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 산업] 삼성전자 창사 이래 최초 전 직원 과반이 모인 노동조합(노조)이 등장했다. 이들은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의 직접 대화 요구와 함께 다음 달 21일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며 사 측에 대한 강경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17일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는 서울 서초사옥 앞에서 "삼성전자에서 조합원 과반수를 확보했기에 과반노조 지위를 선언한다"고 알렸다.
조합원 수는 지난해 9월 약 6000명에서 7개월 뒤엔 이달 7만4000명까지 급증했는데, 이는 전체 직원 12만800여 명의 절반을 넘는 수치다.
◇삼성 노조, 근로자 대표 지위 통한 처우 개선 예고…총파업도 단행
이날 노조 최승호 위원장은 근로자 대표라는 지위를 통해 ▲취업 규칙 불이익 변경 차단 ▲조합원 중심 노사협의회 구성 ▲실질적인 처우 개선 등을 예고하며 다음 행보로 '유니언 숍'을 언급했다.
최 위원장은 "삼성전자에 입사하는 모든 직원이 자연스럽게 노조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유니언 숍 제도를 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절반을 넘어 전체, 전체를 넘어 제도로 조합원이 한 명씩 더해질 때마다 우리 권리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 노조는 영업이익 15% 성과급 재원 상한 폐지와 같은 핵심 요구안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음 달 21일부터 오는 6월 7일까지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반도체(DS) 부문 조합원이 노조 구성원의 80%에 달하는 만큼 반도체 생산에 치명적인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노조는 "18일간 파업을 진행하면 하루 약 1조 원, 전체적으로 20조~30조 원의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기 더해 이날 노조는 이재용 회장을 직접 언급했다. 최 위원장은 "과거 이재용 회장은 무노조 경영 폐기를 약속하며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그 이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파행적인 노사관계 책임은 이 회장에게도 분명히 있음에도 여태 단 한 번도 노조와의 대화 자리에 나서지 않았다"며 "우리는 법적 근로자 대표로서 진정한 노사관계 정립을 위해 회장이 직접 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 '초기업 노조' 탄생 비화
삼성은 지난 1969년 창립 이후 "노조 없이도 회사와 노동자가 '직접' 협상해 보다 나은 경영을 할 수 있다"는 아래 '무노조 경영'을 고수했다.
그러나 지난 2019년 12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로 기소된 임원들의 유죄가 인정되자 당시 부회장이었던 이재용 회장은 "이제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노동 3권을 확실하게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삼성 노사 문화가 시대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그동안 삼성 노조 문제로 상처를 입은 분에게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사과 이후 2024년 2월 공식 출범한 삼성 초기업 노조는 삼성 계열사 4곳의 노조가 통합된 곳이다. 초기업 노조 자체가 애초 조직 대상 범위가 사업장으로 한정되지 않은 노조를 뜻한다. 이렇듯 거대 노조가 출범하면 참여하는 계열사별 노조는 지부, 각 노조위원장은 지부장이 된다.
당시 초기업 노조는 출범식에서 "삼성 내 모든 계열사의 경제적 이윤 창출에 기여하고 삼성 모든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근무환경의 물리적·정서적 개선, 근로자에 대한 인격적 존중 등이 노사상생 원칙에 의거해 실현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 파업 가처분에 노조, 정당 파업 주장…직원 정보 수집은 '잘못' 인정
전날 삼성전자는 삼성전자 노조 파업을 불법이라며 수원지방법원에 '위법 쟁의 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들은 헌법상 보장된 쟁의를 막기보다 화학물질 유출, 화재와 같은 대형 안전사고 및 인명 피해를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간담회에서 최승호 위원장은 "회사에서 노조법 제38조 2항인 시설 유지, 원자재 폐기 등을 문제 삼았지만, 제조와 기술 인력은 단체협상에서 협정 근로자 대상이 아니다"라며 "법무법인에서 검토한 결과를 보고 정당하게 파업에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는 시스템 악용을 통해 임직원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 제3자에게 제공한 혐의에 대해 직원 A씨를 고소한 상태다. 이는 먼저 일어난 '노조 미가입자 명단 유포' 논란의 연장선상이다. 사측은 특정 부서 단체 메신저에 부서명과 이름, 사번, 노조 가입 여부가 적시된 명단이 공유됐다는 사실을 파악한 뒤 정식 수사를 의뢰했다.
앞서 최승호 위원장은 지난달 5일 유튜브를 통해 "만약 회사를 위해서 근무하는 자가 있다면, 명단을 관리해서 강제 전환 배치나 또는 해고의 경우를 우선적으로 안내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같은 달 29일 노조 홈페이지에는 파업 전 DS부문 사업부 쟁의 참여율을 공개할 것이라는 안내문도 올라왔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DS부문 조합원이 80%를 초과하면서 과열되는 현상이 있었다"며 "일부 조합원들이 본인 부서 사람들의 가입 여부를 체크하고 있는 것도 확인했는데, 이는 분명히 잘못됐고 사 측에 수사 의뢰를 한 만큼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