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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봐라] 선(線) 까는 배 두 척…바다 밑에서 선(先) 잡은 대한전선

 

구리값이 사상 최고가를 거듭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현지 날짜로 이달 7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가격은 올해 1월의 종전 최고가를 넘어선 뒤 9일까지 사흘 연속 기록을 새로 썼죠. 9일 장중 최고가는 톤당 1만4858.5달러였습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먹어 치울 전기를 실어 나르는 데도 결국 구리로 만든 선이 필요하다는 얘기죠. 이 케이블을 싣고 나가 바다 밑에 놓고 흙으로 덮는 일을 하는 배가 포설선(CLV, Cable Laying Vessel)입니다. 그리고 해상풍력용 포설선으로 국내에 들어온 단 두 척의 주인은 대한전선이죠.

 

먼저 있던 배가 '팔로스(PALOS)'호, 올해 새로 합류한 배가 '스칸디 커넥터(Skandi Connector)'호입니다. 대한전선은 1만1000톤급으로 해저케이블을 한 번에 7000톤까지 실을 수 있는 이 배를 인수한다고 지난 5월 14일 밝혔죠. 

 

팔로스의 적재 능력은 4400톤이니 59% 정도 더 실을 수 있는 이 배는 스스로 항해하는 자항(自航) 능력에 선박 위치를 정밀하게 붙잡아 두는 DP2(Dynamic Positioning Class 2), 케이블을 감아 두는 대용량 듀얼 캐로셀(Dual Carousel)까지 갖췄습니다.

 

선체를 해저면에 안착시키는 비칭(Beaching) 작업이 가능해 수심이 얕고 조류가 센 서해안에서도 시공 가능하며, 해상풍력 내·외부망은 물론 장거리 계통 연계와 초고압직류송전(HVDC, High Voltage Direct Current) 해저케이블까지 소화한다네요.

 

 

이렇게 잘난(?) 배인지라 돈도 적지 않게 들어 대한전선은 올 7월 2일 이 배 인수를 위해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1000억 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받는다고 알리기도 했습니다. 앞서 3월 당진 해저케이블 2공장 건설 4500억 원 지원에 이은 것인데, 수출입은행 측은 해저케이블 산업에서 생산 설비만큼 시공 역량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지원 배경으로 들었고요.

 

배는 7월 부산 감천항에 들어와 점검과 정비, 운영 인력 구성 등을 거친 뒤 지난달 12일 감천항 오리엔트조선소에서 안전운항기원제를 지냈습니다.

 

첫 현장은 영광낙월 해상풍력 사업으로 팔로스가 작년 5월 포설을 시작해 7월 초 외부망 전 구간 작업을 끝냈고, 스칸디 커넥터는 이미 깔린 케이블을 해저면 아래에 묻는 일을 담당하게 됐죠. 배에 실린 원격조종 수중로봇 트렌처로 어구나 선박 닻에 케이블이 상하지 않게 하는 작업입니다.

 

여기서 스칸디 커넥터 영입의 뿌듯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데요. 그전까지 국내 해저케이블 공사는 외국 배를 빌려 써야 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으로 포설선 수급이 빠듯해 일정을 남의 배 스케줄에 맞춰야 했죠.

 

대한전선이 새로 짓는 대신 즉시 투입할 수 있는 고사양 중고선을 골라 온 까닭이기도 합니다. 이제 케이블을 만들고, 싣고 나가고, 깔고, 묻는 네 단계를 한 회사가 이어서 하는 이른바 턴키가 가능해졌죠. 팔로스와 스칸디 커넥터를 기반 삼아 국내외 다양한 해저케이블 사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겠다는 게 대한전선 측의 청사진입니다.

 

구리값 기사는 오늘도 내일도 헤드라인을 바꿔 달겠죠. 그 구리로 만든 선을 바다 밑에 놓는 두 척의 이름이 전력망 얘기가 나올 때마다 떠올랐으면 합니다.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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