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육면그래핀의 획기적 비밀

2021.09.23 15:20:43

 

뜸한 것 같더니 한여름 다 지나니까 모기가 극성입니다. 최근 서울시의 모기개체수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이달 첫 주 모기개체수는 지난달 같은 때보다 24% 급증했네요. 연일 30도 이상 폭염이 이어져 주춤했지만 잦은 비와 함께 찾아온 선선한 가을 날씨가 곳곳에 웅덩이도 만들어주는 등 모기 유충 발생을 돕고 있는 거죠.

 

생태계에 있으나 없으나 별로 달라지는 게 없을 거라는 논란이 분분한 모기. 아무리 효과가 좋다는 모기기피제를 사용해도 물리는 건 매한가지니 공공의 적이 될 만합니다. 모기의 흡혈을 막아줄 제품은 언제쯤 나올까요?

 

사실 모기의 움직임을 차단할 꿈의 물질이 있기는 합니다. 그 자체로 꿈의 물질이라 불리는 그래핀(graphene)이 그것입니다. 흑연에서 최초 분리해 세상에 알려진 그래핀은 흑연(graphite)과 불포화 탄화수소를 의미하는 접미사(~ene)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그래핀은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한 물질입니다. 성질을 대충 살피면 한층 두께의 탄소덩어리 주제에 강철보다 200배 강하고 구리 100배의 전기 전도도가 있으면서 면적의 20%를 늘려도 변화가 없답니다.

 

육각형 그물 구조 덕분인데 인류가 만든 물질 중 탄소 나노튜브를 제외하면 기계적으로 가장 강하다고 하네요. 아울러 투과성, 신축성과 함께 일찍부터 제품화 가능성을 보인 열전도성 덕에 얇은 필름 형식의 방열판으로 스마트폰용 쿨패드 등 이런저런 제품을 제작해 시판 중입니다. 

 

그리고 하나의 가치를 더하게 됐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8월 말경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그래핀을 활용한 모기차단법을 소개했습니다. 그래핀으로 만든 얇은 필름이 모기 흡혈 방지에 큰 효과가 있다는 건데 이 결과는 NIH 산하 국립환경 보건과학 연구소(NIEHS)의 히스 헨리 박사가 확인했고요.

 

같은 달 미국 브라운대 화학과 로버트 허트 교수 연구팀도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같은 연구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연구팀이 모집한 실험자들에게 모기 상자에 팔을 5분간 넣게 하고 얼마나 물렸는지 조사한 거고요. 맨살인 팀, 가로 세로 1인치(2.54㎝) 면적의 구멍을 낸 천 조각을 팔을 두른 팀, 이 천 조각 위에 얇은 그래핀 필름을 덮은 팀까지 3개 팀으로 나눴습니다.

 

결과만 말하면 천 조각은 제곱인치당 평균 약 10회, 맨살은 15회 이상 모기에게 피를 헌납했습니다. 필름을 덮은 팀은 단 한 방도 물리지 않았고요. 모기가 흡혈을 시도한 횟수도 맨살, 천 조각 팀의 경우 20회를 웃돌았지만 필름은 10회 정도였다고 합니다.

 

연구팀의 말을 빌리면 모기가 필름을 뚫으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는데 그래핀이 사람을 인지하게 하는 화학적 물질을 외부로 방출되지 않게 한다고 하네요. 여기 그치지 않고 모기 유인 물질을 필름 표면에 묻힌 다음 흡혈이 가능한지도 실험했더니 피를 빨지 못했답니다. 다만 물에 젖은 필름에서는 흡혈을 했다고 하니 부가 연구가 더 필요한 듯합니다.

 

그래서일까요? 2년이 다 지나갔는데 아직까지 상용화 소식은 접하지 못해서 아쉽네요. 이 획기적인 소재도 결국 이목을 끄는 공염불에 그치려나요.

 

/이슈에디코 강민호 기자/



강민호 기자 mho@issueedi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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