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조력자로 함께 하다가 한도를 남기지 못한 순간 냉철하게 선을 긋는 프로페셔널리티(professionality)의 본보기 마통 선생. 이사 문제로 급전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한도 1000만 원인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하게 됐습니다. 한도를 모두 소진해 '–1000만 원'이 스마트폰 화면에 찍힌 게 이상하게 개운치 않아 10원을 입금했죠. 화면은 곧 '–999만9990원'으로 바뀌었습니다. 한도 소진율도 굳이 따지면 100%에서 99.9999%로 내려갔겠죠. 이제 전 분명 한도를 다 쓴 사람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신용평가회사의 눈에도 그렇게 보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기대한 효과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 10원이 얼마나 빨리 사라지는지 알고 나면 마이너스통장을 보는 눈이 조금 달라지실 겁니다. 채점표에 '100%'는 없다 우리나라 개인신용점수는 NICE평가정보와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두 개인신용평가회사(CB·Credit Bureau)가 매깁니다. NICE평가정보가 공시한 평가기준을 보면 점수는 상환이력 28.4%, 신용형태 27.5%, 부채수준 24.5%, 신용거래기간 12.3%, 비금융·마이데이터 7.3%로 짜였고요. KCB는 일반고객 기준으로 신용
"공포영화 속에서 등장하던 보험 사기가 현실에서 빈번하게 벌어지며 규모도 늘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 공개된 공포영화 '무서운 이야기2'는 오컬트 능력이 있는 보험사 직원이 야근을 하며 보험 사기로 의심되는 세 가지 사건을 살펴보면서 시작하는데요. 영화에서는 보험 사기가 공포 소재가 되지만, 현실에서 벌어지는 보험 사기는 오히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올해 상반기만 무려 6200억 원 28일 금융감독원(금감원)이 발표한 '2026년 상반기 보험 사기 적발현황 및 대응방안'에 따르면 올 상반기 보험 사기 적발 금액은 6200억 원입니다. 적발 인원은 5만3865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각각 518억 원(9.1%), 2849명(5.6%) 증가한 셈이죠. 적발 금액을 보험종목별로 보면 자동차보험이 2880억 원(46.5%)에 달해 가장 많았고요. 그 다음은 장기보험(2645억 원, 42.7%)으로 두 개를 합치면 전체의 89.2%입니다. 사기 유형에서는 '사고 내용 조작'이 3798억 원(61.3%)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 허위사고 1081억 원(17.4%), 고의사고 864억 원(13.9%) 등이
인천광역시 계양구청 남측광장과 문화로 일대가 이달 23일부터 국화 정원으로 바뀌었습니다. 계양구가 제32회 구민의 날을 맞아 내달 31일까지 여는 '제18회 가을꽃(국화 및 야생화) 전시회'로 국화와 구절초, 가든맘, 소국 등 1만여 본이 꽃 터널과 핑크뮬리길 사이를 채우고 있죠. 24일에는 강화군 화개정원이 폭포 앞 광장과 진입로에 고양이·하트 모양 국화 조형물을 세웠고 가든맘 국화와 억새, 율마로 엮은 '국화 미로'를 열어 역시 10월 말까지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함평군은 '신화의 국화동산' 주제의 '2026 대한민국 국향대전'을 다음 달 23일부터 11월 8일까지 17일간 함평엑스포공원에서 연다고 알리며 지난 23일부터 입장권 사전예매에 들어갔죠. 그런데 관련 안내를 보니 계양구는 국화 개화 상태에 따라 전시 기간이 일부 조정될 수 있답니다. 강화군은 국화가 지금 봉오리를 맺어 차례로 피어나는 단계라고 설명하네요. 어둠을 기다리는 꽃 국화는 대표적인 단일성(短日性) 식물입니다.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질 때 꽃을 피우는 식물을 이렇게 부르는데요. 이 원리를 실험으로 밝혀 발표한 건 1920년입니다. 미국 농무부(USDA) 소속 와이트먼
은행나무는 도심 그늘 제공, 공기 정화 등으로 맡은 역할을 고맙게 수행하지만 9월 하순부터 10월 중순까지 떨어지는 열매는 꺼려지는 냄새와 보행 불편, 도시 미관 저해 등의 문제를 일으킵니다. 여기 대응해 각 지방자치단체는 낙과 수집망(열매 수거망) 설치, 열매 제거 작업 등으로 쾌적한 거리 환경 조성을 도모하죠. 우리가 흔히 '은행 열매'라고 부르는 이 가을철 거리의 골칫거리는 식물학적으로 열매(과실, fruit)가 아닙니다. 과실은 속씨식물의 꽃에서 씨방이 발달해 만들어지는 구조인데 은행나무는 소나무·소철 등과 같은 겉씨식물입니다. 씨방 자체가 없으니 과실도 만들 수 없죠. 일상적인 의미에서 열매라고 부르는 것까지 뭐라 할 필요는 없지만 식물학적 관점으로 따지면 길가에 떨어진 은행은 씨앗입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식물정보 자료도 은행나무는 겉씨식물이므로 과실을 만들지 않으며 암그루에서 자두처럼 보이는 씨앗이 생긴다고 설명하고요. 과육처럼 보이는 노란 부분도 과육이 아니라 은행 씨앗을 감싼 씨껍질 가운데 바깥쪽이 두껍고 물렁하게 발달한 육질외종피(sarcotesta)입니다. 그 안에 단단한 중간 씨껍질이 있고 다시 얇은 안쪽 층이 자리하는데 우리가
올여름 유난히 모기가 안 보인다 싶으셨죠? 착각이 아니라 초여름만 해도 모기는 평년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질병관리청 감시 통계를 확인하면 지난 6월 말 모기 지수는 채집기 한 대가 하루 잡은 수 기준 119.1마리까지 치솟아 전년 같은 시기의 두 배를 넘었죠. 봄부터 따뜻한 날이 이어지며 모기가 일찍 깨어난 겁니다. 그런데 7월 말, 40도에 육박한 폭염이 판을 뒤집었죠. 한 달 사이 모기 지수는 39.6마리까지 떨어지며 대략 3분의 1로 쪼그라들었습니다. 너무 더우면 사람만 지치는 게 아니라 모기도 활동을 접는 거죠. 다만 더위가 한풀 꺾이고 비가 더 내리는 이달 말부터 9월까지, 숨었던 모기가 한꺼번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게 보건당국의 전망입니다. 문제는 이 늦여름 모기가 단순히 우리를 성가시게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거죠. 질병관리청은 6월 17일 전국에 일본뇌염 경보를 내린 데 이어 이달 13일에는 말라리아 경보까지 전국으로 끌어올렸는데요. 두 감염병 경보를 동시에 발령할 만큼 위험성이 높아진 것으로 일본뇌염 환자는 대개 8~9월에 첫 신고가 나오고 국내 말라리아도 5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집니다. 모기가 잠깐 자취를 감췄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는 얘기죠
내일은 삼복 중 마지막 말복입니다. 지난달 25일 중복에서 꼬박 스무날 만이죠. 그런데 초복에서 중복까지는 열흘이었습니다. 마지막 복날만 왜 곱절을 기다려야 할까요? 무더위가 그만큼 길어져서일까요? 말도 안 된다는 건 저도 잘 압니다 답은 날씨가 아니라 달력에서 찾을 수 있는데요. 달력이라고 하면 음력 때문이라 여기기 쉽지만 복날은 설이나 추석처럼 음력 며칠로 못 박힌 날이 아닙니다. 초복은 하지 뒤 세 번째 경일(庚日), 중복은 네 번째 경일, 말복은 입추 뒤 첫 경일이죠. 낯선 건 '경일'입니다. 옛사람들은 날짜에도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 열 글자를 차례로 붙였는데, 그 일곱 번째가 경(庚)입니다. 열 글자가 한 바퀴를 도니 경일도 열흘마다 돌아오죠. 복날 사이가 기본 열흘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초복에서 중복까지 꼭 열흘이었던 것도 그래서고요. 그런데 말복만 셈하는 기준이 다릅니다. 초복과 중복은 하지에서 세지만 말복은 입추가 지나야 그 뒤 첫 경일을 말복으로 치죠. 올해 입추는 8월 7일이지만 중복에서 열흘 뒤 돌아오는 경일은 8월 4일로 사흘 이르죠. 결국 그다음 경일인 8월 14일까지 열흘을 더 기다립니다. 이렇게 세 복날이
초복이 지나고 이제 일주일 후면 중복입니다. 지난 복날에 삼계탕집과 냉면집 앞에 줄이 길게도 늘어섰죠. 기다린 보람이었는지 한 사발 냉면의 이 시린 육수를 속 시원하게 들이켰는데 며칠이 지나 냉면이 원래는 한겨울 먹던 음식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의아했습니다. 우리가 '원래 그런 음식'이라 여겼던 것들 중 냉면처럼 뒷머리를 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거 아시나요? 온돌방에서 손 떨며 먹던 겨울 별미 '냉면' 한국민족문화대백과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다국어포털 코리아넷 등을 참고하면 냉면은 현재 여름 대표 음식이지만 고향은 한겨울입니다. 면의 재료인 메밀은 늦가을에 수확했고 국물의 뼈대인 동치미 무도 겨울이 제철이었죠. 무엇보다 냉장기술이 없던 시절, 얼음과 찬물은 여름에 아무나 구할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조선 후기 세시풍속집 '동국세시기'는 아예 냉면을 음력 11월, 동짓달의 시식으로 꼽았고요. 추운 겨울, 뜨끈한 온돌방에 앉아 이가 시리도록 찬 동치미 국수를 먹는 이냉치냉이 냉면의 원형으로 이것이 여름 음식이 된 건 20세기 들어 제빙·냉장 기술이 퍼진 뒤의 일입니다. 씹는 게 아니라 마시던 쓴 음료 '초콜릿' 달콤하게 씹어 먹는 지금의 초콜릿을 떠올
오늘은 초복입니다. 한 해 더위가 본격적으로 등 뒤에 붙는 세시의 한 고비죠. 더구나 올해는 오는 25일 중복과 내달 14일 말복 사이가 스무날이나 벌어지는 '월복(越伏)'이라 달력상 삼복 기간이 통상보다 더 길게 늘어지는 해라고 합니다. 이번 편에서는 복날의 '복'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보려 하는데요. 우선 한자로만 놓고 보면 복날의 복은 엎드릴 복(伏)입니다. 글자를 뜯어보면 사람 인(亻)과 개 견(犬)이 나란히 붙은 회의자로, 흔히 개가 사람 곁에 납작 엎드린 모양처럼 풀이되고요. 여기서 '엎드리다' '굴복하다'는 뜻이 나왔다고 보죠. 머리를 조아리는 굴복(屈伏), 무릎 꿇는 항복(降伏), 일은 않고 몸만 사리는 복지부동(伏地不動)까지 죄다 눌리고 꺾인 이미지입니다. 그런데 자전을 펴면 순서가 뒤집히죠. 후한의 허신이 지은 설문해자(說文解字)는 이를 맡을 사(司) 한 글자로 풀었습니다. 청나라 단옥재는 이 사(司)가 지금의 엿볼 사(伺)라 짚은 뒤, 개가 사람을 엿보다 짖는 것이 이 글자의 회의라 주석하면서 엎드리다(俯伏)와 숨다(隱伏)는 거기서 뻗은 파생 의미라고 못 박았고요. 그러니 길목에 몸을 숨긴 매복(埋伏), 때를 노리는 복병(伏兵),
전날 본격적으로 전국에 호우가 쏟아지면서 각종 교통사고가 발생했습니다. 20일 전국 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23분께 대전 동구 삼괴동에서 택시가 전복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또 전날 오후 8시 32분에는 고창담양고속도로 하행선 6.8km 지점에서 승용차가 빗길에 미끄러져 차량이 전소됐다고 합니다. 기상청은 올여름 평년보다 많은 비와 국지성 집중호우를 예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빗길 교통사고 치사율이 맑은 날보다 1.3배 높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는데요. 지난 17일 한국교통안전공단(공단)이 발표한 지난 2021~2025년 비 오는 날 발생한 교통사고 건수는 총 6만649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사고를 통해 1058명이 사망했으며 8만7335명이 다쳤는데요. 또 빗길 교통사고 사망자는 사고 100건당 1.7명으로 맑은 날(1.3명), 야간(1.5명)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단 측은 "빗길에서 노면이 미끄러워 제동거리가 길어지는 데다, 쏟아지는 비 때문에 시야가 좁아져 사고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고속으로 주행할 때 타이어와 노면 사이에 물막이 생기는 수막현상이 일어날 수 있어 조향과 제동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부연했고요. 타이어
우리가 생각하는 직장인의 아침 출근길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자동차에 시동을 건 후 신호를 기다리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죠. 더없이 평범한 이 동선에 이름조차 생소한 기업들이 줄곧 우리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100세 시대는 이제 익히 들었던 일반명사처럼 느껴질 정도지만 여전히 기업과는 거리가 먼 용어 같죠.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의 기업생멸행정통계를 보면, 2024년 잠정 기준으로 새로 문을 연 기업 가운데 5년을 넘겨 살아남는 비율은 36.4%에 그칩니다. 열 곳이 간판을 걸어도 5년 뒤까지 남는 건 서너 곳뿐이라는 얘기죠. 이 삭막하고도 척박한 환경에서 50년, 70년, 길게는 80년을 버틴 기업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가깝게 접하면서 이름은 한 번도 불러 준 적 없는 곳들이죠. 당신이 매일 기대는 이름들 우리를 위아래로 실어 나르는 엘리베이터의 가느다란 강철 줄, 와이어로프를 만드는 대표 기업은 지난 1945년 부산에서 출발한 고려제강입니다. '키스와이어'라는 수출 브랜드로 세계 80여 개국에 판매하는데, 정작 국내에서 이 이름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적죠. 엘리베이터는 물론 현수교를 지탱하는 케이블, 자동차 타이어 속 강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