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도 못 알아보는 부모?" 감별, 기댈 곳은 정해졌다

2023.08.06 15:56:20

차별화한 시도로 한국화의 틀에서 벗어나 새 영역을 개척한 화가이자 수필가. 2015년 오늘, 향년 90세에 편치 않은 마음으로 세상을 떠났을 천경자 화백.

 

지난 1991년, 고(故) 천경자 화백은 우연히 국립현대미술관의 '미인도' 전시 소식을 접하고 자신의 그림이 아님을 알립니다. 이후 천 화백이 눈을 감은 지금까지도 미인도 위작 논란이 여전합니다. 

 

7년 전인 2016년 12월 검찰이 진품이라는 공식 결론을 내린데 이어 지난달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14단독 최형준 판사는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의 국가 상대 1억 원 배상 청구 소송을 원고 패소 판결했습니다.

 

이견을 중점 삼은 화제는 다시 점화했습니다. "내 자식도 못 알아보는 부모가 어디 있느냐"라며 그린이가 위작이라 목 놓아 외친 그림을 법원에서 진품이라고 재확인했으니 아마도 논란은 한동안 끊이지 않을 듯합니다. 

 

여인의 한(恨)을 개성적 화풍과 색채로 남긴 천 화백이 이승에 한을 남기고 눈을 감았을 법한 사건인 셈이죠. 위작 사건을 겪고 절필 선언 후 미국 뉴욕으로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을 정도였으니까요. 

 

 

위작 여부를 가리는 건 미술계의 묵은 과제입니다. 작가의 화풍과 색채까지 훔쳐 그릴 수 있는 그림쟁이들은 과거부터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눈과 손을 빌린 안목감정과 자문, X선·DNA 분석에 의지했던 과학감정 등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기울인 이후 조금씩 과제풀이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역시나 인공지능(AI)의 힘입니다.

 

이미 2017년 11월, 미국 럿거스 대학교와 네덜란드 회화복원작업소 연구진은 AI에게 RNN(recurrent neural network)이라는 순환신경망 기술을 익히게 했고 명화 300점을 8만 획의 개별 데이터로 인식하며 위작작가의 그림을 한 획의 데이터만으로 식별했습니다. 다만 붓질이 선명할 때만 판별이 가능해 세부 연구가 아직까지 이뤄지고 있지만요. 

 

올해 초에는 영국 노팅엄대와 브래드퍼드대가 AI로 초상화 작가를 알아내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그림 속 인물의 얼굴을 인식해 공통점을 찾는 방식이라고 하네요. 

 

또 현재 연구 중인 '적대적 생성 네트워크(GAN)' 모델로 조만간 감별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생성기와 판별기, 두 종류의 네트워크가 서로 맞서 학습하며 정밀도를 높이는 GAN은 진품을 모조하는 위작 화가와 감정사 역할을 각각에 맡겨 경쟁시키는 방법으로 능력을 키웁니다.

 

피드백을 쌓을수록 쌍방은 능력을 극한까지 높여 한 쪽이 진품과 맞먹는 그림을 그리면 다른 쪽은 또 이를 판별하는 거죠.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



전태민 기자 tm0915@issueedi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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