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 경제]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온도와 습도를 맞추고 먹이를 주는 공장에서 밀웜이 대량 생산된다. 쉽사리 눈에 익히기 어렵지만 농림축산식품부가 8일 강원 춘천에서 준공한 '제1호 곤충산업 거점단지'가 열어젖힌 풍경이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가 8일 배포한 '곤충산업의 새로운 도약, 곤충 단백질 소재 대량생산 시대 연다!'라는 제하의 보도자료대로라면 총사업비 200억 원을 들인 이 거점단지는 국내 최고 수준의 곤충 단백질 생산시설인 스마트 팩토리팜 1개 동과 번식용 어미 곤충을 공급하는 임대형 스마트팜 33개 동, 지원시설로 꾸려졌다.
식용곤충인 밀웜을 최대 연 1000톤 생산하며 스마트 팩토리팜에는 AI와 로봇을 활용한 생육 모니터링, 온·습도 제어와 먹이 공급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농식품부는 사육과 생산 전 과정에 '스마트 안전위생기준(HACCP)'을 전국 처음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준공식에서는 건강기능식품 제조기업 한미양행, 곤충식품기업 오엠오(OMO) 등과 원료 공급·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서에도 서명했다.
적은 자원으로 뽑는 고단백
밀웜은 갈색거저리의 애벌레로 '고소애'로도 불린다. 곤충이 대체단백질로 주목받는 까닭은 비교적 적은 사료와 토지로도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도 지난 2013년 보고서를 통해 식량·사료 자원인 식용곤충의 가능성과 함께 기존 축산보다 낮은 환경 부담에 주목했다.
영양가도 만만찮다. 농촌진흥청이 이달 2일 발표한 최신 연구자료에 따르면 고소애는 단백질 함량이 약 50%에 이르고 필수아미노산도 풍부하다. 제도도 뒤를 받쳐 국내에서 일반 식품원료로 인정된 식용곤충은 올해 6월 풀무치를 추가하며 모두 10종이 됐다.
2019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가축으로 정하는 기타 동물' 고시를 개정해 갈색거저리와 누에 등 곤충 14종을 축산법상 가축에 포함했다. 2023년 벼메뚜기와 아메리카동애등에가 추가돼 현재는 16종이다. 곤충 사육업이 축산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온 것.
문제는 소비자의 젓가락이 향할지 여부다. 영양과 자원효율이라는 장점에도 곤충을 먹는다는 인식의 벽은 여전히 산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다. 경상남도농업기술원조차 식용곤충 농가의 어려움으로 '소비 인식 한계'를 꼽아 올해 3월, 원물 대신 구미 같은 친숙한 형태의 가공 기술을 보급 중이라는 농촌진흥청의 농촌지방소식도 접할 수 있었다.
시장 수치는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는 않는다. 농식품부의 가장 최근 공식 실태조사인 2024년 자료에는 꿀벌을 제외한 국내 곤충 1차 산물 판매액은 528억 원으로 전년 473억 원보다 11.6% 늘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중 식용은 약 237억 원으로 8.0% 증가했지만 식용곤충 생산 농가 수는 1343곳에서 1239곳으로 7.7% 줄었다.
사료용 아메리카동애등에 판매액도 약 101억 원으로 전년보다 12.5% 감소했다.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어느 한 용도가 곤충산업의 확실한 출구가 됐다는 단언은 아직 내놓기 이르다.
그래서 산업은 원형 그대로 식탁에 올리는 방식보다 분말과 추출물, 기능성 소재, 고령친화식품과 환자식 등 곤충의 형태를 드러내지 않는 시장에도 공을 들인다. 농촌진흥청이 식용곤충의 확장 분야로 고령친화식품과 환자식, 기능성 소재를 연구 중인 가운데 춘천 거점단지도 특수의료용도식품(메디푸드), 친환경 단백질 바이오 소재 분야를 주요 기업 연계 시장으로 제시했다.
노벨푸드로 앞선 유럽도 진통
밖으로 눈을 돌리면 유럽이 제도 면에서는 한발 앞서 있다. 유럽연합(EU)은 2021년 말린 갈색거저리 유충을 식용곤충 중 처음 신소재식품(Novel Food)으로 허가한 데 이어 이동성 메뚜기, 집귀뚜라미, 작은거저리 유충 등을 잇달아 승인했다.
지난해 1월에는 자외선 처리한 갈색거저리 유충 분말까지 노벨푸드 목록에 올렸다. EU에서는 안전성 평가를 유럽식품안전청(EFSA)이 맡고 최종 시장 허가는 EU 집행위원회와 회원국 절차를 거친다.
미국에서도 곤충 단백질의 사료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미국사료관리협회(AAFCO)는 지난해 건조 밀웜분(Dried Mealworm Meal)을 성견용 사료의 단백질 원료로 공식 채택해 최대 30%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규제 승인이 곧 산업의 성공을 뜻하는 건 아니다. 대규모 투자를 받아 밀웜 생산시설을 키웠던 프랑스 인섹트(Ÿnsect)는 작년 12월 법정청산에 들어갔다. 미국 최대 육가공업체 타이슨푸드가 2023년 네덜란드 프로틱스(Protix)에 투자하며 미국에 대형 곤충원료 공장을 짓기로 했지만 이 계획 역시 올해 중단 상태다.
높은 생산비와 가격경쟁력, 안정적인 수요 확보가 유럽과 미국 업체에도 만만찮은 장벽이라는 방증이다.
결국 곤충은 적은 자원으로 양질의 단백질을 얻을 수 있는 유력한 미래 소재지만 사람이 먹느냐, 동물의 사료가 되느냐, 기능성 소재로 모습을 바꾸느냐를 판가름하는 잣대는 소비자 신뢰와 가격경쟁력이다. 춘천의 1000톤 밀웜이 어디로 향할지가 한국 곤충산업의 다음 장을 가를 수도 있다.
농가와 기업의 상생·협력을 강화하고 곤충산업을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 이끄는 디딤돌이 될 거점단지의 성장을 도모하고자 전주기 사업화 지원과 규제 혁신을 통해 산업 성장을 뒷받침하겠다는 게 정경석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의 제언이다.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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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식품원료로 인정된 10종의 식용곤충은 ▲갈색거저리 애벌레(밀웜·고소애) ▲쌍별귀뚜라미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굼벵이) ▲장수풍뎅이 애벌레 ▲메뚜기 ▲백강잠 ▲식용누에 ▲아메리카왕거저리 애벌레 ▲수벌 번데기 ▲풀무치. 단백질 함량이 높아 분말·바 형태 가공식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에 사용.
식품원료로 인정된 곤충은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을 충족한 안전한 원료이나, 갑각류(새우·게)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교차반응이 나타날 수 있어 섭취 시 주의. 곤충 식품은 조리·가공된 제품을 구입해야 하며 야생 곤충을 임의로 채집해 섭취하는 것은 위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