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9일부터 10월 4일 일본 아이치와 나고야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 여러 언론매체에서 다양한 보도로 대회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여러 소식 중 생애 첫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우리 육상 단거리 기대주, 예천군청 소속 스무 살 청년 나마디 조엘진 선수의 인터뷰에 시선이 쏠렸죠.
부친이 나이지리아인, 모친이 한국인으로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자란 조엘진 선수는 이달 27일 국내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100m를 9초대에 진입하는 선수가 되도록 열심히 하겠다는 포부를 전했습니다.
올해 초 어머니가 기록 향상의 염원을 담아 선물한 금반지를 착용한 후부터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계속 좋은 성적이 나오는 만큼 메달 욕심도 계속 생기는 것 같다는 훈훈한 얘기도 들을 수 있었고요. 이처럼 희망찬 욕심만 있다면 세상은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요?
황제는 2월을 훔치지 않았다
달력에는 욕심과 관련한 꽤 그럴듯한 얘기가 엮여 있습니다. 7월(July)에 자기 이름을 남긴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달이 31일인 걸 본 아우구스투스가, 자기 이름을 붙인 8월(August)이 하루 짧은 게 못마땅해 2월에서 하루를 빼앗아 8월에 보탰다는 구전이죠.
그 바람에 2월은 28일로 쪼그라들고 8월은 31일이 됐다는 겁니다. 황제의 허영에 애꿎은 2월만 손해를 봤다는 어딘가 믿기지 않는 줄거리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사실이 아니었고요. 아우구스투스의 이름이 붙기 전, 8월의 이름은 라틴어로 '여섯 번째'를 뜻하는 'Sextilis(섹스틸리스)'였습니다. 그리고 이 달은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달력을 개혁했을 때 이미 31일이었죠.
카이사르는 기원전 46년, 엉망이 된 로마 달력을 대대적으로 손봤습니다. 계절과 석 달이나 어긋난 달력을 바로잡으려 그해를 무려 445일로 늘려 '혼란의 해(annus confusionis)'라 불렸고, 알렉산드리아 천문학자 소시게네스의 자문을 받아 이듬해부터 쓸 새 달력을 짰죠.

이 개혁에서 평년 355일에 열흘을 더하며 29일이던 1월과 8월, 12월에는 각각 이틀, 4·6·9·11월에 하루씩 더 붙인 이 율리우스력은 기원전 45년부터 시행됐습니다. Sextilis가 'Augustus'로 바뀐 건 한참 뒤인 기원전 8년입니다.
로마 원로원의 결정문을 전한 마크로비우스의 기록을 보면, 아우구스투스가 처음 집정관이 된 일부터 이집트 정복과 내전 종식까지 그의 중요한 사건이 죄다 이 달에 몰렸다는 게 개명의 이유였죠. 생일이 있는 9월 대신 행운이 따른 8월을 고른 거겠죠?
31일을 차지하려 2월의 하루를 훔쳤다는 누명은 13세기 학자 요하네스 데 사크로보스코(Johannes de Sacrobosco)가 지어낸 얘기가 퍼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억울한 2월은 왜 홀로 짧은가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로마인이 전한 가장 오래된 달력에서 한 해는 지금의 1월이 아니라 3월에 시작했고 모두 열 달뿐이었습니다. Martius(3월)에서 시작해 Aprilis·Maius·Junius를 지나 다섯째와 여섯째는 아예 Quintilis와 Sextilis, 그 뒤로 September·October·November·December가 이어졌죠.
September의 'septem'은 7, October의 'octo'는 8, November의 'novem'은 9, December의 'decem'은 10을 뜻하는데 과거에서 현재까지 흔적이 남았죠. 지금은 각각 9·10·11·12월로 이름 속 숫자는 여전히 두 칸 앞에 머물러 있고요.
이후 1월과 2월이 들어와 열두 달이 채워지고 1월이 한 해의 시작으로 자리 잡았지만 이미 익숙해진 뒤쪽 달 이름들은 굳이 따라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순서는 바뀌었는데 이름은 옛 자리에 남았죠.
2월의 사정도 이 오래된 달력에 묶여 있습니다. 고대 저술가 켄소리누스(Censorinus)의 설명대로라면, 당시 로마인은 홀수를 길하게 여겨 대부분의 달을 29일이나 31일로 맞췄는데 355일짜리 한 해를 만들려면 딱 하나는 짝수여야 했죠. 그 몫이 28일의 Februarius로 한 해 끝자락에 있던 데다 정화와 속죄 의례에 엮인 달이었습니다.
카이사르도 달력을 고치면서 2월의 기본 길이만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대신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시간을 365일하고 약 6시간으로 보고, 네 해마다 하루를 더하는 장치를 넣었죠. 이것이 지금의 윤년으로 당시에는 '2월 29일'을 하나 붙인다기보다, 2월 말의 특정 날짜를 한 번 더 세는 방식이었고요.
11분은 참지 못하면서 수천 년 묵힌 모순
꽤 잘 만든 달력이었지만 인간이 계산한 365.25일은 자연의 시간과 완전히 같지 않았습니다. 실제 태양년은 약 365.2422일로 해마다 11분 남짓한 차이에 불과하지만 세기가 흐르면 하루가 되고 더 쌓이면 계절과 날짜가 조금씩 어긋나죠.
결국 1582년,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다시 손을 대 그해 10월 4일 다음 날을 곧장 10월 15일로 정해 쌓인 오차 열흘을 한꺼번에 걷어냈습니다. 여기에 4로 나뉘는 해는 윤년이되 100으로 나뉘면 평년, 다시 400으로 나뉘면 윤년이라는 규칙을 더했고요. 그래서 1900년은 평년이었고 2000년은 윤년이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쓰는 그레고리력이죠.
이렇게까지 정확성을 좇으면서도 달 이름과 들쭉날쭉한 날짜 수는 왜 거의 그대로 뒀을까요? 9월이 여전히 '일곱 번째 달'이라는 이름을 달고 2월만 유난히 짧으며, 7월과 8월이 연달아 31일이라도 말이죠. 틀어진 11분은 견디지 못했으나 수천 년 묵은 이름의 모순은 왜 그냥 품고 지낸 건지 의문이 가시질 않네요. 이래서 타임머신이 필요한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매일 보는 달력에는 천문학뿐 아니라 오래된 종교와 미신, 정치와 권력, 편의와 관습, 사람들의 계산과 실수가 층층이 얹혀 있죠. 완벽하게 설계한 표라기보다 수없이 고쳐 쓰면서도 이전 흔적을 지우지 않은 오래된 문서에 가깝습니다.
잘못 전해진 아우구스투스의 2월처럼 우리는 어쩌면 달력에 보이지 않는 욕심의 동그라미를 하루하루 추가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흐르는 시간을 날짜와 달과 해로 잘라 정확히 붙잡으려 한 인간의 오래된 욕심처럼 오늘을 보내고 더 나은 내일을 바라는 자신의 희망 말이죠.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