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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는 무조건 삼립 통해 거래?" 공정위, 통행세 챙긴 SPC그룹에 '철퇴' 

[IE 산업]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SPC그룹에 대해 칼을 뽑았다.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에 통행세를 주며 총수일가 주머니를 채웠다는 혐의 때문이다.

 

29일 공정위는 SPC 계열사들이 SPC삼립(삼립)을 장기간 부당 지원한 행위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647억 원을 부과했다. 과징금 부과 대상 회사는 ▲파리크라상 252억3700만 원 ▲에스피엘 76억4700만 원 ▲비알코리아 11억500만 원 ▲샤니 15억6700만 원 ▲삼립 291억4400만 원 등이다.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와 함께 파리크라상, 에스피엘, 비알코리아와 SPC 허영인 회장 및 조상호 전 총괄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이사 등 3인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이번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SPC는 총수의 관여하에 삼립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그룹 차원에서 실행했다. 허 회장은 총수로서 통행세거래에 직접 관여했으며 조 전 사장은 이를 기획, 설계해 이를 진행했다. 황 대표는 통행세거래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직접 움직였다.

 

공정위는 SPC가 지난 2011년 4월1일부터 작년 4월11일까지 이런 부당 지원을 통해 삼립에 총 414억 원의 이익을 몰아줬다고 판단했다. 

 

특히 통행세 거래로 약 381억 원에 달하는 이익을 봤다고 바라봤다. 지난 2013년 9월부터 2018년 7월까지 파리크라상, 에스피엘, 비알코리아 등 3개 제빵 계열사가 밀다원이나 에그팜과 같은 8개 생산 계열사 제품을 구입할 때 별다른 역할이 없는 삼립을 반드시 거치도록 해 통행세를 내게 한 것이다. 삼립은 생산 계열사에서 밀가루를 740원에 산 뒤 제빵 계열사가 이를 779원에 판매하는 방식을 통해 이익을 챙겼다. 

 

이에 대해 공정위 측은 "이는 같은 기간 삼립 영업이익의 25%, 당기순이익의 32%의 규모"라며 "그 결과 삼립의 사업기반 및 재무상태가 인위적으로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제빵 계열사의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제품 가격은 높게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SPC는 공정위에 삼립이 생산 계획을 수립하고 제품 품질을 관리하는 일정 역할을 했다고 소명했지만, 공정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기 더해 삼립은 다른 계열사인 샤니의 판매망을 저가로 넘겨받았으며 상표권도 무상 제공받았다. 샤니는 지난 2011년 4월 상표권을 삼립에 8년간 무상으로 제공하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또 판매망은 정상가인 40억6000만 원보다 낮은 28억5000만 원에 양도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통합 이후 양산빵 시장 점유율 1위였던 샤니는 삼립에 빵을 공급하는 역할만 맡게 됐고 삼립은 시장 점유율 1위로 발돋움했다.

 

아울러 SPC는 계열사 주식 저가양도 방식으로 삼립에 부당 지원했다는 혐의도 있다. 2012년 12월 계열사인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가루 원료 계열사 밀다원 주식을 정상가격인 주당 404원보다 낮은 244원에 삼립에 양도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삼립이 밀다원 주식을 100% 보유할 경우 밀다원이 삼립에 판 밀가루 매출이 일감 몰아주기 과세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통행세 거래 구조를 마련하기에 앞서 주식 양도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런 행위들이 SPC의 2세 승계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삼립은 허 회장(9.3%)과 아들 두 명(22.9%)이 30% 이상, 파리크라상이 40.7%를 보유하고 있다. 삼립의 주가를 높인 뒤 2세들이 보유한 삼립 주식을 파리크라상 주식과 바꾸는 방법으로 2세 지분을 높이려면 삼립 매출을 늘릴 필요가 있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다만 SPC 측은 "판매망 및 지분 양도는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적법 여부에 대한 자문을 거쳐 객관적으로 이뤄졌고 계열사 간 거래 역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수직계열화 전략"이라며 "의결서가 도착하면, 면밀히 검토해 대응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반박했다. 

 

/이슈에디코 강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