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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일제 잔재?" 찬반 팽팽한 충주 조선 식산은행 존치 이슈

충청북도 충주시에 사는 친구가 보내준 사진입니다. 17일 충주도서관에서 '조선 식산은행 건물 존치 토론회'가 열린다는 내용의 현수막인데요. 최근 충주에서는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조선 식산은행의 보전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하다고 합니다. 

 

 

한국근현대사사전에 따르면 조선 식산은행은 지난 1918년 10월 설립된 특수은행이며 일제가 우리나라의 토지와 자원을 수탈할 목적으로 만든  동양척식회사의 실질적인 지배를 받았습니다. 

 

충주에 있는 조선 식산은행 지점은 지난 1933년에 세워졌는데요. 시는 지난 2016년 이 건물을 매입해 근대문화전시관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때도 반대 의견이 거세지자, 시는 문화재청에 등록문화재 지정 신청을 했습니다. 문화재청은 2017년 보전가치가 있다며 이를 받아들였고요. 

 

이에 시는 근대문화전시관 설립 계획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는데요. 충주 시민들은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는 주장과 식민수탈의 상징을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입장으로 나뉘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이 이 은행을 문화재로 지정한 이유는 이 건물 외관이 서양식 석조건물 분위기를 추구했던 일제강점기 관공서나 은행의 특징적 건축기법과 양식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건축기법은 우리나라 수탈을 도왔던 조선 식산은행 말고도 국내 시중은행 여러 지점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이같이 역사가 100년이 넘는 점포만 12곳이 넘는데요.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위치한 우리은행 종로금융센터는 1909년부터 계속 영업 중입니다. 설립 당시 벽돌과 석재를 혼용해 만든 신고전주의 양식 건축물을 표방했습니다. 

 

 

신한은행도 100년 이상인 점포가 13곳이나 존재합니다. 그중 옛 모습을 갖춘 곳은 목포지점인데요. 지난 1926년 세워졌을 당시 이곳은 호남지역 인사들이 일본에 대항하고자 만든 호남은행 목포지점이었습니다. 이후 1942년 옛 조흥은행(현 신한은행)에 흡수·합병됐다고 합니다. 이곳은 신축 당시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지방문화재로 지정됐는데요. 현재는 목포문화원이 건물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서울 종로에 있는 농협은행 종로금융센터도 지난 1926년 옛 조선중앙일보 사옥으로 지어졌다고 합니다. 이후 1970년부터 농협중앙회가 사용하면서 현재까지 이어진 셈인데요. 이 건물은 2002년에 건물 원형을 보존해야 하는 근대건축물로 지정됐습니다. 이처럼 국내 곳곳에는 일제강점기의 모습을 담은 은행 지점들이 많습니다.

 

다시 충주시 얘기로 돌아가겠습니다. 현재 일부 찬성하는 사람들은 "역사는 지운다고 지워지는 게 아니다. 과거를 없앴으면 하는 것은 오히려 일본"이라는 의견도 피력하는데요.

 

글쎄요. 과연 일본이 이 건물을 보면 부끄러워할까요? 제 머릿속에는 "조선이 식민지배를 받아 이런 건물'도' 지을 수 있었고 현재까지 보존하고 있구나"라며 행복회로(어려울 때 하는 긍정적인 생각이라는 신조어) 를 돌리는 일본인의 모습만 그려지네요.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