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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코체크] AI에 빠진 사람들…외로운 현실서 '해답vs함정' 시선 공존

 

인격을 지닌 인공지능(AI)와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2013년 영화 '그녀(Her)'가 현실로 다가온 현재 많은 논의가 오가고 있다.

 

실제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감정 소모로 스트레스받는 대신, AI와의 안정적인 정서 교류를 통해 위로받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분석과 AI에 빠질수록 공감 능력 저하 및 고립 심화에 따른 악영향이 크다는 비판이 맞서는 것.

 


맞춤형 AI와 정서적 교류 열풍…외로움·우울증 감소


24일 애플리케이션(앱)·결제 데이터 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이용자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앱 1위는 전년 동기보다 48.1%나 뛴 '제타'였다.

 

제타는 국내 AI업체 스캐터랩이 개발한 AI 캐릭터 기반 대화 플랫폼으로 이용자는 캐릭터 이름, 성격, 세계관을 설정한 가상의 인물과 대화할 수 있다. 지난 3월 같은 분석업체가 조사했던 AI 챗봇 앱 사용시간 자료에서도 제타는 챗GPT와 크랙, 그롯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로 분석을 확대해도 유사한 흐름이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의 지난 4월 보고서를 보면 올 1분기 AI 컴패니언(동반자) 앱의 전 세계 인앱구매(앱 안에서 아이템, 기능, 콘텐츠 등을 실제 돈으로 구매하는 결제) 매출은 전 분기 대비 약 30% 증가해 생성형 AI 하위 카테고리 가운데 가장 많이 늘었다.

 

이처럼 AI와 정서적 교류를 원하는 이들이 점증할수록 정신건강과 AI 교류의 상관관계를 진단하는 연구 역시 늘고 있다. 미국 다트머스대 의과대학 연구진들이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들과 협업으로 개발한 '테라봇'을 통해 AI와의 감정 교류를 연구한 결과, 참가자 중 8주간 이 앱을 사용한 우울증 환자들의 증상이 평균 51% 감소했다. 아울러 범불안장애와 섭식장애를 겪는 참가자의 경우 각각 31%, 19% 걱정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과 와튼 스쿨, 터키 빌켄트 대학교 연구진이 공동 진행한 'AI Companions Reduce Loneliness(AI 동반자가 고립감을 줄여준다)' 연구보고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였다. 이들은 AI 챗봇과 15분간 대화한 참가자들의 외로움 지수 감소율을 살폈는데, 사람과 대화할 때와 거의 동일한 내림세를 나타냈다. 특히 일주일간 매일 대화할 경우 지속적으로 완화하는 현상도 확인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3년부터 외로움을 보건 위협 요인으로 규정하면서 비만과 신체활동 부족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짚었다. 또한 이달 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은 개인을 넘어 국가가 관리해야 할 새로운 사회적 위험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외로움이 새로운 사회문제가 된 최근의 현실에서 AI는 유의미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AI 연애 앱 '레플리카' 이용자를 대상으로 작년 11월에 논문을 작성한 미국 테네시대와 독일 베를린공대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AI와의 소통을 통해 현실 인간관계보다 갈등이 적고 즉각적인 공감을 얻었다"며 "AI가 정서적 안정감과 소속감을 제공하고 인간관계에서 받은 외로움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대화 길어질수록 현실 기피·외로움 심화…AI 교류 이면


AI와의 정서 교류 뒤에 있을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줄리안 디 프리타스 교수는 올 3월 주요 학술지에 "AI 챗봇을 오래 사용할수록 정서적 소외감과 외로움이 오히려 더 심화된다"는 '외로움의 역설'을 입증했다고 게재한 바 있다. 같은 달 사이언스지에서는 AI와의 대화가 친사회적 의도를 약화시키고 의존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담긴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 논문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들의 경고처럼 AI에 빠져 일어나는 사고는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지난 3월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에는 구글 AI인 제미나이를 아내로 칭하면서 정서적 교류에 심취한 한 남성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유가족이 구글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지난 23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화 그녀처럼 오픈 AI의 챗GPT를 통해 '나만의 사만다(영화 속 AI 이름)'을 만든 뒤, 대화에 중독돼 결국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된 한 남자의 사건을 보도했다.

 

 

AI 대화에 매달리며 일상을 포기하고 AI 동반자 관련 사업을 구상해 자산을 모두 날렸지만, AI 망상 예방 및 치유 비영리단체 '휴먼 라인 프로젝트'의 도움을 받아 중독에서 벗어났다는 게 WSJ의 보도 내용이다. 이 단체 최고커뮤니티 책임자는 직장과 가정을 가진 이들이 AI 중독으로 1년 만에 실직하거나 이혼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규제에 나선 나라도 있다. 중국은 오는 7월 15일부터 'AI 의인화 상호작용 서비스 관리 잠정방법'을 공식 시행한다. 실제 인간의 성격, 사고방식, 대화 스타일을 따라서 이용자와 감정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서비스 제공 시 정서적 의존 및 중독을 유발해 이용자의 대인관계를 해치는 콘텐츠를 생성하면 안 된다는 게 규정의 골자다. 더불어 이용자가 극단적으로 보일 경우 즉시 정서 안정과 도움 요청을 권장하는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도 적시했다.

 

국내에서도 AI 교류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일례로 지난 2월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가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서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박현빈 교수는 "단기적으로 외로움 완화나 스트레스 해소에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현실 관계 기피나 공감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 같은 견해에 대해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전창배 이사장은 "AI가 사람들에게 위로와 도움을 주는 긍정적 역할을 하는 동시에 정서적 의존과 정체성 혼란 등 새로운 윤리적 과제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며 "AI 시대에는 기술 활용 능력뿐 아니라 AI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책임 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과 사회적 논의가 지속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