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밤,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소복이 내려앉은 눈이 아침 햇살을 만나 새 세상을 만들었습니다.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제설작업 탓에 불편을 호소하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일터에서 한숨 돌리며 도심 설경을 살피니 흰색이 주는 순수함이 마음을 들뜨게 하더군요. 눈의 결정들로 뭉친 백색 융단이 떠오르는 태양의 빛을 고스란히 끌어안고는 수많은 프리즘처럼 사방으로 퍼집니다. 이 찬란한 반사가 만드는 백색의 경이는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경고를 품고 있죠. 아래 이미지는 집 주변의 풍경인데 제가 본 눈부심이 제대로 담기지 않아 너무 아쉽네요. 지표면의 눈이 반사하는 강렬한 빛은 때때로 단순한 눈부심을 넘어 우리 눈 건강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는데, 이것이 바로 '설맹증(雪盲症, Snow Blindness)'입니다. 의학적으로 광각막염(Photokeratitis)이라고 부르는 설맹증은 눈이 강한 자외선에 과도하게 노출돼 각막 표면에 일시적 화상이나 손상이 생겨 시력 장애를 일으키는 현상입니다. 눈(雪)이 많이 쌓인 환경에서 주로 발생하는 만큼 설맹증이라는 이름이 붙었고요. 설맹증의 핵심 원인은 극도로 높은 자외선 반사율입니다. 새로 쌓인 눈은 태양광 속 자외선의 약
이달 초, 낚시를 무척 좋아하는 친구가 보내준 사진입니다. 전라남도 최북단에 위치한 영광군 낙월면 소재 최대의 섬 안마도에서 찍었다고 하네요. 친구는 오늘 저녁도 출조 예정이라고 합니다. 어느 곳으로 나설지 묻지는 않았지만 그곳이 어디든 마냥 부럽기만 합니다. 어쩌면 이리도 황금빛일까요. 저 바다가 진짜 금이라면 물결을 따라 잔잔히 일렁이는 빛만 손으로 걷어 올려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우디 금맥'과 관련한 이슈가 부상했습니다. 여러 게시물에서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링크를 따라가 보니 국내 한 인터넷 신문사에서 이달 25일 작성한 기획기사를 볼 수 있었죠.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광산기업 마덴(Maaden)이 메카 인근 만수라-마사라 지역 남쪽에서 125㎞에 달하는 초대형 금광 지대를 발견했다는 내용이었고요. 기사대로라면 이 금광에서 발견된 금의 품위는 톤당 10.4g, 20.6g인데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등급(평균 1~4g/t)이라고 합니다. 이번 발견 덕에 미개발 광물자원 추정치가 기존 1조3000억 달러에서 2조5000억 달러(한화 약 3674조 원)로 상향 조정된 사우디는 금, 희토류 등을 활용해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길고도 뜨거운 여름철의 포항을 찾아 시원하게 즐겼던 물회입니다. 몇 해 전인지 기억은 확실치 않지만 얼음장 같은 육수, 갓 잡은 싱싱한 횟감, 매운 양념과 뒤섞인 날것 그대로의 시원한 강렬함은 뇌리에 여전하네요. 열기에 맞서 냉기를 찾는 억척스러운 역동성은 포항이라는 도시의 기질을 고스란히 닮았습니다. 겨울의 문턱에 서서 올해의 마지막 불씨를 차분하게 지킬 11월, 남은 두 달의 여백을 바닥에 깔고 내년의 새 걸음을 준비해야 할 이 시기에 포항에는 유독 큰 이슈들이 많았죠. 지난 1990년 11월 10일, 축구전용구장 하나 없는 나라가 월드컵에 출전한다는 이탈리아 언론의 조롱에 무척 화가 난 당시 박태준 포항제철 회장의 주도로 관중석과 경기장이 가까운 형태의 우리나라 첫 축구전용구장(지금 포항스틸야드)을 준공했습니다. 포항은 대한민국 산업 역사에서 꽤 많은 최초의 의의를 새긴 곳이기도 하죠. 그 중심에는 포항제철소(지금 포스코)가 있고요. 1973년 6월 9일, 이곳 제1고로에서 우리나라 최초 근대적 일관제철소의 쇳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철광석 투입부터 최종 제품 생산까지 전 공정을 한 곳에서 처리하는 이 체계는 1960년대 당시 한국 경제의 무게추를 경공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는 토요일. 구독 중인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 한 편을 다시 시청했습니다. 아리 애스터(Ari Aster) 감독의 영화 '유전'을 보면 주인공 가족의 집을 디오라마 시점에서 비추며 화면 전환을 통해 통제된 운명에 갇힌 인형극적 공간 구성으로 공포의 미장센을 보여주죠. 감독이 시청자를 위해 대놓고 설계한 인상적인 연출기법이라 흔쾌히 눈에 새기며 보게 됐습니다. 주인공 피터(Peter)의 어머니인 애니 그레이엄(Annie Graham)도 영화상 직업이 디오라마(미니어처) 조형사라 소품으로 집을 제작하죠. 영화 자체도 찝찝함이 남지만 태양빛 아래에서도 이질감이 도는 것 같은 집 자체의 괴이하고도 은근한 서늘함이 기억에 남더라고요. 오늘의 이미지는 OpenAI에서 개발한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자연어 처리용 딥 러닝 기반 언어 생성 모델)를 기반으로 하는 대화형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서비스인 ChatGPT가 그린 유전 속 주인공의 집입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외침은 적어도 이 영화 속 저주받은 집안에는 해당하지
10년 전쯤, 경기도 가평 소재의 한 테마파크에 가서 찍은 카페전시관 내부입니다. 영화에서 보던 오크통이 실물로 있으니 왠지 반갑더라고요. 왜 반가웠는지는 저도 잘… 에티몰로지 온라인(Etymology Online) 등의 어원 전문 사이트를 보면 큰 통이나 술통은 중세 라틴어로 'tunna'라고 불렀답니다. tunna는 무게 단위인 ton(톤)의 어원이기도 한데 와인 한 통 무게가 대략 1톤에 달했던 만큼 단어의 의미가 확장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겠죠. 이 단어의 축소형인 'tunnellus'는 작은 통을 의미하며 프랑스로 건너가 중세 프랑스어 'tonnelle'의 어원이 됐습니다. '아치형 덮개, 정원 차양'을 뜻하는 이 단어는 15세기 중반 영어권에 들어와 'tunnel'로 변형을 거쳐 17세기 무렵에는 광산이나 군사적 목적의 '땅속 통로'를 지칭하는 용어가 됐고요. 우리가 흔히 쓰는 터널은 tunnel의 음차어로 일제강점기 당시 철도 건설 과정에서 유입돼 지금까지 사용 중입니다. 일제 치하에서 터널을 만들기 위해 어떤 희생들을 감내해야 했을지 감히 짐작도 되지 않네요. 현대 역사학자들이 일제강점기 자료들과 피해자 증언들을 바탕으로 추정한 연구 결과를 보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열렸던 CJ올리브영 '올영세일'에서 구매한 유산균 캡슐입니다. 이전 학계에서는 유산균의 장 건강에만 집중했는데 최근에는 면역력 강화, 뇌 기능 개선, 피부질환 완화 등 여러 기능을 한다는 유산균 연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죠. 최근 올리브영은 뷰티 상품에서 더 나아가 유산균, 비타민, 마그네슘과 같은 필수 영양제부터 멜라토닌, 콜라젠, 글루타치, 이노시톨 등 여러 웰니스 상품 판매에 주력 중인데요. 이곳을 찾는 외국인 고객 역시 이런 카테고리를 많이들 찾는다고 합니다. 최근 올리브영에 따르면 올 1~5월 외국인 고객의 이너뷰티(Inner Beauty)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대비 55% 뛰었다고 하죠. 저도 올리브영에서 화장품 외 여러 제품을 잘 구입하는 편인데요. 때마침 먹던 유산균이 떨어져 세일하는 김에 살피던 중 이 상품의 키워드인 '다이어트'와 '비타민B'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 알만 챙겨 먹으면 유산균과 비타민B를 섭취할 수 있는 동시에 체지방 감소 효과가 있다니…… 남들에겐 우스갯소리로 들릴 수 있지만 다이어트가 필요한 저에겐 지나칠 수가 없더라고요. 이왕 먹을 유산균이라면 '뭐라도 하나 더 얻는 게 좋겠지' 하면서
간만에 한 번 던져봤습니다. 예전엔 백발백중은 아니더라도 반 정도는 중앙에 근접했는데 대체 신체기능에 어떤 문제가 생긴 건지 던지는 것마다 방향이 다르네요. '백 번 쏘면 백 번 다 맞는다'는 의미의 사자성어인 백발백중(百發百中)은 뛰어난 솜씨의 명사수를 일컫기도 하지만 어떤 일을 계획 또는 예상했을 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상황을 묘사할 때도 사용됩니다. 여러 유래 중에서도 중국의 사기(史記), 좌전(左傳) 등 출전을 보면 춘추전국시대 초나라에 양유기(養由基)라는 명궁이 백 보 밖의 버드나무 잎을 백 번 쏴서 모두 맞혔다고 해 이 사자성어가 생겼다는 설이 가장 유명하죠. 진나라의 대표적인 명장 백기(白起)와 관련된 설화에서는 주나라의 책사 소려(蘇麗)가 백기에게 "지금까지 백 번 쏘아 백 번 맞혔다 해도 한 번만 실패하면 모든 공이 헛될 수 있으니 신중하라"는 교훈을 건넸다고 합니다. 다만 백기와 백발백중의 연결은 설화적 확장일 뿐 신빙성 있는 역사적 근거는 부족하지만요. 직업이 있는 많은 분들이 오늘 저처럼 여유를 즐기시겠죠? 남들이 쉴 때 쉬지 못하고 일하는 분들의 고충은 얼마나 클까요? 아울러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급여생활자들은
오직 금요일만이 줄 수 있는 여유를 최대한 만끽하기 위해 OTT(Over-the-top,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 한 곳을 골라 한석규, 전도연 주연의 영화 '접속'을 봤습니다. 1990년대, PC통신 정서가 가득한 영화 전체는 서툴러서 더욱 감성적이던 당시 청춘의 단면이 담겨 알고도 빠져드는 설렘을 느끼기에 충분했죠. 그때 우리나라 PC통신은 모뎀과 전화선을 통해 중앙 서버와 연결한 PC(Personal Computer, 개인용 컴퓨터)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익명의 개인들과 소통했습니다. 촬영한 피사체는 버릴까 말까 망설이다가 보관하기로 결정한 당시 PC통신 서비스업체 중 하나였던 유니텔의 설치 CD입니다. 업체들의 서비스가 대부분 문자 중심이었던지라 게시판, 채팅, 전자우편,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꾸려졌죠. 흔히 동호회라 부르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익명성을 내세워 자유롭게 정보와 자료를 공유하고 얘기를 나누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상상도 못할 느린 속도와 비싼 이용료(전화요금), 동영상은커녕 이미지도 보기 힘든 문자 위주 서비스 등은 단점이었고요. 1994년 초고속 인터넷 상용화와 함께 쇠락을 시작한 PC통신 문화는 결국 여러
주말이라 짬을 내 에어컨 필터를 세척하고 서늘한 곳에서 한나절 정도 건조한 뒤 작동시켰습니다. 습도가 워낙 높아 필터가 충분히 말랐을지 걱정도 됐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일단 시원하니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네요. 혼잣말로도 '시도 때도 없이 덥다'는 얘기를 읊조리게 되는 시기입니다. 갑자기 궁금증이 생기네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위와 추위 중 어느 것을 더 꺼릴까요? 지난 1998년 캐나다 맥길 대학교(McGill University) 치의학과, 생리학과, 마취학과의 공동 연구 결과를 보면 사람들은 더위보다 추위를 더 불편해한다고 합니다. 핵심만 추리자면, 사람들은 서늘한 공간에서 더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다고 하네요. 추운 공간에 있으면 마음마저 얼어붙는 걸까요? 아, 그러고 보니 에어컨 온도도 너무 낮추지 말아야겠습니다. 냉방병도 조심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정확히 짚자면 냉방병은 질병을 지칭하는 의학적 진단명이 아니라 장시간 에어컨 바람에 노출될 경우 발생하는 자율신경계 이상, 면역 저하, 근육통, 복통 등 유사 증상의 여러 질환군을 통칭하는 증후군의 일종이죠. 이렇게 보니 에어컨과 관련한 이슈도 참 많습니다. 2022년 잡코리아와 알바몬의 공동 조사 결과
덥습니다. 이제 완연한 초여름 기온이네요. 흰 함박눈이 유난히 많이 내렸던 몇 개월 전 겨울이 그리워지려 합니다. 순백, 흰색은 다양한 문화권에서 오염되지 않은 순수함과 신성함, 청결, 정화를 의미합니다. 또 고요와 평화, 보호, 단순, 공평의 이미지도 내포하고 있죠.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캔버스와 체스의 흰색 말에서 연상할 수 있듯 새로운 시작과 가능성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역 문화에 따라 흰색은 죽음, 슬픔, 항복 등 부정적인 의미를 갖죠. 특히 어떤 이들에게 흰색은 저주입니다. 오는 13일은 국제 백색증 인식의 날(International Albinism Awareness Day), 25일은 세계 백반증의 날(World Vitiligo Day)인데요. 선천적 유전 질환인 백색증은 멜라닌 생성 효소 결핍으로 야기되며 피부, 머리카락, 눈에 색소가 거의 없어 시각 장애, 피부암 발생 위험이 높습니다. 시력 저하와 자외선 민감성이 주요 증상이며, 전 세계적으로 1만~2만 명당 1명꼴의 질환자가 나타난다고 하죠. 무엇보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선 신체 일부를 부적처럼 여겨 신체 훼손 등 끔찍한 범죄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백색증 환자의 신체 부위가 주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