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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는 인물탐구

'If you leave us…' 조지 리브스·크리스토퍼 리브

 

지지난 주말에 집안 정리를 하다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래 전에 구웠던(?) 콤팩트디스크를 발견했습니다. CD 표면에 '고전'이라는 표기뿐이라 안에 든 파일이 너무 궁금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CD 라이터기를 장착한 데스크톱을 사용하는지라… 파일을 열어보니 고전 영화였습니다. 

 

TV시리즈 슈퍼맨의 에피소드 일부를 편집한 1954년작 슈퍼맨2. 이 시리즈의 주인공은 조지 리브스(George Reeves, 1914년 1월 5일~1959년 6월 16일)라는 배우인데 우리 나이로 46세의 나이에 짧은 생을 마감했네요.

 

그러고 보니 슈퍼맨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크리스토퍼 리브(Christopher D'Olier Reeve, 1952년 9월 25일~2004년 10월 10일)도 姓이 같습니다. 52세로 길지 않은 삶을 살다 간 것도 마찬가지고요.(곁다리인데 테슬라의 CEO인 엘론 머스크의 전체 이름도 Elon Reeve Musk) Reeve는 과거 영국의 지방 행정관을 뜻합니다. '신비한TV 서프라이즈'에 나올 법한 주제입니다. 슈퍼맨의 저주라고 일컫기도 하는데 굳이 이렇게 엮는 건 탐탁지 않고 뭔가 얘기할 게 더 있을 거 같아 살펴봤습니다.

 

조지는 1951년 영화 '슈퍼맨과 몰 맨', 드라마 '슈퍼맨의 모험' 주연 배우입니다. 슈퍼맨을 연기한 실사 배우 중에서 크리스토퍼 전에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던 슈퍼맨 그 자체의 정체성을 가졌었다고 하네요. 그러나 조지는 배우로서 크리스토퍼와 다르게 슈퍼맨 캐릭터에서 벗어나지 못했답니다.

 

그러다가 영화감독의 인생을 선택하며 결혼을 이틀 앞둔 와중에 산탄총에 맞아 세상을 떠났는데 의문스러운 점이 많았지만 로스엔젤리스 경찰은 자살로 발표했다고 합니다. 조지의 어머니 헬렌 베솔로의 의뢰로 석연찮은 죽음을 파헤치던 사립탐장은 치정에 얽힌 살인사건이라고 주장했으나 경찰 발표는 번복되지 않았습니다.

 

조지가 미국 영화제작사인 MGM(Metro-Goldwyn-Mayer's Inc) 부사장의 아내와 내연관계였는데 약혼녀가 생겨 이별하게 되자 산탄총으로 죽였다는 게 사립탐정의 주장이었고요. 부사장이 둘의 사이를 알고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해 조지를 죽였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이 얘기가 더 많이 알려져서 2007년에는 애드리언 브로디, 다이안 레인, 벤 애플랙 등 유명 배우들이 열연한 '할리우드 랜드'라는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했고요. 현재 DC 유니버스에서 슈퍼맨의 지구 엄마인 다이안 레인이 이 영화에선 슈퍼맨을 맡은 DC의 배트맨 벤 애플렉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니…정리가 안 되고 막 꼬이지만 무슨 얘기인지 다들 이해하시죠?

 

크리스토퍼 역시 성 외에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조지와는 상당히 다른 삶을 살았습니다. 1978년에 '슈퍼맨'의 주연을 맡았을 때부터 그는 이미 슈퍼맨의 심성을 그대로 갖고 있었거든요. 뉴욕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나 명문인 코넬대학교에 재학하다가 연기를 배우고자 줄리어드대학으로 편입하고 졸업한 이후 혹독한 무명생활을 거쳤답니다. 

 

고난을 겪고 슈퍼맨 역을 제의받았을 때 키 194cm, 몸무게 70kg대의 왜소한 체격이었지만 몇 달간 호된 트레이닝 끝에 슈퍼맨과 같은 근육을 갖게 됐다는 일화도 있고요. 이런 몸에 연기력까지 더해져 어찌 보면 2명의 역할인 클라크 켄트와 슈퍼맨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슈퍼맨은 전 세계적인 히어로로 거듭나게 됐죠. 

 

크리스토퍼가 슈퍼맨을 맡기 전에 나온 슈퍼맨 코믹스를 보면 현재와 많이 다른 외모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때를 기점으로 슈퍼맨 캐릭터가 크리스토퍼에 맞춰진 건데 목소리 톤, 평소 자세, 말하는 습관, 웃는 모습 등등 켄트와 슈퍼맨의 차이를 확실하게 구분해서 연기한 결과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크리스토퍼가 슈퍼맨의 캐릭터를 정립한 거죠.

 

이후 1987년 슈퍼맨4를 마지막으로 S자 망토(참고로 manteau는 프랑스어)를 벗고 여러 영화에 출연하며 배우의 삶을 살다가 1995년 5월 27일 승마 경기 도중 말에서 떨어져 전신마비를 선고받게 됩니다. 목 아래를 움직일 수 없는 것은 물론 혼자 호흡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끔찍한 고통까지 계속돼 부인에게 죽음을 선택하게 해달라고 부탁할 정도였지만 슈퍼맨처럼 다시 영웅이 됩니다.

 

2000년 들어 기계 도움 없이도 30분 정도 혼자 호흡하고 냉온기를 느낄 만큼 감각도 찾게 된 것은 초인적인 의지로 재활에 전념한 결과였습니다. 무엇보다 '크리스토퍼 리브 재단'을 만들어 자신과 같은 전신마비 환자들을 도왔는데 이런 활동은 의학계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 관심을 불러일으켜 당시 척수 손상 관련 연구가 활성화했다고 하네요. 

 

1996년 8월 26일에는 타임지의 표지모델이 됐고 1998년 'Still Me'라는 자서전을 집필했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1년까지는 황혼 속으로, 이창, 스몰빌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면서 감독까지 했고요.

 

199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등장만으로 1분 넘게 눈물 섞인 기립박수를 받았고 1997년 에미상, 1998년 미국 배우조합상(오스카상의 전초 격), 2003년 래스커상(미국 앨버트 메리 래스커 재단이 의학 분야 연구공헌자에게 수여)을 수상했습니다. 2000년 인터뷰 당시 집게손가락을 움직여 감동의 메시지를 전한 크리스토퍼가 전 세계를 다시 울린 건 2004년 10월. 심장마비로 부고를 전하며 기억 안에서 더욱 강해질 영원한 히어로가 됐습니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