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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 올해 말복은 왜 스무날 만에 올까

내일은 삼복 중 마지막 말복입니다. 지난달 25일 중복에서 꼬박 스무날 만이죠. 그런데 초복에서 중복까지는 열흘이었습니다. 마지막 복날만 왜 곱절을 기다려야 할까요? 무더위가 그만큼 길어져서일까요? 말도 안 된다는 건 저도 잘 압니다

 

답은 날씨가 아니라 달력에서 찾을 수 있는데요. 달력이라고 하면 음력 때문이라 여기기 쉽지만 복날은 설이나 추석처럼 음력 며칠로 못 박힌 날이 아닙니다. 초복은 하지 뒤 세 번째 경일(庚日), 중복은 네 번째 경일, 말복은 입추 뒤 첫 경일이죠.

 

낯선 건 '경일'입니다. 옛사람들은 날짜에도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 열 글자를 차례로 붙였는데, 그 일곱 번째가 경(庚)입니다. 열 글자가 한 바퀴를 도니 경일도 열흘마다 돌아오죠. 복날 사이가 기본 열흘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초복에서 중복까지 꼭 열흘이었던 것도 그래서고요.

 

그런데 말복만 셈하는 기준이 다릅니다. 초복과 중복은 하지에서 세지만 말복은 입추가 지나야 그 뒤 첫 경일을 말복으로 치죠. 올해 입추는 8월 7일이지만 중복에서 열흘 뒤 돌아오는 경일은 8월 4일로 사흘 이르죠. 결국 그다음 경일인 8월 14일까지 열흘을 더 기다립니다.

 

 

이렇게 세 복날이 열흘씩 나란히 떨어지는 해를 매복(每伏), 올해처럼 중복과 말복 사이가 스무날로 벌어지는 해를 월복(越伏)이라 칭하죠. 말복이 그달을 넘기지 않으면 매복, 달을 넘겨 오면 월복인 것이고요. 올해는 8월 4일이 자격을 잃고 열흘을 건너뛴 탓에 스무날짜리 여름, 곧 월복의 해가 됐습니다.

 

말하자면 삼복은 두 개의 다른 달력을 겹쳐 만든 날입니다. 하나는 하지와 입추처럼 태양의 위치로 정하는 절기의 눈금이고, 다른 하나는 열흘마다 도는 경일이라는 옛 날짜의 눈금이죠. 평소에는 두 눈금이 나란히 맞아 복날이 열흘 간격으로 떨어지지만, 올해처럼 경일 하나가 입추 문턱을 아슬아슬하게 앞질러 버리면 한 칸이 건너뛰어지고 사이가 스무날로 늘어납니다.

 

국립민속박물관도 복날을 절기 그 자체가 아니라 하지와 입추를 기준으로 쇠(金)의 기운을 뜻하는 경일을 잡아 정한 세시라고 풀이합니다.

 

왜 하필 경일이냐고 묻는다면, 여기엔 오행의 셈이 깔려 있습니다. 경은 다섯 기운 가운데 쇠(金)에 속하고 쇠는 가을을 상징하는데, 한여름 드센 불기운에 뒤따라오려던 가을의 쇳기운이 세 번 눌려 엎드리는 때를 초복·중복·말복으로 봤죠. 삼복을 삼경(三庚)이라 달리 부르는 까닭입니다.

 

그러니 올해 말복이 유난히 늦은 건 더위가 억지로 붙잡고 늘어져서가 아닙니다. 하필 경(庚) 하나가 입추 문턱을 사흘 먼저 넘어간 결과일 뿐이죠.

 

/이슈에디코 강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