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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코체크] 태극기, 다는 법과 보내는 법

낡으면 소각이 예우…광복절 게양 앞두고 본 국기 규범

[IE 사회] 오는 15일 광복절을 이틀 앞두고 거리와 아파트 난간에 태극기가 하나둘 걸린다. 정부는 제81주년 광복절을 맞아 태극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할 수 있는 여러 행사를 기획했다.

 

광복절 하루만큼은 많은 국민이 직접 태극기를 달고 여의치 않더라도 '내 손안의 태극기' 등 각자의 방식에 맞춰 마음을 모아 광복의 의미를 되새겼으면 한다는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의 제언도 진심으로 다가온다.

 

행정안전부가 13일 배포한 '일상에서 함께하는 태극기, 제81주년 광복절 맞아 온오프라인 캠페인 전개'라는 제하의 보도자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농협과 함께 만든 국가상징 키캡 열쇠고리를 나누고 CU편의점과 태극 상품 수익금 일부를 독립운동가 이태준 선생을 기리는 몽골 기념공원에 기부하는 등 온오프라인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으로 실물 태극기를 달기 어려우면 휴대전화 배경으로 쓰는 '내 손안의 태극기'도 배포한다.

 

이처럼 국민의 애국심을 대변하는 태극기 게양 방법은 비교적 널리 알려졌으나 언제부터 언제까지 달고 낡은 국기를 어떻게 보내며 훼손을 어디까지 벌하는지를 규정한 규범은 대부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이런 사정은 외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기를 대하는 방식들


대한민국국기법과 국기의 게양·관리 및 선양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국기는 3·1절과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등 5대 국경일과 국군의 날에 달고 현충일에는 조기로 단다.

 

매일 다는 곳은 오전 7시에 올려 3~10월은 오후 6시, 11~2월은 오후 5시에 내린다. 심한 눈·비와 바람으로 훼손이 우려되면 게양하지 않는다. 가정에서는 밖에서 바라볼 때 대문 중앙이나 왼쪽, 공동주택은 난간 중앙이나 왼쪽에 단다.

 

미국도 얼개는 비슷하다. 미국 국기법을 기재한 연방법전 4편을 보면 국기를 원칙적으로 일출부터 일몰까지 달되 야간에는 조명을 비추면 24시간 게양할 수 있도록 한다. 악천후에는 전천후기가 아니면 달지 않는다.

 

다만 이 조항들은 '해야 한다(shall)'가 아니라 '하는 게 좋다(should)'는 권고라서 어긴다고 처벌받는 시민은 없다. 백악관을 비롯해 이 나라 국립 역사 유적지인 포트 맥헨리 등 여덟 곳은 법적 근거를 지켜 밤에도 국기를 내리지 않는다.

 

낡은 국기를 보내는 방식에서는 여러 나라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데 상당수 나라가 소각을 최고의 예우로 삼는다. 우리나라는 낡은 태극기를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국기 수거함에 넣으면 소각 처리한다. 때가 묻거나 구겨진 정도면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세탁·다림질해 다시 쓸 수 있다.

 

미국은 게양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국기를 위엄 있게, 되도록 태워서 폐기하도록 하며 재향군인단체가 은퇴식을 연다. 다만 오늘날 나일론·폴리에스터 국기는 태울 때 유해가스가 나와 환경당국이 우려를 표하는 실정이다. 인도는 손상된 국기를 소각하거나 매장해 조용히 보내도록 한다.

 


국기 규범의 난제…상징과 표현의 자유


같은 소각이라도 항의의 표시로 태우면 얘기가 다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1989년 텍사스 대 존슨 사건에서 국기 소각을 표현의 자유로 보호할 수 있다고 판단해 국기 모독 처벌 시도에 잇달아 무효 판결을 내렸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형법 제105조로 대한민국을 모욕하기 위해 국기를 손상·제거·오욕한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 자격정지, 7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다만 모욕할 목적이 있어야 성립하는 목적범이어서 검찰이 그 목적을 입증해야 하는 만큼 실제 처벌 문턱은 높다. 헌법재판소는 2020년 이 조항을 합헌으로 결정했다. 이런 가운데 외국 국기를 모욕할 목적으로 훼손하면 형법 제109조를 근거 삼아 더 가볍게 처벌한다.

 

처벌의 강도도 제각각이다. 미 의회도서관(Law Library of Congress)의 각국 국기모독 처벌 비교를 다룬 자료대로라면 독일은 연방기를 공개적으로 모독·훼손하면 최대 3년 징역에 처하나 헌법재판소는 시위 중 소각 유죄를 표현의 자유와 견줘 재심리하도록 환송한 바 있다. 프랑스는 공개 행사에서 국기를 모욕하면 처벌하고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도 벌칙을 둔다. 영국은 국기 모독죄 자체가 없다.

 

시의성 있는 사례는 일본으로 그간 형법을 기준 삼아 외국 국기 손괴만 처벌하고 자국기인 히노마루 훼손은 벌하지 않았으나 형평성 논란 속에 지난달 참의원을 통과한 국기손괴등처벌법을 오늘부터 시행한다.

 

국기를 공개적으로 훼손·제거·오손해 다른 사람에게 현저한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주면 2년 이하 구금형이나 20만 엔(약 186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법안이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있어 일본 헌법학자 199명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이라는 성명을 냈다.

 

결국 국기를 다루는 규범은 그 사회가 상징과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 어디에 무게를 두는지에 따라 양상이 갈린다. 지금까지 보낸 올해를 되짚으며 태극기 다는 법을 넘어 낡은 국기를 어떻게 보내고 훼손을 어떻게 볼지까지, 이번 광복절은 국기의 예우를 되짚어 보기에 맞춤인 날이다.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