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까지의 학창시절을 인천에서 보낸지라 자의반타의반(?)으로 SSG 랜더스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야구 규칙을 알게 되고 제대로 보면서 응원한 팀은 지난 1987년 태평양화학(지금 아모레퍼시픽)에 팔린 청보 핀토스가 처음이었죠.
SSG에서 미래 에이스감으로 꼽는 우완 신인 기대주 김민준이 이달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쏠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삼진 6개, 사사구 1개로 호투하면서 산발 안타 4개로 두산 타선을 무실점 봉쇄했습니다.
데뷔 이후 최고의 투구를 선보인 김민준은 올 6월 초 1군 데뷔전 이래 다섯 번째 선발 등판에서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는 개인 역사를 썼네요. 청보에서는 1985년 7월 2일 좌완 정성만이 9이닝 동안 MBC 청룡 타선을 1실점으로 틀어막으면서 퀄리티스타트를 훌쩍 넘은 완투승을 거둔 역사가 있습니다.
지난 편에서는 퀄리티스타트라는 야구 지표를 시작으로, 의료·건설·기업경영·투자 등 사회 곳곳에 작동하고 있는 '제 몫'의 기준선을 살폈죠. 기준 미달에는 구체적인 대가가 따른다는 공통점을 찾았지만 기준이 있어도 페널티가 작동하지 않는 곳이 있다는 문제 또한 짚었습니다.
명칭만큼 프로답지 못한 직업군
기준 미달의 프로라면 2군에 내려가든지 팀에서 퇴출당하는 것이 운동선수로는 당연한 조치지만 우리 사회에는 퀄리티스타트는커녕 보기 힘들 만큼 한심한 모습을 보여도 철밥통을 지키는 리그가 여러 곳 실재합니다. 국회의원이라는 직업도 여기 해당하죠.
임기 초 국회법 제24조에 의거해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선서하는 이들이 성실히 수행해야 할 기본 업무 중 하나는 본회의 출석입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현행 국회법에는 국회의원의 본회의 출석의무가 명시적으로 규정되지 않았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청가(請暇), 즉 휴가에 관한 규정은 국회법 제32조에 있고 무단결석 시 특별활동비를 감액하는 규정은 1994년부터 존재합니다. 국회의원의 월 세비는 약 1500만 원대지만 감액 금액은 결석 1일당 3만 1360원에 불과하죠.
2023년 5월, 정보공개센터가 21대 국회 본회의 출석 현황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35개월간 열린 129회 본회의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은 의원은 당시 김진표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 두 명뿐이었습니다. 전체 316명 의원 중 출석률 90% 이상은 201명에 그쳤고 무단결석이 절반 이상인 의원도 있었죠.
명확히 비교되는 타 국가들의 특활비
2023년 8월 나온 '국회의원의 출석의무와 청가 제도: 국내·외 비교와 과제'라는 제하의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를 보면 프랑스 하원의회는 의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위원회 업무에 월 3회 이상 출석하지 않으면 세비 월액의 25%를 감액합니다. 본회의 표결 참여율이 한 회기당 3분의 2 이하이면 세비를 최대 3분의 2까지 삭감하고요.

스위스 연방의회는 아예 출석한 의원에게만 1일 회의수당 440스위스프랑(8일 하나은행 고시환율 기준 82만45원)을 지급합니다. 출석하지 않으면 돈을 받을 수 없죠.
출석의무를 법에 명시한 미국 연방의회는 의결정족수 미달 시 불출석 의원을 강제로 구인해 출석시킬 수 있는 규정은 물론 세비 삭감 근거도 마련했습니다. -다만 1914년 이후 실제로 이 규정에 따라 세비를 삭감한 사례는 없다고 하네요-
공무원 성과평가의 그림자
우리나라도 공무원의 세계는 국회와 다릅니다. 공무원 성과평가 등에 관한 규정은 근무성적평정 제도를 통해 공무원 개인의 업무 성과를 측정하도록 하고 있죠. 규정에 의거해 평가 후 최하위등급을 받은 공무원은 성과면담을 받아야 하고 성과급 차등 지급의 근거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하위등급을 받았다고 직위 해제나 전보 같은 직접적 인사 조치까지 곧장 이어지는 게 아니라 면담 결과가 구체적인 제재로 이어지는 경로는 모호하죠.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구조적 한계도 있고 상위 평가자가 하위자에게 낮은 점수를 주는 것 자체를 꺼리는 관행 같은 조직 문화도 오래 이어져 왔습니다.
이에 올 4월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가 성과평가 제도 전면 개편을 발표했는데요. 근무성적평정 결과를 본인에게 반드시 통지하고 성과급 최상위등급 대상자 명단을 전체 직원에게 공개한다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기준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방향 자체는 맞지만 핵심은 결국 기준 미달에 대한 실질적 페널티 부여 여부겠죠.
기준이 기준다우려면
존 로가 퀄리티스타트 지표를 만든 건 1985년으로 그전에는 선발투수의 성과를 승패로만 판단했습니다. 로는 잘 던지고도 타선의 침묵으로 패배의 멍에를 떠안는 투수들을 위해 과정의 질을 따로 측정하는 기준을 만든 거죠.
하지만 이 기준 또한 그 자체로는 수치일 뿐입니다. 퀄리티스타트가 의미를 갖는 건 연봉 협상과 로테이션 편성에 반영되기 때문이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적정성 평가는 가감지급이라는 금전적 논리, 건설산업기본법의 시공 품질 기준은 영업정지라는 제재에 기인합니다. 상법의 선관주의의무가 단순 훈시 조항이 아닌 건 399조가 손해배상과 맞닿는 까닭이고요.
기준은 결과가 따를 때 비로소 기준이 됩니다. 국회의원의 본회의 출석에는 기준이 없거나, 있다손 치더라도 결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결석 1일당 3만1360원이라는 금액은 기준의 형태지만 실질적인 행동 변화를 유도하지 못하죠. 프랑스가 세비의 25%를 걸고 스위스가 출석에 수당을 연동하는 이유는 뭘까요?
제 몫에 대한 질문이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 국회의 구성원인 국회의원들에게 유효하지 않다면 시스템의 문제부터 되짚어야 합니다. 당연히 이 시스템을 요구할 수 있는 건 이들에게 대표성을 부여한 우리 국민이어야 하고요.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