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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봐라] 우리銀, 오랜 고민 끝 꺼낸 '기업승계' 사업 첫발…정진완 행장 "멀쩡한 기업 사라져선 안 돼"

 

우리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기업승계지원센터'를 신설하고 중소기업 승계 지원에 본격 나섰습니다.

 

우리은행은 1일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중소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생산적 기업승계' 지원 방향을 공개했습니다. 간담회에는 정진완 행장을 비롯해 기업승계지원센터 윤성후 부장, 우리금융연구소 임재호 실장, 김앤장 함병훈 변호사 등이 참석했습니다.

 

 

이날 정진완 행장은 "이번 사업은 단순한 오너 가업승계가 아닌, 소중한 기술력과 일자리, 산업생태계를 어떻게 유지할지 고민하는 자리"라고 운을 뗐는데요. 사실 이 고민은 꽤 오래됐습니다. 정 행장은 "부장, 부행장 시절부터 기업승계 문제를 들여다봤는데, 작년에는 내부통제에 집중하느라 미뤄졌다"며 "이후 이제는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싶어 지난해 10월 팀을 꾸리고 올 초 기업금융센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가 이 문제를 시급하게 본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대전의 한 중소기업에 화재가 나자 현대차 생산에 차질이 생겼던 사례처럼, 핵심 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이 승계 문제로 문을 닫으면 대기업도 직격탄을 맞는 구조이기 때문인데요. 정 행장은 "99%가 중소기업인 제조업에서 승계 문제가 여러 방법으로 활성화되지 않으면 대기업도 피해를 보는 구조"라고 짚었습니다.

 

 

우리은행이 꺼낸 화두는 'MBO'와 'EBO'입니다. MBO는 기업 경영진·임원이 중심이 돼 회사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식, EBO는 임원을 포함한 종업원이 집단적으로 인수하는 방식인데요. 기존 자녀 승계가 전문성 결여나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지는 문제를 보완할 대안 중 하나로 떠올랐습니다. 실제 독일 사례를 보면 MBO·EBO 후 10년 생존율은 약 50%로 일반 기업의 10~20%와 비교해 두 배 이상 높고요.

 

지난 2월 신설된 기업승계지원센터는 현재까지 554건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며 102건의 컨설팅을 끝냈는데요. MOU 체결 기업의 67.4%가 업력 10~29년인 곳이었고, 대표 연령은 50~69세가 27.2%로 가장 많았습니다. 매출 500억 원 이하, 직원 50인 미만의 소규모 제조·도소매 기업이 주를 이뤘고요.

 

 

이날 간담회에서는 일본 사례도 소개됐습니다. 일본은 지난해 후계자 부재율이 50.1%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는데요. 우리나라보다 10년 앞서 이 문제를 겪은 일본 금융사들은 MBO 및 EBO 지원을 새 수익원이자 지역경제 인프라로 재정의했습니다. 일례로 미즈호은행은 메자닌·주식·신탁을 한 번에 제공하는 원스탑 패키지를 운영 중이며 일부 지방 신용금고는 오전엔 일반 영업을 하고 오후엔 창구 전체를 사업승계 컨설팅 전용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도입했다네요.

 

우리은행도 김앤장, 삼일회계법인, 기술보증기금 등 전문기관과 함께 단계적으로 지원 체계를 꾸리고 있는데요. 향후 5년간 M&A 금융, 인수금융, 펀드 등에 3조 원을 공급할 계획입니다. 타 은행과의 차별화 포인트에 대해 우리은행은 "이전에는 가업승계 세제 혜택에만 집중했다면, 우리는 MBO·EBO 사례까지 스터디하고 경영진·임직원 승계까지 진행하고 있다"며 "이게 우리은행의 새 사업 경쟁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방 중소기업 현장도 직접 발로 뛰고 있습니다. 기업승계지원센터 김유재 센터장은 "창원, 사천 일대 등 지방에서는 세제 혜택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부울경 지역을 집중적으로 더 찾아가겠다"고 했습니다.

 

매년 100개 기업 승계를 성공시킬 경우 약 1만 명의 고용 유지와 10조7000억 원의 산업 기반 보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우리은행 측 추산입니다. 정진완 행장은 "잘하면 외국처럼 펀드도 만들고, 10년 이후에도 올바른 기업승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