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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코체크] 전자발찌 채웠는데 경보는 문자로? 2년 만에 잡는 허점

경찰-법무부, 스토킹 가해자 실시간 위치추적 시스템 구축 착수

[IE 사회] 스토킹 가해자에게 전자발찌를 채워 피해자에게 접근하면 법무부 관제센터에서 경보가 울린다. 그런데 이 경보를 경찰에 전달하는 방식이 MMS(Multimedia Messaging Service) 문자라 피해자는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전자발찌는 21세기 기술인데 경보 전달은 20세기 방식이었던 것.

 

경찰 112 상황실은 문자를 받아 건건이 접수하고 위치 확인 후 출동 지령을 내렸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다가가는 긴박한 상황에서 이 수동 과정이 골든타임을 잡아먹었다.

 

경찰청과 법무부는 스토킹 잠정조치로 전자장치를 부착한 가해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대응하는 시스템 구축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10일 밝혔다. 올해 경찰청 33억900만 원, 법무부 8억9400만 원, 총 42억300만 원을 들여 12월까지 연계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신당역 이후 4년, 법은 만들었으나 시스템은…


경찰청과 법무부가 이날 배포한 '"스토킹 가해자 이동 경로를 눈으로 보며 대응한다"... 경찰청-법무부, 실시간 위치추적·대응 시스템 개발 착수'라는 제하의 보도자료 내용을 살피면 이번 사업의 출발점은 지난 2022년 9월 1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20대 역무원이 전 동료의 스토킹 끝에 목숨을 잃었다. 피해자는 두 차례 고소했지만 법원은 가해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실효적 보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사건은 스토킹 대응 체계 전체를 흔들어 2023년 7월 스토킹처벌법이 개정돼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삭제하고 처벌을 강화했다. 다음 해인 2024년 1월 12일에는 고위험 가해자에게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잠정조치 제도를 시행했다. 법무부가 가해자에게 전자장치를 부착하고 접근 여부를 관제하며, 경보 발생 시 경찰이 현장 출동과 피해자 보호를 맡는 구조다.

 

 

다만 법은 만들어졌으나 시스템이 연결되지 않아 간극이 생겼다. 법무부와 경찰이 각각 독립적으로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경보 통지는 112 문자(MMS) 신고 방식에 의존했다.

 

문자를 받은 112 상황실이 접수하고 장치 위칫값 확인 후 발생지 지정을 거쳐 출동 지령을 내리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됐다. 출동한 경찰관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실시간 위치를 알 수 없어 현장에서 발견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추진 중인 사업을 완료하면 법무부 관제센터의 경보가 112시스템에 자동 접수·지령되고, 출동 경찰은 가해자의 실시간 이동 경로를 화면으로 확인하며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위험경보 발생부터 현장 대응까지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구조다.

 


"걸리면 잡는다" 자동 접수, 실시간 추적으로 전환


전자장치 부착 제도의 활용은 빠르게 늘고 있다. 잠정조치 3호의2(전자장치 부착) 신청 건수는 2024년 325건에서 2025년 858건, 2026년 4월 기준 962건으로 급증했다. 보도자료를 보면 현재까지 전자장치를 부착 중인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한 사례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아 부착 자체의 억제 효과를 확인했다.

 

그러나 부착에 이르지 못하는 사례가 여전히 많다는 점은 과제다. 올해 5월 국회입법조사처가 '스토킹 행위자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내놓은 보고서는 지난해 경찰이 858건을 신청한 전자장치 부착 잠정조치의 법원 인용률은 37.1%(318건)에 그친다는 내용을 담았다.

 

올 3월 경기 남양주에서는 접근금지 잠정조치만 내려진 채 전자장치가 부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스토킹 피해자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스템을 아무리 정교하게 연동해도 전자발찌가 채워지지 않으면 작동할 수 없다.

 

해외 일부 나라는 한발 앞섰다. 스페인은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위성항법시스템) 전자장치와 근접 알림을 결합한 COMETA 시스템을 이미 2009년부터 국가 단위로 운영 중이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면 관제센터와 경찰에 실시간 경보가 자동 전달되는 구조로 유럽에서 가장 성공적인 모델이라는 평가가 따른다.

 

이와 함께 영국 정부는 올해 3월 1억 파운드(11일 하나은행 기준 약 2046억 원)를 투입해 GPS 전자감시를 대폭 확대하고,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일정 거리 이내로 접근하면 보호관찰관에게 자동 알림이 울리는 근접 모니터링 체계를 시범 가동했다. 네덜란드와 호주도 유사한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가 이제 구축하려는 경찰-법무부 실시간 연동 시스템은 이들 국가에서는 이미 작동 중인 것으로 부착 인용률을 높이는 제도적 보완이 함께 이뤄져야 사각지대가 줄어든다는 실천적 화두를 전한다.

 

이날, 현장 경찰관이 가해자 이동 경로를 한눈에 확인하면 실질적 피해자 보호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한다는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의 제언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전자장치 부착 잠정조치가 현장에서 적절히 작동하도록 제도적 보완과 시스템 개선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역설했다.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플러스 생활정보

 

스토킹 피해를 당하고 있다면 112에 즉시 신고. 경찰은 스토킹 행위자에게 접근금지, 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 등 긴급응급조치를 내릴 수 있으며 반복·고위험 사례에는 법원에 전자장치 부착 잠정조치 신청 가능.

 

스토킹처벌법은 2023년 개정으로 반의사불벌죄가 삭제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수사와 기소 가능. 아울러 가해자의 합의 종용에 응할 필요가 없으며 피해자 보호 관련 상담은 여성긴급전화 1366(24시간), 경찰청 범죄피해자지원센터(1577-1295)로 연락. 긴급 시에는 112 신고가 가장 신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