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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사이] 단 한 송이, 그날의 붉은색

 

이번 [짜사이]에서는 주제를 꼬지 않고 순수하게 어버이날과 관련한 얘기를 쓰려고 합니다.

 

촬영한 피사체는 올해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드린 카네이션형 방향제입니다. 어린이날과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평생 자식을 위해 희생한 부모님의 은혜를 기리는 날이 해가 갈수록 초라해지는 느낌이 들어 안타깝네요.

이달 8일자 '오늘의 깜지'를 참고하면 어버이날은 어버이 은혜에 감사하고 어르신을 공경하는 마음을 키우고자 제정한 기념일로 매년 5월8일입니다. 1956년 국무회의 결정에 맞춰 국가기념일로 제정됐는데 한국전쟁 후 어머니들 노고를 위로하고자 만든 어머니날이 전신이고요.

 

이후 아버지의 날이 거론되자 17회차까지 어머니날이었으나 1973년 3월30일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서 어버이날로 변경했답니다. 이날 전후 1주일간은 경로주간이었으나 1997년부터 없애고 10월2일 노인의 날, 시월을 경로의 달로 지정했다네요.

 

애초에 미국에서 시작된 어머니날은 1908년 웨스트버지니아주 그래프턴의 한 교회를 다니던 안나 마리 자비스(Anna Marie Jarvis, 1864–1948)라는 여성이 어머니를 기리며 조직한 모임의 행사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그의 어머니 앤 마리아 리브스 자비스(Ann Maria Reeves Jarvis, 1832~1905)는 야만적이던 미국 남북전쟁 시대의 사회운동가였고요.

 

당시 미국에서는 흰색 카네이션으로 어머니날을 기념했으나 흰 카네이션 품귀 현상이 발생하자 어머니 생존 시엔 분홍색 카네이션, 돌아가시면 흰 카네이션을 선물했습니다.

 

카네이션 선물의 기원은 역시나 안나 마리 자비스로, 1907년 어머니의 2주기를 추모하며 흰 카네이션을 나눠준 이벤트가 시발점이 됐다고 하네요. 시간이 흘러 안나 마리 자비스는 어머니날을 이용한 상업화가 두드러지자 여기 실망해 어머니날을 없애려고 했다는 일화도 있고요.

 

이 결과인지 지금 미국에서는 이날 카네이션을 선물하는 풍습을 찾기 어렵다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을 드리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6일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 자료를 보면 같은 해 어버이날(4월28일~5월4일) 기간에 국내 거래 국산 절화(자른 꽃) 카네이션은 3만5528속(1속=20송이), 71만560송이로 직전년 동기 5만6366속과 비교해 37% 감소했네요. 2022년 7만5937속과 비교하면 감소세가 더 확연합니다.

 

화분 형태의 카네이션은 같은 기간 7만9477분이 팔려 전년보다 약 33% 줄었고 올해 현황은 아직 집계가 되지 않았다지만 아마도 경제상황을 따지면 작년보다 더 감소했을 듯하네요. 주변을 봐도 어버이날 카네이션의 상징성도 예전만 못한 게 사실이라 요즘엔 현금을 위시해 실용적인 선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죠.


붉은 카네이션의 꽃말은 '사랑의 신뢰' '건강을 비는 사랑'이라고 합니다. 지나간 어린 시절, 가슴팍에 달아드리던 그 붉은 꽃 한 송이… 이 한 송이가 어떤 부모님에겐 세월의 시름에 덧입히는 강렬한 빨간색일 수 있습니다. 저는 국내 화훼업종 종사자와 아무 이해관계가 없음을 명확히 합니다.

 

/이슈에디코 강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