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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사이] 해 없는 장마 속 꽃 피운 '해바라기' 이모저모 이야기

 

언제 끝날지 기미가 보이지 않는 장마로 고심만 커지는 여름입니다. 요즘은 우중충한 여름 속 가끔 얼굴을 내비치는 해를 기다리다 조금이라도 비타민D를 합성하고자 바깥으로 나가곤 하는데요. 그런 모습이 마치 해바라기 같습니다

 

해바라기는 북아메리카 원산의 일년초인데요. 기원전 1000년 전부터 아메리카 인디언이 재배하던 꽃이었는데, 16세기 유럽에서 소개돼 현재 세계 각지에서 꽃망울을 피우고 있습니다.
 
그리스신화에서는 물의 요정이 태양의 신을 짝사랑한 나머지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은 채 한자리에서 태양의 신을 보다가 해바라기가 됐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조선시대 문인이자 가객(歌客)이었던 김수장의 시조 '모란은 화중왕이요'에서도 해바라기(향일화, 向日花)는 충신이라고 표현됐습니다. 

 

이처럼 해바라기는 동·서양 가림 없이 해만을 바라보는 꽃이라고 알려졌는데요. 이 꽃의 꽃말이 '자존심'이란 것도 이와 일맥상통합니다. 

 

그러나 해바라기는 해를 따라 움직이는 꽃이 아닌데요. 꽃이 피기 전 꽃봉오리와 줄기, 잎의 끝부분이 해를 따라 움직이지만 꽃이 활짝 만개하면 꽃 자체는 무겁기 때문에 남쪽을 향해 고개를 숙인다고 합니다. 꽃이 활짝 핀 후에도 줄기와 잎의 끝부분이 계속 해를 향해 움직이기 때문에 해바라기 꽃이 해를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하네요. 

 

이런 오해가 밝혀지기 전이든 후든 해바라기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켰는데요. 그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개인적으로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흐라면 해바라기를 떠올릴 정도로 그의 작품은 무척 인상적이죠. 

 

고흐는 지난 1888년 동료인 폴 고갱과 함께 작업하고자 프랑스 파리에서 남부로 거처를 옮긴 뒤 집을 노랗게 페인트칠하고 이후 노란 해바라기를 그린 그림들로 집을 장식했습니다. 노란색이 가득한 해바라기를 통해 열정과 희망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 열정과 희망은 얼마 안 가서 사그라듭니다. 작품을 완성한 뒤 고갱과 갈등이 일어났고 자신의 귀를 자르게 됐는데요. 이후 정신 착란을 일으켰고 2년도 안 가 죽음에 이르렀습니다.

 

그는 불행하게 떠났지만 그가 남긴 그림은 전 세계 사람들을 매혹시켰는데요. 대중에게 공개된 작품은 다섯 점인데 암스테르담, 런던, 뮌헨, 도쿄, 필라델피아에 있습니다.

 

이 중 암스테르담에 있던 해바라기 작품은 영원히 반 고흐 미술관에 머물게 됐는데요. 지난 2018년 네덜란드와 벨기에 과학자들이 2년간 연구를 통해 고흐의 해바라기 작품 속 꽃잎과 줄기가 갈색으로 변색된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고흐가 완벽한 색을 구현하고자 빛에 민감한 물감을 사용했다는 게 연구진들의 결론인데요. 그는 붉은색 물감(제라늄 레이크)과 노란색 물감(크롬 옐로)을 섞어 썼는데, 이 색들이 변화된 것입니다. 특히 크롬 옐로는 시간이 지나면 갈색으로 변해 버린다는 특성을 지녔습니다. 또 고흐가 아닌, 다른 이가 그림 위에 덧입힌 광택제와 왁스 색도 바랬다고 하네요. 

 

이처럼 또 하나의 원본을 볼 기회는 줄어들었지만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라는 수식어가 붙은 만큼 현재 서울, 충북 청주, 경남 사천, 제주 등지에서 미디어아트나 레플리카(인쇄, 사진 등 특수 기법을 활용해 원화의 색채까지 재현한 복제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데요. 흐린 날씨만 지속하는 올여름, 열정과 희망을 나타낸 고흐의 해바라기 작품을 보며 이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