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 사회] 연일 이어지는 사람 잡을 무더위에 횡단보도와 보도 앞 파라솔형 그늘막이 시민들이 잠시 햇볕을 피하는 대표적 생활밀착형 폭염 저감시설로 자리 잡았다. 올여름이 1904년 기상관측 이래 122년 만의 최고기온을 경신하면서 한 그늘의 중요성도 더욱 커졌다.
행정안전부가 7일 배포한 '폭염 속 태양을 피하자, 그늘막 설치 확대'라는 제하의 보도자료를 보면 전국 그늘막은 3만9514곳으로 집계됐다. 접이식이 3만351곳, 기온과 바람을 감지해 자동으로 여닫는 스마트 그늘막이 9163곳이다. 처음 전수조사를 한 지난 2019년 5662곳과 견주면 7년 새 7배가량 늘었다.
증가세는 폭염 예산과 방향을 같이 했다. 그늘막 설치를 뒷받침하는 폭염 대책비(재난안전특별교부세)는 2019년 35억 원에서 2023년 184억 원, 지난해 500억 원까지 불었고 올해는 300억 원을 지방정부에 지원했다.
검정 차양막에서 스마트 그늘막까지
그늘막의 뿌리는 2006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방방재청(지금 행정안전부)이 그해 여름철 폭염종합대책에 개별 주택 대상 차양 그늘막 999개 지원을 담으면서 공식 문서에 처음 등장했다.
도심 보행자용 그늘막은 2015년 6월 서울 서초구가 보행신호를 기다리는 시민을 위해 설치한 파라솔형 접이식 '서리풀 원두막'이 첫 사례로 높이 3.5m, 최대 폭 5m의 이 시설은 성인 20명 안팎이 동시에 햇볕을 피할 수 있는 구조다.
제도는 뒤따라 정비돼 2017년 국토교통부가 그늘막을 도로 부속 시설물로 인정하며 안전·규격 요건을 세웠고 2019년 행정안전부가 폭염대비 그늘막 설치·관리 지침을 제정해 설치 기준을 표준화했다. 서리풀 원두막은 2023년 정부혁신 최초·최고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기반이 갖춰지자 지방자치단체는 기술을 얹었다. 서울 광진구는 기온·바람 감지 스마트 그늘막을 도입하며 한파쉼터를 무더위쉼터로 전환했고 부산 북구는 물안개 분사장치(쿨링포그) 결합형, 충남 천안시는 어린이 보호구역에 옐로우카펫 연계 노란 그늘막과 고령자용 원형의자 겸용 그늘막을 설치했다.
비용은 유형에 따라 다른데 조달청의 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에 올라온 지자체 계약 사례를 종합하면 파라솔형 접이식 그늘막은 개당 약 170만~200만 원, 사물인터넷과 태양광을 결합한 스마트 그늘막은 약 800만~850만 원으로 4배가량 비싸다. 스마트 그늘막은 강풍 시 원격으로 접을 수 있어 안전과 인력 절감에 유리하나 초기 단가가 높아 비용 대비 효율을 함께 따져야 한다.
이런 가운데 기후변화로 폭염이 일상화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정부의 가장 중요한 책무인 만큼 생활밀착형 폭염저감시설을 지속 확충하겠다는 게 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의 제언이다.
해외의 시선, 그리고 다른 그늘
한국형 거리시설에 대한 바다 바깥의 관심은 꾸준하다. 서울 성동구가 전국 처음 도입한 스마트쉼터와 스마트횡단보도는 202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공부문 혁신 사례로 선정돼 OECD 공공혁신협의체(OPSI) 누리집에 등재됐다.
같은 해 페루 리마시 정책연수단이 성동구를 찾는 등 해외 지자체의 벤치마킹도 이어졌다. 다만 이는 냉난방 설비를 갖춘 스마트쉼터로 횡단보도 그늘막과는 다른 시설이며 그늘막 자체는 일본인 관광객 사이에서 호평받는 수준이다.
정작 폭염 대응의 방향은 나라마다 다르다. 프랑스 파리는 올해까지 나무 17만 그루 식재를 추진하며 미스팅 분무기와 급수대, 냉방 공공건물을 '쿨 아일랜드'로 운영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냉방 피난처인 쿨링센터, 호주 시드니는 급수대와 물분사 팬을 두고 미국 애틀랜타는 열을 반사하는 쿨루프를 넓혔다.
영국 런던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친 고심 끝에 도시 전역 폭염계획을 내놓으며 냉방 공간과 급수, 도시녹화 확대 방침을 전했다. 개별 시설을 촘촘히 까는 한국과 달리 가로수와 녹지, 냉방 피난처로 도시 전체의 그늘을 넓히는 접근방식의 차이가 있다.
그늘막은 값싸고 빠르게 그늘을 만드는 현실적 해법이나 설비 단가와 유지비, 나아가 가로수와 녹지 같은 근본적 그늘 인프라까지 함께 셈해야 그늘 한 평의 값이 온전히 드러난다. 몇 개를 세웠는지도 중요하지만 얼마를 들여 얼마나 보탬이 되는 그늘을 남겼는지도 꾸준히 살펴 연말 보도블록 정비처럼 헛된 낭비사례로 기록되지 않게 해야 할 때다.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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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 생활정보
폭염 중대경보는 체감이 아닌 생명 위협 수준의 극단적 더위에 대한 경고로 38℃ 이상일 때 발령, 2026년 6월부터 시행. 발령 시 필수 업무 외 야외활동의 즉시 중단·연기 권장. 무더위쉼터는 냉방·그늘을 갖춘 공공 피난처로 재난안전24(前 국민재난안전포털) 홈페이지(https://www.safekorea.go.kr/safekorea-kor/main/main.do)와 안전디딤돌 앱에서 위치 검색 가능.
온열질환 예방의 기본 수칙은 물·그늘·휴식이며 갈증을 느끼기 전 규칙적 수분 섭취, 낮 시간대 야외활동 자제, 어지럼·두통·메스꺼움 등 이상 증상 시 즉시 시원한 곳 이동 요구. 홀로 지내는 고령자와 온열질환 고위험군은 상시 안부 확인 필수. 냉방기기가 없는 취약계층은 지자체 무더위쉼터와 냉방시설 이용 권장, 이웃 간 살핌도 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