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습니다. 이제 완연한 초여름 기온이네요.
흰 함박눈이 유난히 많이 내렸던 몇 개월 전 겨울이 그리워지려 합니다.
순백, 흰색은 다양한 문화권에서 오염되지 않은 순수함과 신성함, 청결, 정화를 의미합니다. 또 고요와 평화, 보호, 단순, 공평의 이미지도 내포하고 있죠.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캔버스와 체스의 흰색 말에서 연상할 수 있듯 새로운 시작과 가능성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역 문화에 따라 흰색은 죽음, 슬픔, 항복 등 부정적인 의미를 갖죠. 특히 어떤 이들에게 흰색은 저주입니다.
오는 13일은 국제 백색증 인식의 날(International Albinism Awareness Day), 25일은 세계 백반증의 날(World Vitiligo Day)인데요. 선천적 유전 질환인 백색증은 멜라닌 생성 효소 결핍으로 야기되며 피부, 머리카락, 눈에 색소가 거의 없어 시각 장애, 피부암 발생 위험이 높습니다.
시력 저하와 자외선 민감성이 주요 증상이며, 전 세계적으로 1만~2만 명당 1명꼴의 질환자가 나타난다고 하죠. 무엇보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선 신체 일부를 부적처럼 여겨 신체 훼손 등 끔찍한 범죄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백색증 환자의 신체 부위가 주술적 효능이 있다는 미신 탓에 2015년 이후 탄자니아에서만 150건 이상의 살인 사건이 보고됐죠.
이에 국제연합(UN)은 지난 2014년 12월 총회 결의안을 통해 백색증 환자에 대한 차별·폭력 문제 등의 인권 침해를 해결하고자 국제 백색증 인식의 날을 제정했습니다.
25일에 떠올려야 할 백반증은 피부의 멜라닌 세포가 사라지면서 국소적으로 색소가 탈락되는 자가면역 질환입니다. 보통 10~30대에 발병하며 스트레스나 자외선 노출이 유발 요인으로 추정되고요.
백반증으로 고생하던 팝스타 마이클 잭슨이 세상을 떠난 2009년 6월25일을 기리며 2011년 세계 백반증 재단이 주도해 이날을 만들었다죠. 백반증 환자의 고통 경감과 치료법 개발 및 환자 커뮤니티 활성화 도모를 목적으로 제정됐습니다.
백반증 역시 전염성은 없으나 외모 편견, 사회적 낙인 등에 기인해 심리적 고통까지 겪는 경우가 대다수랍니다. 우간다 등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는 백반증 환자를 불길한 징조로 여겨 사회적 문제라고 하네요.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아 2015년 대한백반증학회에서 전국 1123명의 백반증 환자를 대상으로 대면조사를 시행한 결과, 48.8%가 사회활동 장애를 경험했으며 65%는 정서적 곤란을 호소했습니다. 두 질환은 피부 색소와 관련됐다는 공통점 외에 발병 원인, 치료방법, 사회적 대처방안 등에서 큰 차이가 있는 만큼 독립적인 날짜로 기념하게 된 거고요.
아울러 백색증은 완치 방법이 없으며, 자외선 차단과 시력 보호에 주력해야 합니다. 백반증은 광선치료, 스테로이드 연고, 신약 치료 등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데 조기 진단 시 치료 효과가 좋다고 하네요.
상술했듯, 캔버스는 흰색입니다. 어떤 색을 입힐지는 우리의 선택이죠. 원치 않게 하얀 피부를 갖게 된 사람들이 더 이상 두려움에 떨지 않도록 그 흰색 위에 관심과 보호의 색을 덧칠했으면 합니다.
/이슈에디코 강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