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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사이] 긴가민가한 새끼 소리, 세상 서글픈 귀 기울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국 경제범죄수사과가 담당해 전일 조간보도 자로 내놓은 보도자료를 보면 보이스피싱, 스미싱, 파밍, 메신저피싱 등으로 나뉘는 전화금융사기 발생 건수와 피해액이 지난해보다 유의미한 감소세를 나타냈다고 합니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발생한 전화금융사기 범죄 건수는 2만479건, 피해액은 5147억 원으로 집계됐다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발생 건수 28.5%, 피해액은 28.2% 줄어든 수치입니다. 

 

또 같은 기간 범죄 검거 건수는 2만3245건, 검거 인원 2만3670명으로 각각 10.1%, 4.3% 줄었고요. 이에 반해 조직 내 윗선인 상선급 피의자는 626명으로 이 기간 21.6% 웃돌게 잡았답니다. 하지만 숙박업소 등에 고정하는 중계기 비율이 줄고 차량 등을 이용해 위치를 계속 바꾸는 수법이 증가하는 등 잔꾀가 늘어 여전히 주의해야 한다고 하네요.

 

8대 범행수단인 ▲거짓 구인광고 ▲개인정보 불법유통 ▲대포폰·통장 ▲미끼문자 ▲불법 환전 ▲악성 앱 ▲전화번호 변작 중계기를 전방위적으로 단속해 성과를 올린 경찰의 노고를 치하할 만합니다.


냉장고 정리 중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발견하고 위에 얹어 먹을 겸 간만에 동네 마트에 가서 쿠키를 하나 사왔습니다. 몬델리즈 인터내셔널 그룹의 쿠키 브랜드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과자 중 하나입니다. 이름은 오레○인데 워낙 유명한 과자라 많은 독자분들이 보자마자 어딘가 달콤해지는 느낌을 받으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전화금융사기와 엮어 이 과자의 이름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얘기를 꺼내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지난 2004년 '오레다 오레'라고 통칭하는 전화사기로 세간이 뒤숭숭했던 때가 있습니다. "나야, 나"(俺だ、俺)라는 의미인데 이렇게 운을 떼며 자식인 것처럼 노인에게 친근하게 접근해 온갖 구실로 돈을 계좌 이체하도록 유도하는 나쁜 짓입니다. 

 

'설마 자기 자식 목소리도 알아듣지 못해서 속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연세 지긋한 노인의 경우 청력이 좋지 않은 의외로 목소리를 분간하는데 어려움을 겪거나 갑작스레 놀랄 만한 얘기를 접했을 때 크게 당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합니다. 

 

우리나라도 보이스피싱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할 때를 떠올리면 오레다 오레 사기수법과 상당한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전화금융사기의 틀을 제공한 건 대만이지만요. 지난 1997년 대만에서 시작돼 중국을 거친 것으로 추정되는 보이스피싱은 2006년 5월 국세청 직원 사칭 세금 환급사기 사건이 우리나라 첫 등장 사례입니다. 

 

이랬던 것이 나쁜 인간들 사이에서 돈벌이가 된다는 소식으로 번져 2007년 이후로는 마치 영화처럼 중국과 한국 범죄조직들이 합세해 지금에 이르게 된 거고요. 지금은 많은 이들이 보이스피싱을 인지하고 대응에 나서면서 범행 수익이 줄자 메신저피싱 등 다른 수법으로 돌아서는 중이라니 어수선해지는 연말에 특히나 경계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겠습니다.

 

/이슈에디코 강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