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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뷰

[이리저리뷰] 마르지 않은 샘, 메리 포핀스 같은 父情

이달 20일은 우리나라 식품회사인 중견기업 샘표의 창립 77주년 되는 날이었습니다. 창립일 기념으로 고객 대상 행사만 준비한 걸 보면 워낙 오래 자리를 지킨 기업이다 보니 어지간히 지나가는 해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한데 며칠이 지나 뜻하지 않은 이벤트가 생겼습니다. 

 

지난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샘표는 16.61%, 자회사인 샘표식품은 상한가의 오름세를 내달렸습니다. 직전일 시간 외 매매에서는 하락세였으나 대다수 한국인의 반대에도 시작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탓에 테마주로 떠오른 거죠. 아무쪼록 개인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1946년 창립 이래 여태껏 특허청 상표등록 기준 최고령 상표로 기록을 연장하고 있는 샘표는 일본의 움직임에 동요하지 않은 채 언제나처럼 제 위치를 지키겠죠. 

 

1954년 5월 간장을 내세워 샘표를 특허 등록한 이후 장(醬)류 제품을 고집하다가 2013년 발효 전문 연구소를 설립하고 콩발효 에센스 '연두'를 개발하는 등 국내 조미료 시장의 변혁을 주도하는 중입니다. 해외에서의 인지도도 상당한데 특히 반색을 표한 인물(아래 사진 참고)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2회째 열린 글로벌 팝 문화 행사 '코믹콘'(당시 행사명 코믹콘 서울2018)에 참석하고자 2018년 8월 내한한 영화배우 마이클 루커는 차가워 보이는 외모와 달리 열정적인 팬서비스로 팬들을 사로잡았습니다. 

 

한 팬이 마블 코믹스의 슈퍼히어로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오갤)의 본인 역할 '욘두'를 한글로 새긴 모자를 선물하자 공식 인터뷰 석상을 비롯해 곳곳에 쓰고 다니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사진을 올리는 등 팬을 대하는 모습도 대단했다는 얘기까지 들을 수 있었고요.

 

가오갤에서 사무치게 그리운 가족의 정을 바라던 주인공 스타로드에게 마음으로 화살을 날리며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게 한 욘두. 그가 작중 메리 포핀스를 외쳤을 때 여러 감정이 엇갈렸습니다. 성별만 다를 뿐 메리 포핀스 역시 냉정함이 느껴질 만큼 똑 부러진 성격이지만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하니까요. 

 

마이클 루커의 우리나라 방문 54년 전인 1964년 8월, 현재 마블의 모회사 월트 디즈니 제작의 실사영화 '메리 포핀스'가 개봉했습니다. 동명 소설 원작의 뮤지컬 영화로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인공 줄리 앤드류스와 현역 활동 배우 중 최고령인 딕 반 다이크가 주연인데 월트 디즈니의 실사 영화 가운데 최고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제작비 600만 달러를 훌쩍 상회하는 1억200만 달러의 흥행 성적을 거두며 개봉 당시 디즈니의 역대 최고 수익을 올린 영화로, 유모를 떠올리면 곧장 메리 포핀스가 떠오를 정도의 대중문화 아이콘이 됐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13개 부문에 후보로 지명돼 주인공 줄리 앤드류스의 여우주연상 등 편집상, 시각효과상, 음악상, 주제가상까지 5개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여기 그치지 않고 영화 삽입곡은 그래미 어워드에서 2개의 상을 받았고요.

 

(스포일러 주의) 욘두의 장례식 장면에서는 'Father And Son'이라는 제목의 노래가 흘러 관객들의 마음을 더욱 찡하게 합니다. 남은 삶이 길지 않은 한 아버지가 사랑하는 자식의 인생에 대해 조곤조곤 조언하는 내용이고요. 이 곡은 캣 스티븐스가 불렀습니다. 메리 포핀스의 감독은 로버트 스티븐슨이고요.

 

/이슈에디코 강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