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지주 무작위 앨범 소개] Abominable Putridity 'The Anomalies of Artificial Origin'

2026.02.21 18:33:09

[악덕 지주(극히 관적인) 무작위 명반 소개] 스물한 번째는 2003년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서 파멸적 중압감을 퍼뜨리기 시작한 슬래밍 브루탈 데스 메탈(슬램 데스) 밴드 Abominable Putridity(어바머너블 퓨트리디티)의 'The Anomalies of Artificial Origin'.

 

밴드명인 '혐오스러운 부패'처럼 초록빛을 내며 팽창한 내용물을 망치형과 전동형 고기 다짐기로 번갈아 연하게 만든 후 다시 깔끔하게 파쇄한 것 같은 이들의 본 작품은 발매와 동시에 슬램 씬을 뒤흔들었죠.

 

2012년 2월 말 내놓은 이들의 정규 2집으로, 슬램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필청 앨범 중 하나이자 러시아 브루탈 데스 메탈 씬이 전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드러머 알렉산더 쿠비아슈빌리(Alexander Kubiashvili)와 기타리스트 파벨(Pavel)이 2003년 결성한 이 밴드는 Katalepsy(카탈렙시), Extermination Dismemberment(익스터미네이션 디스멤버먼트) 등과 여전히 슬램 데스의 간판 역할을 하고 있고요.

 

1990년대, 미국의 Suffocation(서포케이션)은 브루탈 데스의 토대를 세우고 브레이크다운을 접목하는 이정표를 남겼습니다. 대를 이어 미국의 Devourment(디바우어먼트)가 이를 적극 활용해 슬램 데스라는 독자적 장르를 구축하며 파괴력을 전파했죠.

 

디바우어먼트에 필적하는 어바머너블 퓨트리디티는 슬램의 핵심인 중속 템포에서 터지는 무거운 리프를 적절하게 살립니다. 팜 뮤트의 단순 묵직한 리프를 반복하는 기타의 뒤를 베이스가 같은 리듬으로 받치는 가운데 하수구 창법이라고 불리는 거터럴(guttural)이 헤비니스를 완성하죠.

 

2008년 12월 정규 1집 'In the End of Human Existence'를 발매한 어바머너블 퓨트리디티는 무자비한 슬램으로 언더그라운드 씬의 주목을 받았지만, 결성 초기부터 끊임없는 라인업 문제 탓에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결국 창단 멤버였던 기타리스트 파벨마저 팀을 떠났지만, 그 공백을 메운 세르게이(Sergey)가 작곡부터 연주까지 1인 다역을 소화하며 오히려 밴드의 기술적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죠.

 

그러다가 2009년, 브루탈 데스 씬의 생존 전설로 Disgorge(디스고지), Pathology(패솔로지) 등에서 활동했던 보컬 매티 웨이(Matti Way)가 합류하며 밴드의 격이 높아졌고 이 기세를 몰아 2012년 2월 28일, 체코 레이블 Brutal Bands Records를 통해 2집을 발매하기에 이릅니다.

 

보컬리스트로 매티 웨이가 나선 라인업에 기타리스트 세르게이, 베이시스트 앤드류(Andrew), 드러머 알렉산더(Alexander), 게스트 백보컬 앤절 오초아(Angel Ochoa), 코리 아토스(Corey Athos), AJ 마가나(A.J. Magana)가 참여하며 명불허전의 정석을 보여줬죠.

 

앤절 오초아는 Condemned(컨뎀드)와 Cephalotripsy(세팔로트립시), 코리 아토스는 Deeds of Flesh(디즈 오브 플레시), Flesh Consumed(플레시 컨슈머드), AJ 마가나는 매티 웨이의 후임으로 디스고지 소속이던 보컬리스트입니다. 모두 헤비니스의 꼭대기에 위치한 밴드들로 브루탈 창법의 대가들이 이렇게 뭉치기도 쉽지 않은데 말이죠.

 

무엇보다 정규 2집은 1집의 단순 반복적인 슬램에서 벗어나 기술적인 요소를 대폭 강화했고 주제도 SF(science fiction)와 엮인 형이상학적 개념을 살리며 피상적인 죽음으로부터 돌아섰습니다. 기타를 맡은 세르게이의 아르페지오 시퀀스가 테크니컬 데스의 면모를 느끼게 한다면 알렉산더의 드러밍은 급격한 템포 전환과 블래스트 비트의 적확한 배분으로 역동성을 극대화했고요.

 

매티 웨이의 보컬은 말할 필요도 없죠. 고기를 다지듯 디스고지 시절부터 다진 초(超)거터럴 창법을 들려주는데 하수구 밑바닥의 거품이 연상될 정도입니다. 마치 앨범 커버의 괴물이 그로울링을 했다고 해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니까요. 더 언급할 것 없이 총 재생시간 25분 54초, 여덟 곡에 담긴 SF 호러의 부글부글 향연을 트랙별로 살피면서 이번 편 마무리하겠습니다.

 

 

게임 'Dead Space(데드 스페이스)'에서 샘플링한 짧은 인트로 후 곧바로 터지는 블래스트 비트와 매티 웨이의 거터럴이 청자를 짓누르는 첫 번째 트랙 'Remnants of the Tortured'는 앨범의 포문을 거칠면서도 매끄럽게 엽니다.

 

중반부 슬램 섹션은 이 앨범이 왜 명반인지 증명하는 부분으로 팜 뮤트 리프의 육중한 그루브가 인상적입니다. 인간을 부품처럼 다루는 잔혹 묘사의 가사도 교과서를 읽는 것 같다면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느끼실지 모르겠네요.

 

이 앨범에서 가장 공격적인 곡인 2번 트랙 'A Massacre in the North'는 제목처럼 북쪽에서 벌어진 학살을 연상시키는 가차 없는 연주가 이어지죠. 끊어지는 거터럴, 테크니컬 리프가 두드러지는 와중에 드럼의 더블 베이스와 슬램 브레이크다운의 유연한 강타가 귀에 박힙니다. 나머지 곡들과 연결되는 폭력의 연계성이 가사의 핵심이고요.

 

은근히 중독성 있는 세 번째 곡 'Letting them Fall…'은 리프의 밀도가 높은 곡으로 반복하며 늘어지는 슬램 리프와 매티 웨이의 뭉개지는 보컬 변주가 돋보입니다. 가사처럼 멸망의 구렁텅이로 내몰리는 존재들의 고통이 그려지는 듯하죠.

 

최대한의 차분함을 주는 다음 곡 'A Burial for the Abandoned'는 비교적 느린 템포와 그루브가 감정선을 잡아줍니다. 버려진 자들을 위한 장례식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사회나 실험체로서 가치가 없어져 폐기된 존재들이 쌓이는 무덤을 표현한 곡이고요.

 

5번 트랙 'Lack of Oxygen'은 호흡에 신경을 써야 할 정도의 블래스트 비트와 리프 공세로 청자를 압박합니다. 중반부 섹션에서 쉴 틈이 생기지만 곧장 더한 슬램이 이어지며 산소 부족 상태에서의 질식과 고통을 다루는 가사를 깨닫게 하죠.

 

여섯 번째 곡 'Wormhole Inversion'은 SF 콘셉트가 가장 명확히 드러나는 트랙입니다. 웜홀의 역전이라는 제목답게 시공간이 뒤틀리는 연출을 떠올릴 기타 효과와 예측이 어려운 템포 변화가 혼돈을 만들죠. 게스트 보컬도 이 곡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해 기괴한 존재가 틈을 파고드는 혼돈을 접할 수 있습니다.

 

일곱 번째 곡이자 타이틀 트랙 'The Anomalies of Artificial Origin'은 앨범의 주제를 응축한 곡으로 '인공적 기원의 이상 현상들'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유전자 변이와 생물학적 괴물에 대한 내용을 읊조립니다. 앨범 전체에서 가장 복잡한 구조로, 테크니컬 데스와 슬램의 융합은 생명체의 기원을 인위적 조작에 두는 곡의 작사 이유를 명확히 한다고나 할까요?

 

마지막 트랙 'The Last Communion'은 '최후의 성찬식'이라는 제목에 맞추듯 라인업 전원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악기들로 최종적인 파괴음을 들려줍니다. 이 곡에서 매티 웨이의 거터럴 보컬이 가장 극단을 치닫다가 마지막 슬램 브레이크다운으로 앨범 전체의 정점을 찍죠.

 

남겨진 존재들이 맞이할 종말론적 의식에 초대받았다는 감정이 들어 곡이 끝난 후에도 중압감은 쉬이 가시지 않습니다.

 

Remnants of the Tortured           4:02


A Massacre in the North           3:29


Letting Them Fall…           3:35


A Burial for the Abandoned           3:21


Lack of Oxygen           2:36


Wormhole Inversion           3:00


The Anomalies of Artificial Origin           2:39


The Last Communion           3:12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정금철 기자 ieeditor@issueedi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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