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이 지나 해가 사라지더니 별안간 선선해져 뜨거운 물에 사마한(Samahan) 티백을 우려 마셨습니다. 스리랑카의 전통 허브 차라는데 이 나라에서는 특산물인 실론티 다음으로 유명하다고 하네요.
생강·커민·감초·후추·고수풀 등 열네 가지 천연재료가 섞인 약용 음료로 감기 증상·스트레스 완화는 물론 면역력 강화, 소화 개선에 효과가 있답니다.
차 한 모금과 함께
이렇게 설명해도 협찬광고는 절대 들어오지 않을 거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무심코 달력을 보니 올해도 어느덧 중반과 가까워졌네요. 게다가 내일은 5월18일이고요.
독자 여러분 모두 잘 아시겠지만, 1980년 5월18일부터 27일까지 전라남도 광주시(지금 광주광역시)와 인근 지역에서 전두환 신군부의 군사독재 및 계엄령에 맞섰던 시민 주도의 5·18 민주화운동은 결과적으로 1993년 문민정부 출범의 기틀이 됐습니다.
또 이 역사적인 날은 1997년 법정기념일인 5·18 민주화운동기념일, 1998년 5·18특별법 제정을 이끈 것은 물론, 2011년 국제연합(UN) 교육·과학·문화기구인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죠.
2019년 11월, 중국의 탄압에 맞서 민주주의를 부르짖던 홍콩 시위대는 5·18 민주화운동과 1987년 6월 항쟁을 언급하며 진정한 자유에 대한 갈망을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사마한 허브 차의 나라 스리랑카에서도 5월18일은 특별한 날인데요. 2009년 이날, 스리랑카 내전이 공식 종료됐기 때문입니다.
1983년 7월23일 발발해 25년간 이어진 스리랑카 정부군과 소수민족인 타밀족 타밀 엘람 해방 호랑이(LTTE, Liberation Tigers of Tamil Eelam) 반군의 갈등은 본질면에선 차이가 있을지언정 5·18 민주화운동과 공통점이 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은 일부 시민단체와 유족들의 주장대로라면 2000명 이상, 스리랑카 내전은 약 70만 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는 등 헤아리기 힘들 만큼 무고한 희생이 뒤따랐죠. 또 5·18의 시민군과 스리랑카의 LTTE 모두, 자치 기능을 갖춘 조직을 구성해 항거했습니다.
그러나 스리랑카는 싱할라족과 타밀족 간 종교·민족적 갈등이 내전의 발단이었고 5·18 민주화운동은 시민과 군사정권이 대립한 정치적 민주화 투쟁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아울러 5·18 이후 우리나라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로 사회적 화해를 모색했으나 스리랑카는 2022년 경제위기 때 내전 중 인권침해 세력이 다시 권력을 잡으며 사회적 갈등이 재점화했죠.
과거사 청산은 이처럼 국민의 행복과 직결되는 미래를 위해 중요한 사안입니다. 이런 까닭으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역사의 마침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미래를 잇는 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