성 유주포자를 형성해 수서환경에 적응한 생물군이다. 외형이 곰팡이와 비슷해 전통적으로 유사균류에 들어갔을 뿐 계통적 체계를 따지면 미역이나 다시마에 더 가깝다.

 

우리나라에서 이 생물군은 대부분 농작물과 양식어류에 피해를 주는 병원균이라 당연한 연구대상이었다. 감자역병균(Phytophthora infestans), 고추역병균(P. capsici)이 대표적이고 양식업에서는 사프롤레그니아 파라시티카(Saprolegnia parasitica)가 담수어와 어란에 기생해 물곰팡이병을 유발한다.

 

이번에 확인된 78종 목록에도 피토프토라(Phytophthora) 속 3종, 사프롤레그니아(Saprolegnia) 속 10종이 포함돼 병원성 종의 담수 분포 현황을 파악하는 기초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해양수산부 e-나라지표의 어업생산동향조사·어류양식동향조사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어류양식 마릿수는 3억3800만 마리인데 고수온 및 질병 피해에 따른 대규모 폐사로 전년 4억 7700만 마리와 비교해 29.1% 급감했다.

 

물곰팡이병이 이 피해의 전부는 아니지만 내수면 양식에서 수온이 떨어지는 겨울철과 환절기에 집중 발생하는 질병이라는 점에서 기초 생태 데이터의 확보가 방제 전략 수립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가 밝힌 난균류의 주목할 이면은 담수생태계의 분해자 역할이다. 하천과 저수지에서 낙엽과 식물 잔재를 분해해 유기물을 재순환시키는 기능은 생태계 물질순환의 핵심 고리로, 이 역할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국내에서 사실상 전무했다. 병원균으로서의 위협만 연구하고, 생태계 내 순기능은 10년이 걸려서야 첫 전수조사가 이뤄진 것이라 의의가 있다.

 

특히 연간 수조 원대 농수산업 피해를 일으키면서도 담수생태계에서는 유기물 분해라는 필수 기능을 수행하는 난균류의 새 역할을 발견한 만큼 후속연구로 이 자료를 어떻게 활용할지 기대감이 점증한다.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