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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라박…박산다라



멍하니 취재감을 찾으며 SNS를 돌아보다가 걸그룹 투애니원(2NE1) 출신 산다라박이 씨엘과 만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서 보게 됐습니다. 1일 '파리의 연인'이라는 짧은 글과 함께 사진을 올렸는데 파리에서 만나 함께 찍은 셀카입니다. 여전히 변하지 않은 얼굴의 산다라박을 보니 어린 시절 필리핀에서 활동하던 당시도 떠오르네요. 산다라박이라는 이름을 신기해하던 기억도 납니다.

 

70~80년대 어린 시절에는 만화잡지나 무협지를 통해 익힌 꾸짖을 갈(喝), 놀랄 하(嗬), 감탄사 호(乎) 등의 단음을 유행어로 사용했다면 요즘 아이들은 TMI, 반모 등등 해석을 거치지 않으면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사용하죠.

 

가십이슈로 전락한 심형래 감독의 지난 2007년작인 '디 워'에서 '부라퀴'라는 생소한 명사가 쓰이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부라퀴는 '자신에게 이로운 일이면 기를 쓰고 덤벼드는 사람'을 뜻하는 순우리말이죠.

 

이후 잠시 순우리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애매모호한 문장들이 각종 게시판에 등장하기 시작했는데요. 몇 년 전 웹 사이트를 서성이다가 미리니즘(스포일러), 커리쉴하프(마을 수장의 전쟁 도구), 베론쥬빌(배신을 당한 여성), 어라연히프제(치마를 입고 활을 쏘는 여성) 등의 이질적인 단어를 종종 찾기도 했습니다.

 

이 단어들은 나름의 근거와 출처를 갖춘 것처럼 보이나 사실 어느 국어사전을 뒤져도 어원을 찾기 힘든 말들입니다. 인터넷 상에 유포된 이러한 근원 없는 순우리말들은 기존 우리말에서 파생되거나 합성된 것이 아님에도 순우리말인 것처럼 포장된 채 빠르게 확산됐었죠.

 

재밌는 사실은 산다라박의 '산다라'는 굳세다는 뜻을 지닌 신라 김유신 장군의 아명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삼국유사에서는 김유신 장군의 등에 일곱 개의 점(点)이 있어 응칠(應七)이라는 아명으로 불렸다 기술하고 있으며 장군의 본관인 김해김씨 문중에 확인한 결과 역시 장군의 아명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네요. 국립국어원 관계자도 '산다라'라는 단어 자체가 어원을 파악하기 힘든 말이라고 설명합니다.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멤버인 나르샤도 용비어천가의 '해동육룡이 나르샤…'에서 '날아오르다'라는 뜻의 고유어로 어원을 찾을 수 있기는 하지만 일반 명사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고요.

 

물론 순우리말인 미르(용), 타니(귀걸이), 다솜(사랑), 미리내(은하수), 가람(강), 도투락(리본) 등은 잘 알려져 있으나 이외에도 귀에 착착 감기는 우리말은 부지기수입니다.

 

먼저 눈에 비친 사람의 모습을 뜻하는 '눈부처'를 포함해 가리사니(사물을 판단하는 지각), 에멜무지로(단단하게 묶지 않은 모양), 하야로비(해오라기), 가리온(몸은 희고 갈기가 검은 말), 보늬(밤이니 도토리 따위의 속껍질), 도로래(땅강아지) 등의 명사가 그렇죠.

 

흔히 마술을 할 때 주문처럼 외치는 '수리수리 마수리'는 불교 경전인 천수경의 '수리수리마하수리'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우리말의 '수리수리'는 '눈이 흐려 보이는 것이 흐릿하고 어렴풋한 모양'을 뜻하는 부사다. 역시 부사인 짜장(과연, 정말로)과 파니(아무 하는 일 없이 노는 모양)도 사랑스럽기는 매한가지입니다.

 

또 맛조이다(귀인이나 덕망이 높은 사람을 받들어 맞이하다), 흐놀다(무엇인가를 몹시 그리면서 동경하다) 등의 동사도 애정을 담을 만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