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15일, 뉴욕 브롱크스의 한 아파트 문이 열렸을 때 경찰과 아동복지국 직원들이 목격한 광경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14세 쌍둥이 소년들이 체중 23~24kg의 앙상한 몸으로 기저귀를 찬 채 젖병을 물고 있었기 때문이죠.
정상 체중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몸, 8세 아동처럼 보이는 외양. 64세의 엄마 리세트 소토 도메네크(Lisette Soto Domenech)는 남편의 암 투병 사망 후 2017년부터 9년간 이들을 외부와 완전히 차단한 채 영원한 유아 상태로 양육했습니다.
현지 날짜로 이달 22일 이 사건을 다룬 미국 뉴욕포스트 기사를 보면 아파트에는 유아용 시리얼과 젖병, 유아 장난감만 있었다고 합니다. 10대에게 필요한 음식도, 책도, 그 어떤 또래 문화의 흔적도 없었고요. 아이들의 성장을 받아들이지 못한 엄마가 아이들을 영원히 아기로 남겨두고 싶어 했다는 게 이웃들의 증언이었습니다.
반복되는 감금의 악몽
197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발견된 13세의 지니(Genie)는 생후 20개월부터 13년간 방 한 칸에 묶여 지낸 소녀였죠. 아버지는 소음을 극도로 싫어해 아이가 입을 열면 구타한 것은 물론, 가족 모두에게 침묵을 강요했답니다.
구출 당시 말을 하지 못했던 지니는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언어학자들의 치료 과정에서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는 데 점차 관심을 보이며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언어는 유아 수준에 머물렀지만 음악 감상과 미술 표현은 이보다 더 빠르게 발달한 거죠.
40여 년이 지난 날, 오스트리아의 암스테텐(Amstetten). 지니의 경우보다 더 끔찍한 사건이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요제프 프리츨(Josef Fritzl)은 24년간 딸 엘리자베트(Elisabeth)를 지하실에 감금하고 성폭행해 7명의 자녀를 낳게 했죠.
생후 며칠 지나지 않아 목숨을 잃은 한 아이를 제외하고 지하실에 갇힌 케르스틴(Kerstin), 슈테판(Stefan), 펠릭스(Felix)는 햇빛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외부 세계와 단절돼 생활했습니다. 반면 리자(Lisa), 모니카(Monika), 알렉산더(Alexander)는 학교에도 다니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그나마 정상적으로 자랐고요.
2008년 4월 19일, 케르스틴이 다발성 장기부전 탓에 병원에 실려 온 뒤 의료진은 그를 인공 혼수상태로 유지했습니다. 7주 후 약물을 줄이며 깨우는 과정에서 의료진은 로비 윌리엄스(Robbie Williams)의 노래를 틀었죠.
케르스틴은 호흡기 튜브를 단 채로 침대에서 팔을 흔들며 음악에 반응했습니다. 새벽 3시까지 로비 윌리엄스 음악 CD를 듣는 통에 잠들라고 명령해야 했다는 게 담당의 알베르트 라이터(Albert Reiter)와 베르톨트 케플링거(Berthold Kepplinger)의 증언이고요.
19년간 지하실에서 텔레비전으로 봤던 로비 윌리엄스 노래는 케르스틴에게 있어 외부와의 유일한 연결고리였던 겁니다.
같은 핏줄, 다른 환경
뉴욕 브롱크스의 14세 쌍둥이들은 유아의 세계에 갇혀 또래의 어떤 문화도 경험하지 못했죠. 프리츨의 지하 자녀들은 텔레비전으로만 세상을 봤습니다.
이와 관련해 1993년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연구 'Understanding Child Abuse and Neglect'는 이 같은 극단적 고립이 아동의 정체성 형성과 사회성 발달을 심각하게 저해한다고 진단합니다.
프리츨 사건의 증명은 명확합니다. 같은 아버지,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형제자매인데 지하와 지상 아이들의 삶은 완전히 달랐죠. 환경의 역할은 핏줄이 엮은 유전보다 강했던 겁니다.

물론 반대 사례도 있죠. 같은 환경에서 자란 형제자매가 핏줄의 시너지로 함께 문화를 만든 경우입니다. 한쪽에선 형제가 함께 감금당했지만, 다른 한쪽에선 형제가 함께 무대에 섰습니다.
가족, 특히 형제자매는 서로의 잠재력을 해방시키며 같이 성장하는 사람들입니다. 공간을 공유하며 음악적 해방까지 함께 이룬 밴드들, 이번 '이리저리뷰'에서 소개합니다.
밴 헤일런(Van Halen)과 AC/DC, 라디오헤드(Radiohead), 오아시스(Oasis), 세풀투라(Sepultura), 판테라(Pantera), 오비추어리(Obituary), 아치 에너미(Arch Enemy), 하트(Heart) 등 한국인들에게도 대중적인 밴드는 제외했습니다.
함께 무대에 선 핏줄들
미국 메릴랜드에서 자란 쌍둥이 벤지(Benji)와 조엘 매든(Joel Madden)은 지난 1995년 굿 샬럿(Good Charlotte)을 결성했습니다. 1999년 데뷔 이후 2000년대 팝펑크 씬을 대표하는 밴드가 됐죠.
영국 브라이튼의 쌍둥이 댄(Dan)과 톰 설(Tom Searle)은 2004년 아키텍츠(Architects)를 만들었습니다. 드러머 댄과 기타리스트 톰 형제가 장르 창시자 격인 테크니컬 메탈코어는 2010년대 메탈 씬의 새 기준이 됐고요.
스코틀랜드 출신 쌍둥이 제임스(James)와 벤 존스턴(Ben Johnston)은 비피 클라이로(Biffy Clyro)의 리듬 섹션을 담당합니다. 베이시스트 제임스와 드러머 벤, 1980년 4월 25일 태어나 1995년부터 함께 밴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영국 뉴캐슬의 존(John)과 마크 갤러거(Mark Gallagher) 형제는 1974년 레이븐(Raven)을, 호주의 조엘(Joel)과 라이언 오키프(Ryan O'Keeffe) 형제는 에어본(Airbourne)을 만들었고요.
미국 로스엔젤레스 샌퍼낸도밸리(San Fernando Valley)의 에스테(Este), 다니엘(Danielle), 알라나 하임(Alana Haim) 세 자매는 2007년 하임(Haim)을 결성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의 커버 밴드 'Rockinhaim'에서 함께 연주했던 경험이 바탕이 됐다네요.
/이슈에디코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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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 핏줄 밴드 정보
-메가데스(Megadeth) - 숀 & 글렌 드로버(Shawn & Glen Drover, 형제, 드럼/기타)
*정규 및 세션 구분, 활동기간 미기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