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국회 본회의장에 뜬금없이 짐 캐리가 등장했었죠. 이달 10일, 26조2000억 원 규모의 전쟁추경 표결을 앞둔 반대토론에서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중국인 관광객 대상 '짐캐리 서비스' 예산을 비판하기 위해 영화배우 짐 캐리의 사진을 들고 나온 겁니다. 짐 운반 서비스와 할리우드 배우의 이름이 같다는 데서 비롯된 해프닝에 어안이 벙벙했죠.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을 접하니 짐 캐리 주연의 2007년작 영화인 '넘버 23'이 떠오릅니다. 평범한 남자가 어느 날 한 권의 책을 집어 든 뒤 자신의 생일과 집 주소, 이름의 알파벳 합계도 전부 23에 수렴한다는 사실에 매몰돼 광기로 물드는 모습을 보여주는 스릴러였죠.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하면 세상 모든 것이 그 숫자로 보인다는, 일종의 인지적 함정을 다룬 영화였는데 저는 23이 아니라 118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요즘 만사가 귀찮고 잠만 오는 걸 보면 무슨 병인 것 같기도 하고요 눈과 열대야 그리고 빵과 장미의 118년 정확히 1년 전 오늘인 2025년 4월 13일, 벚꽃이 흩날리는 서울에 종로구 소재 송월동 기상관측소 기준 적설량 0.6㎝의 눈이 내렸습니다. 1907년 근대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이달 6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군인이 상관의 위법한 명령을 거부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의장에게 전했습니다. 의견 표명의 계기는 12·3 비상계엄 당시 일부 병력이 명령의 정당성을 판단하지 못한 채 동원된 사례로 현재 국회에는 관련 개정안 14건이 발의된 상황이고요. 인권위는 지난 2001년 설립 이래 군 복무 환경 개선에 여러 차례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다만 최근 취객 체포 경찰 징계 권고, 교사 인권 침해 진정 전 건 반려, 윤석열 방어권 보장 권고 등 본연의 역할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 행보는 꾸준히 논란을 부르고 있죠. 사병 급여 격세지감…불어난 만큼 늘어난 위험 꼰대라고 해도 할 말은 없지만 사실 2000년대 이전 군대에서 인권위가 언급한 대로의 기본권은 군인들에게 멀고도 낯선 용어였습니다. 가장 단적인 지표가 월급이죠. 1970년 병장 평균 월 급여는 900원이었는데 그때 쌀 반가마니 2880원, 짜장면 한 그릇은 100원이었습니다. 1980년 3900원, 1990년 9400원으로 20년이 흘러도 만 원을 넘기지 못하다가 2000년에야 1만3700원이 됐고요. 노무현정부 시절 처음 대폭 인상이 시작돼 20
월드컵 개막까지 68일. 오는 6월 11일 개막하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은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국이 공동 개최하는 사상 첫 대회죠. 이 가운데 1970년, 1986년에 이어 월드컵을 세 번째로 여는 세계 최초의 국가인 멕시코는 멕시코시티, 과달라하라, 몬테레이에서 총 13경기가 열려 축제 카운트다운이 한창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28일과 이달 1일, 홍명보호는 월드컵 전 마지막 모의고사였던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코트디부아르에 0-4, 오스트리아에 0-1로 무릎을 꿇으며 2전 전패, 0득점 5실점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들고 본선을 맞이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대한민국이 속한 조별리그는 개최국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체코가 A조로 태극전사들은 6월 12일 체코전과 19일 멕시코전을 모두 과달라하라에서 치르죠. 불타는 도시에서 축구? 월드컵을 앞둔 멕시코의 풍경도 암울하기 그지 않습니다. 좌표를 한 곳만 찍자면 과달라하라. 바로, 한 달 반 전 멕시코 최대 마약 카르텔 수장의 사살로 도시 전체가 불타올랐던 그곳입니다. 지난 2월 22일, 과달라하라와 두 시간 거리의 할리스코주 타팔파. 멕시코군이 미국 정보 지원 아래 할
'영화(콘텐츠)를 좋아하는 김수경의 영화(콘텐츠)·씨네필 관련 이모저모 이야기'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주의) 대학에서 문학 관련 수업을 한 번이라도 들어봤다면 귀에 익을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핍진성(verisimilitude)인데요. 쉽게 풀자면, 이는 얘기가 실제처럼 느껴지게끔 독자가 '이럴 수 있겠다'고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에서 출발해 소설 이론의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았죠. 그런데 저는 가끔 핍진성을 따지기 전에 현실에서 내가 절대 생각할 수 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 얘기에 끌리곤 합니다. 특히 사기꾼들 얘기요. 그런 장르의 대표작이라 불리는 '리플리'부터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애나 만들기 ▲드롭아웃 ▲애플 사이다 비니거, 배우 수지의 인생작이 된 '안나'까지 이 장르라면 안 본 게 없을 정도인데요. 사람들이 이런 걸 왜 좋아하냐고 물으면 저는 두 가지를 꼽습니다. 첫째는 주인공들의 거짓말이 어디까지 통하는지, 결국 어떻게 무너지는지 보는 재미이고요. 둘째는 주인공이 왜 그런 범죄를 택하게 됐는지에 대한 과거 서사가 잘 그려질 때 오는 묘한 안타까움입니다. 통쾌함 반, 연민 반. 때문에 살짝 설정에 구멍이 좀
[악(樂)덕(후) 지주(지극히 주관적인) 무작위 음반 소개] 스물두 번째는 2017년, 세 개 나라의 국경을 허물고 어둠을 따라 규합한 슬래밍 데스코어 프로젝트 Hollow Prophet(할로우 프로핏)의 'Hellhole'. 신의 존재를 허망하게 느낄 지옥(Hellhole)에서 음울한 미래를 읊는 속이 빈 예언자(Hollow Prophet). 밴드명부터 앨범명까지 반종교적 세계관이 관통하는 이 EP 앨범은 13분이 좀 넘는 짧은 시간 동안 메탈헤드들의 머리에 지옥도를 새깁니다. 익스트림 메탈 씬에서 각자의 영역이 공고한 세 명의 뮤지션이 합류해 만든 데스코어 슈퍼그룹 할로우 프로핏의 보컬은 벤 듀어(Ben Duerr)입니다. 지난 2013년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기타리스트 크리스 와이즈먼(Chris Wiseman)과 결성한 심포닉 데스코어 밴드 Shadow of Intent(섀도우 오브 인텐트)의 프론트맨이죠. 현재 데스코어 씬의 중심에 선 섀도우 오브 인텐트의 보컬인 만큼 귀를 쪼개는 고음역대 스크리밍부터 몸속을 롤러코스터에 태우는 거터럴까지 대단한 역량을 자랑합니다. 1인 다역인 영국 출신의 잭 시먼스(Jack Simmons)는 2012년 런던에서 뭉친
이달 7일 '온 힘 다해 관악산 오르는 이유는 운?'이라는 제목으로 작성한 [짜사이]는 CJ ENM의 종합 버라이어티 채널 tvN에서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통해 소개된 개운법(開運法) 중 하나인 관악산 등산이 세간에 알려지며 덩달아 아웃도어 등산의류들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아웃도어 유명 브랜드들의 이름이 대부분 자연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설명하며 등산의 이로움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노스페이스는 알프스의 북벽, 블랙야크는 히말라야 고산지대의 동물, 컬럼비아는 미국 서부를 관통하는 강을 각각 이름으로 삼았죠. 몽벨은 프랑스어로 '아름다운 산'이라는 뜻이고요.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자연에서 이름을 빌려온 이유는 명확합니다. 극한의 환경을 견디는 강인함, 자연에 대한 경외와 도전 정신. 그런데 정작 이름을 빌려준 자연은 지금 어떤 상태일까요? 산과 강, 그리고 동물.. 문득 잘 알려진 아웃도어 브랜드들에게 이름을 빌려준 자연 경관들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노스페이스, 무너지는 북벽 노스페이스의 이름은 산의 북쪽 암벽, 그중에서도 아이거, 마테호른, 그랑드 조라스가 유명세를 떨치는 알
서울외국인포털에서 이달 12일 내놓은 보도자료를 보면 서울시는 내일부터 겨울철 동파 방지를 위해 운영을 중단했던 야외 음수대 1777대의 가동을 재개합니다. 공원관리부서, 수도사업소, 서울아리수본부가 참여하는 3단계 합동점검을 거친 것은 물론, 올해부터 수질검사 항목도 362개로 확대했답니다. 또한 연 4회 정기 수질검사 실시 후 음수대 안내판에 결과를 공개하고요. 스마트폰으로 '아리수맵'에 접속하면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음수대를 찾을 수 있고, 올해 안에 수질 정보 실시간 확인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입니다. 벚꽃보다 먼저 봄을 알려주는 계절적 장치가 음수대라니 세상이 변하긴 했네요. 아주 오래 전 이 땅의 물줄기에 이름을 붙이던 사람들은 과연 맘 놓고 물을 마셨을지 문득 궁금증이 생깁니다. 지금 그 물줄기를 이어받은 서울의 수돗물 '아리수'는 안내판에 성적표를 걸고 수질 정보 실시간 확인 시스템까지 약속하는데 말이죠. '입을 대고 못 대고' 연대적 차이 운동장에서 줄을 서 음수대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시던 기억이 납니다. 누군가의 입이 닿았던 수도곡지를 대충 슥 닦고 입을 대는 것이 자연스러웠죠. 체육 시간이 끝나면 음수대 앞은 긴 줄이 늘어섰고 기다리다
그저 어렸던 시절, 아무것도 모르고 어머니의 심부름을 하러 동네 가게로 달려가 씩씩하게 얘기했습니다. "아줌마, 후리덤 최고로 큰 거 하나 주세요." 웹서핑을 하다가 접한 이미지를 보니 과거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나네요. 눈물이 고인 건지 정말 아지랑이 같은 과거가 현재의 시야로 투영되는 듯합니다. 더 이상 생리대 심부름을 하지 않게 됐을 무렵, 아마 전 많이 자랐을 테고 어머니는 생리를 영원히 마치는 연령대로 점차 접어들고 있었겠죠. 오늘 '이리저리뷰'의 주제는 생리대가 아닙니다. 폐경 혹은 완경. 같은 현상을 두고 한쪽은 '닫혔다', 다른 쪽은 '완성됐다' 말합니다. 폐경(閉經). 닫을 폐(閉)에 지날 경(經). 의학적으로 한국 여성 평균 49.9세쯤 월경이 영구히 중단되는 현상을 지칭하며 대한폐경학회라는 관련 단체도 활동 중이죠. 그런데 23대 국립중앙의료원장을 역임했던 안명옥 산부인과 전문의가 '폐'라는 글자가 폐기물이나 폐건물의 폐할 폐(廢)와 음이 같아 좋지 않은 뉘앙스를 풍긴다며 여성 생애주기의 자연스러운 전환에 굳이 닫혔다는 표현을 써야 하느냐면서 완경(完經)이라는 명칭을 1980년대 후반에 제안했습니다. 월경을 마무리했다는 의미인 만큼 국립국어
[악(樂)덕(후) 지주(지극히 주관적인) 무작위 명반 소개] 스물한 번째는 2003년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서 파멸적 중압감을 퍼뜨리기 시작한 슬래밍 브루탈 데스 메탈(슬램 데스) 밴드 Abominable Putridity(어바머너블 퓨트리디티)의 'The Anomalies of Artificial Origin'. 밴드명인 '혐오스러운 부패'처럼 초록빛을 내며 부푼 내용물을 망치형과 전동형 고기 다짐기로 번갈아 연하게 만든 후 다시 깔끔하게 파쇄한 것 같은 이들의 본 작품은 발매와 동시에 슬램 씬을 뒤흔들었죠. 2012년 2월 말 내놓은 이들의 정규 2집으로, 슬램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필청 앨범 중 하나이자 러시아 브루탈 데스 메탈 씬이 전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드러머 알렉산더 쿠비아슈빌리(Alexander Kubiashvili)와 기타리스트 파벨(Pavel)이 2003년 결성한 이 밴드는 Katalepsy(카탈렙시), Extermination Dismemberment(익스터미네이션 디스멤버먼트) 등과 여전히 슬램 데스의 간판 역할을 하고 있고요. 1990년대, 미국의 Suffocation(서포케이션)은 브루탈 데스의 토대를
올해 첫 명절인 설 잘 보내고 계신가요? 가족들과 연휴를 즐기는 사람도 있는 반면, 연휴를 앞두고 집에서 혼자 쉬겠다는 일명 '혼명족(혼자 명절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죠. 하지만 혼자 쉬어도 명절 음식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이를 위해 편의점업계가 명절 도시락 상품을 일제히 출시했습니다. 17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명절 도시락은 늘 인기입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에 따르면 지난해 설 연휴 기간 도시락 매출은 전년 대비 19.4% 증가한 가운데 1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원룸촌, 오피스텔, 대학가 등 입지의 매출 비중은 65.1%였다고 합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 집계도 살펴보면 지난해 설 명절 도시락은 출시 후 도시락 매출 1위를 차지했는데요. 설 연휴 기간(1월 28~30일, 당일 포함 3일) 동안 2위 도시락과 매출 격차를 두 배 이상 벌렸다고 합니다. 올 설날 편의점은 이런 수요층을 잡기 위해 기존 명절 도시락보다 더욱 신경 썼는데요. 모둠전, 갈비, 잡채 등 명절에나 만날 수 있는 메뉴들을 그대로 옮긴 듯한 제품으로 구성했다고 합니다. 가격 역시 합리적인 수준에서 책정했다는데요. ◆GS25 '이달의도시락 2월 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