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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사이] 내 사촌의 배앓이

 

연일 부동산 기사가 쏟아집니다. 매매가 이뤄지는 주택가격은 동일할 텐데 이상하게 내용은 '오르락내리락' '낙관·비관' '긍정·부정' 천차만별로 신문사 각기 다릅니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가운데 이 넓은 지구에 아직 내 집은커녕 땅 1㎡도 없다니 참 허탈한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꿩 대신 닭이라고 흙이 담긴 화분을 터전 삼아 자라는 꽃을 보며 위안이나 얻으렵니다. 

 

 

토지는 소유가 아니라 공유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게 평생 저의 지론이었지만 벼락거지 등의 신조어가 나온 후론 황금만능주의에 영향을 받은 건지 착하고 청렴하게 사는 게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오늘 제 마음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과 맥을 같이 한다고 봐야 할까요? 

 

남이 잘 되는 꼴을 못 보고 시기한다는 의미의 이 속담은 우리나라 외에도 사회심리학에서의 크랩 멘탈리티(crab mentality), 독일 단어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일본 속어 '메시우마(メシウマ)' 등과 연결되며 지구인들이라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질투심, 열등감을 잘 드러냅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속담을 정반대의 뜻으로 이해하는데요. 사촌의 토지 취득은 가문의 경사인 만큼 축하를 해야 하나 궁핍하던 시절엔 물질적으로 해줄 것이 없으니 배가 아파 대변을 본 후 거름이라도 줘야 한다는 뜻이었다는 게 이들의 제언입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라도 아파야 한다'는 게 원래 속담이었다는 주장으로 일제가 부정적인 의미를 씌워 왜곡했다는 거죠. 

 

일제강점기는 한일병합조약 발효일인 1910년 8월29일부터 1945년 8월15일까지로 독일 화학자 프리츠 하버와 카를 보슈가 개발한 암모니아 합성 공법(하버-보슈법) 덕에 화학비료가 본격 상용화한 1913년 당시 시점을 감안하면 얼추 타당할 법도 합니다.

 

비료 보급 전까지는 휴경(休耕)을 하거나 인분(人糞)을 거름으로 뿌려 농지 토력(土力)을 회복했으니까요. 우리 조상들에게 땅은 일제가 치욕을 안기기 전까지 소유하지는 못해도 경작하며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그야말로 삶의 터전 그 자체였습니다. 

 

일제 치하에서는 지주에게 휘둘려 경작도 마음껏 할 수 없는 소작농 신분으로 바뀌어 관련 속담 역시 변질됐을 수도 있다는 가정도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속담의 유래를 정확히 파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에 대해 국립국어연구원 자료 중 '속담에서 비롯된 관용 표현'을 참고해도 왜곡과 관련한 부분은 찾을 수가 없고 오히려 '배가 아프다'라고만 해도 충분히 같은 뜻으로 볼 수 있다는 기존 의미에 힘을 보태는 내용만 찾을 수 있었고요.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