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 근처에서 촬영한 과속방지턱입니다. 운전대를 잡아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겪었을 겁니다. 어떤 턱은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치고, 어떤 턱은 아무리 속도를 줄여도 차 바닥이 쿵 하고 닿죠. 왜 턱마다 이리 높낮이가 다른 걸까요? 턱에도 알맞은 높이가 있다 국토교통부의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이 정한 표준 과속방지턱은 길이 3.6m, 높이 10cm입니다. 천천히 넘으면 별 무리가 없지만 빠르게 달려들면 충격이 커지도록 잡은 높이죠. 대한토목학회논문집에 지난 2016년 12월 실린 도로교통공단 임창식 박사와 최양원 영산대 교통공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영국에서 이 규격을 시험한 결과 시속 32㎞를 넘겨 지나가면 탑승자가 불쾌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고원식횡단보도의 경우 접근속도에 따라 시속 20㎞ 이하에는 6~8㎝, 시속 30㎞에는 8~10㎝가 적정하다고 분석했고요. 턱의 높이가 곧 그 길이 허락하는 속도인 셈인데 이 높이가 어긋나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5년 7월 발표한 조사에서 서울 생활도로의 원호형 과속방지턱 327개 가운데 203개, 62.1%가 높이나 길이 같은 설치 기준을 지키지 않았죠. 소비자원이 보험개발원 자
인천 제물포구 소재 인천광역시 유형문화유산 제49호로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공원인 자유공원과 외부 도로를 이어주는 홍예문(虹霓門)입니다. 소싯적에 친구들과 이곳에 올라 멀리 바다를 바라보며 초로(草露)의 한숨을 내뱉던 때가 떠오르네요. 여러 영화와 드라마 등으로 유명세를 탄 곳인데 어두운 터널 안쪽에서 입구 너머 바깥의 빛을 향해 고개를 돌리면 밝음과 푸르름을 한눈에 담을 수 있었죠. 몇 걸음이면 닿을 빛을 앞에 두고도 그저 그 자리에 머물러 있던 한때의 여유로움도 참 좋았습니다. 활짝 열려 안과 밖을 이어주는 이 피사체는 하늘이 열린 오늘과 맞닿은 얘깃거리라 더욱 좋군요. 동굴의 경계를 지우고 새 하늘을 연 오늘은 개천절입니다. 고려 후기 승려 일연이 쓴 삼국유사의 고조선 조를 보면 곰 한 마리와 범 한 마리가 같은 굴에 살면서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환웅에게 빌었다고 하죠. 환웅은 신령스러운 쑥 한 타래와 마늘 스무 개를 주며 이것을 먹고 백 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의 모습을 얻으리라 일렀고요. 곰이 여자의 몸을 얻기까지 걸린 시간은 백 일이 아니라 삼칠일, 곧 21일이었습니다. 흔히 이 얘기를 인내의 승리로 풀이하죠. 햇빛도 보지 못한 채 쓰
몇 년 전 추석 귀성길에 서평택JC 인근에서 해가 질 무렵 남긴 장면입니다. 명절마다 되풀이되는 풍경을 보며 추석 도로는 하루 중 언제 가장 막힐지 궁금증이 생겼죠. 국토교통부는 이달 20일 내놓은 추석 연휴 특별교통대책에서 귀성길은 연휴 첫날인 오늘 오전, 귀경길은 추석 당일인 25일 오후가 가장 막힐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최대 소요시간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10시간 30분, 목포까지 10시간 45분이고 거꾸로 부산에서 서울까지는 9시간, 목포에서 서울까지는 7시간 40분으로 추산했죠. 길이 붐비는 까닭도 수치로 드러나는데요. 23일부터 27일까지 닷새 동안 총 3093만 명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하루 평균 지역 간 이동 인원은 1182만 명으로 예상했습니다. 전체 이동 인원은 지난해보다 3.5% 줄지만 지난해 11일이던 대책 기간이 올해 5일로 짧아졌죠. 비슷한 인원이 좁은 틈에 몰리니 고속도로 하루 평균 통행량은 11.8% 늘어난 605만 대, 추석 당일에는 684만 대에 이를 것으로 봤고요. 그런데 눈길이 가는 대목이 있습니다. 귀경 정체의 절정은 오전이 아니라 오후라는 점이죠. 오전 내내 차례와 식사, 인사가 이어지니 길을 나서는 시각도 자연
한동안 못 본 사이 부쩍 자라 살짝 어색한 조카, 지지부진하던 누군가가 문득 두각을 드러내는 순간 등 오랜만에 마주한 것들의 성장은 느닷없는 놀라움을 건넵니다. 당사자에겐 더디기만 했겠지만 오래 떨어졌던 누군가의 눈에는 어느 날의 폭발적인 변화처럼 다가오죠. 가히 흔들어 개봉하면 터지듯 분출하며 내용물을 쏟아내는 탄산음료처럼 폭발적인 성장세라는 문구가 지나친 과장이 아님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지난 2023년 미국화학회(ACS)가 공개한 7~12세용 교육자료 '이산화탄소 풀어놓기(Unleashing Carbon Dioxide)'의 실린 내용대로라면 탄산음료의 톡 쏘는 청량감은 이산화탄소를 과포화 상태로 녹인 뒤 그 위에 다시 이산화탄소를 덮어 가둔 결과입니다. 같은 자료가 제시한 헨리의 법칙에 따르면 액체에 녹은 기체의 양은 액체 위를 누르는 그 기체의 압력에 비례하죠. 뚜껑을 닫아 병 안쪽을 이산화탄소로 채워두는 동안 이 기체가 얌전히 녹아 있는 이유입니다. 뚜껑을 여는 순간 그 압력이 사라지니, 녹아 있을 이유도 함께 사라지는 것이고요. 압력은 오르지 않았습니다 촬영한 이미지는 냉장고에서 방금 꺼낸 탄산음료입니다. 흔든 탄산이 터지는 이유를 두고 우리는
더운 날씨에 맞선 야간 러닝이 인기라고 하는데요. 집에서 쓰러지기 모자랄 시간에 야외활동을 한다는 건 추호도 생각한 적이 없는 저로선… 이달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블로그 내 식약메이트에 게재된 '밤에 러닝할 때 선크림, 꼭 발라야 할까?'라는 제하의 게시물을 보면 밤에 뛰는 러닝에서는 선크림(자외선차단제)을 꼭 바를 필요가 없답니다. 가로등, LED 조명의 자외선은 극소량이라 얼굴이 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죠. 다만 장시간 LED 노출 시에는 피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하고요. 이번 편의 이미지는 10년 전 여름, 경북 고령군 어디에선가 아웃포커스 촬영 연습을 하다가 찍은 결과물인데요. 야간 러너들의 어둠을 없애주는 여름밤 가로등 아래는 늘 부산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나방이며 하루살이 같은 날벌레들이 불빛 언저리를 정신없이 맴돌죠. 붙었다 멀어지고 다시 돌아오기를 쉼 없이 반복하는 건 빛을 좋아하는 그들의 당연한 특성이려니 생각했습니다. 달빛을 감지해 길을 잡는 곤충이 인공조명을 달로 착각한다는 설명도 제법 익숙했고요. 그런데 그들은 정말 빛을 향해 날아드는 것이었을까요? 지난 2024년 1월 3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
바닷물이 빠진 조수 웅덩이에서 소라처럼 연체동물문 복족강에 속하는 고둥 한 마리와 빈 고둥 껍데기를 집으로 삼은 여러 소라게가 함께 먹이를 뜯는 장면인데요. 바쁘다는 핑계로 몇 년간 해변 근처도 찾지 못한 신세를 한탄하며 바다 이미지를 검색하다가 찾은 무료 이미지입니다. 물론 상업적 기사에도 이용·편집이 가능하고요 어릴 때부터 작은 껍데기를 지닌 소라는 몸집이 커지는 동안 껍데기도 나선을 그리며 함께 자랍니다. 몸을 떼어 집만 옮길 수는 없으니 정확히는 집을 진 게 아니라 집까지가 몸인 거죠. 이와 달리 소라게는 소라 같은 고둥이 남긴 빈 껍데기를 빌려 살다가 몸이 커지면 더 넉넉한 곳으로 몸을 옮깁니다. 공교롭게도 소라게가 빌리는 그 집이 바로 소라가 남기고 간 껍데기이기도 하고요. 숫자는 맞다, 얘기는 글쎄… 이 생물들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어제 아침부터 눈에 밟히던 기사 제목들이 다시 떠오릅니다. 대출 규제 탓에 2030세대가 집을 가질 길이 크게 좁아졌다는 기사들이었죠. 하나같이 39세 이하 가구의 거주주택 보유율이 지난해 27.7%까지 떨어졌다는 통계를 앞세웠고요.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가구주가 39세 이하인 가
이달 주요 이슈들을 다시 파악하기 위해 지난 기사들을 훑다가 청소년의 전자담배 사용이 늘고 있지만 자동판매기 성인 인증은 허술하다는 이달 초 보도를 보게 됐습니다. 지난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청소년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2.4%로 일반 담배 흡연율 2.2%를 처음 넘어섰다고 하네요. 또 청소년의 전자담배 접근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만화 주인공 '둘리' 사진을 넣은 주민등록증 1종 등 모두 5종을 가상으로 만들어 전자담배 자동판매기 성인 인증 장치 위변조 신분증 식별 여부를 점검했더니 자동판매기 415대 중 168대에서 인증을 통과했다고 합니다. 112대는 위변조 신분증 5종 모두 인증을 통과했고요. 이에 대응해 시는 담배 자동판매기 성인 인증 제도와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 개선을 관계기관에 건의하고, 관내 모든 전자담배 판매소에 청소년 판매 금지 경고 문구를 배포·부착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니 아무쪼록 조속히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아리송한 일곱 빛깔 간만에 접한 둘리 소식이 밝지 않은 이슈라 마음까지 어두워지는 듯하네요. 둘리 주제곡은 물론이고 각 에피소드에 나왔던 노래들만 들어도 눈가가 시큰해지는 기분인데 말이죠. 둘
거의 10년 전, 더위에 허덕이기 시작하던 7월이었습니다. 서울 성곽길 트래킹 얘기만 듣고 사전지식도 없이 부암동 언저리를 걷다 창의문(彰義門) 앞에 이르러 찍은 사진입니다. 그런데 이곳 분들은 하나같이 이 문을 창의문 대신 자하문(紫霞門)이라 부르더군요. 아마 이 일대의 옛 이름이 자하였을 거라 어림짐작했었는데 결론적으로 제 짐작이 맞았습니다. 청운동 골짜기가 개성의 자하동을 닮았다 해 자핫골, 자하동으로 불렸고 그 이름이 문에 옮겨붙은 거였죠. 하지만 얼마 뒤 한 블로그에서 흑백사진 한 장에 담긴 창의문이 오랫동안 숙정문으로 알려졌었다는 글을 접했을 땐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한 채 꽤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이런 물음표 하나쯤은 누구든 일상 어딘가에 묻은 채 살겠죠? 그러다 그제 문득 다시 이 의문이 떠올랐고 퇴근 후 인터넷 검색 끝에 그 사연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판별의 열쇠는 문루, 성문 위에 얹은 누각이었죠. 창의문은 1741년 영조 때 세운 문루를 지금껏 원형 그대로 이고 있으나 숙정문은 오래도록 무지개 모양 홍예만 덩그러니 있다가 1976년에야 문루를 새로 올렸습니다. 그러니 문루가 또렷하게 얹힌 옛 사진 속 문은 숙정문일 수가 없는 거
거의 10년 전, 더워지기 시작했던 6월 전라북도 남원시의 광한루원에서 촬영한 한 컷입니다. 사전지식도 없이 춘향과 이몽룡의 사랑으로 유명한 이곳을 방문해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선하네요. 1461년 남원부사 장의국이 요천 물을 끌어다 은하수를 상징하는 연못을 파고 오작교를 놓은 것이 이 연못의 시초로, 훗날 전라도 관찰사 정철이 광한루를 크게 고쳐 지으며 물 가운데 삼신산 세 섬을 더했다는 얘기는 솔직히 그냥 그랬습니다. 물고기가 사람을 닮을 때 하지만 천상의 은하수를 본떠 만든 이 물에 사람의 얼굴을 닮은 물고기, 이른바 인면어(人面魚)가 살고 있다는 얘기는 귀에 쏙 들어왔죠. 잉어와 향어의 교잡종인 인면어는 양쪽 눈 사이 뼈가 콧대처럼 튀어나와 정면에서 들여다보면 영락없이 사람 얼굴 형상이 떠오른답니다. 이스라엘잉어라고도 불리는 향어는 본래 잉어과에서 갈라져 나온 종이라 잉어와 교잡이 가능하고요. 다만 사람을 닮은 얼굴은 대물림되는 유전 형질이 아니라 우연이 빚은 일회성의 개체변이라서 같은 모습이 2세에게서 다시 나타날 확률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죠. 인면어는 하나의 종(種)이 아니라, 자연이 어쩌다 한 번 그려낸 얼굴인 셈입니다. 이
나이가 들수록 피부에 점이 늘어나는 것도 모자라 검버섯까지 보이는 것 같아 이제부터 열심히 자외선 차단제를 바를까 고민 중입니다. 이번 편의 피사체는 집에 나뒹구는 관련 제품이고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년 만에 새로운 자외선차단 성분 사용을 허용했답니다. 현지 날짜로 이달 9일, 유기 자외선차단 성분인 '베모트리지놀'(bemotrizinol)을 선스크린에 사용 가능한 허용 활성 성분 목록에 넣은 건데 1990년대 후반 이후 이 부문 성분 추가는 이번이 처음이라네요. 업계는 이번 조치를 미국 선스크린 시장의 규제 전환점으로 본다니 과연 어떤 파장이 미칠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일반적으로 검은색 멜라닌 색소는 자외선을 흡수해 피부 깊숙이 파고드는 것을 막아주는 만큼 피부가 검은 사람이 하얀 사람보다 자외선 때문에 걸리는 피부암에 강하다고 하죠. 멜라닌 색소가 없는 백색증 환자는 피부암 조기발견을 위해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고요. 그렇습니다. 매년 6월 13일, 오늘은 국제 백색증 인식의 날. 지난 2014년 12월 국제연합(UN) 총회에서 지정해 이듬해부터 기려온 날로 올해 주제는 'Proudly in my skin(내 피부가 자랑스럽다)'입니다. 백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