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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도 오르는 기적의 우유" 소비자 원성에도 고집 센 저지방우유 고가정책

[IE 유통] 올 1년 동안의 원유(原乳)가격 결정일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저지방우유나 칼슘 우유 등 흰 우유 가격을 둘러싼 논란 역시 격화될 조짐이다.

지난달 29일 낙농진흥회 원유가격조정협상위원회는 마지막 협상 테이블을 열었지만 끝까지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낙농육우협회는 원유 가격 인상을 주장하는 반면 유가공협회는 우유 소비가 줄고 있다며 가격 동결을 원해 의견이 팽팽히 맞섰기 때문.

원유 가격이 오르면 흰 우유뿐 아니라 아이스크림, 커피 등 원유가 들어가는 모든 제품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진다. 이에 따라 기존에 일반 우유보다 가격이 높았던 저지방우유도 더 비싸지기 때문에 소비자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웰빙 열풍이 불며 '저지방우유=프리미엄우유' 공식이 붙었지만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는 일반 우유 가격이 저지방우유와 비슷하거나 저렴하다.

일반 우유는 원유를 청정, 살균한 뒤 균질 과정을 거쳐 포장생산하는데 저지방우유의 공정 과정도 이와 같다. 특히 저지방우유의 유지방함량은 1~2%로 일반 우유 3~4%에 비해 낮아 저지방우유에서 추출하는 유지방의 양은 일반우유보다 많다. 그래서 여기서 부수적으로 생산되는 생크림, 버터 등의 양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저지방우유가 일반 우유보다 가격이 높을만한 이유가 전혀 없는 이유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웰빙과 다이어트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 프리미엄 이미지를 입혀 저지방우유에 고가의 가격을 매기는 것이 보편적이다.

실제 4일 대형마트 온라인몰을 통해 국내 우유 브랜드의 가격을 비교해본 결과 매일유업을 제외한 모든 우유 브랜드가 일반 우유보다 저지방우유의 가격을 높게 책정하고 있었다. 매일유업은 지난 2016년 9월 저지방우유 라인 3종에 대한 납품가 인하를 단행해 우유 가격을 모두 통일한 바 있다.

서울우유의 경우 일반 우유 1000ml가 2480원인데 비해 같은 용량의 저지방우유는 2580원으로 100원 비쌌다. 롯데 파스퇴르의 후레쉬 우유(일반 우유) 930ml는 3280원이고 저지방우유는 200원 비싼 3480원이었다.

남양유업은 맛있는우유GT(일반 우유)를 1000ml에 2550원으로 책정했는데, 저지방우유의 경우 1000ml 제품은 없고 900ml만 2470원에 판매 중이었다. 이를 1000ml로 환산해보면 약 2750원으로 일반 우유보다 200원가량 비싸다. 마치 저지방우유가 일반 우유보다 저렴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남양유업은 이와 같은 꼼수를 최근 자사 이름을 감추고 브랜드명만 강조한 광고로 이슈가 됐던 '슈퍼밀크'에도 적용하는 모양이다. 맛있는우유GT 슈퍼밀크 역시 900ml 제품만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 특히 2750원인 슈퍼우유 900ml의 가격은 1000ml로 가정했을 때 가격은 3000원이 넘는다. 남양유업의 일반 우유보다 500원가량 가격이 높은  수준이다.

남양유업에 따르면 슈퍼밀크는 인위적 첨가 없이 100% 순수우유만으로 단백질과 칼슘이 20% 높고 지방과 콜레스테롤은 40% 낮은,  자칭 '기적의 우유'다.  이와 관련해 남양유업 관계자는 "슈퍼밀크는 기본 원유에서 지방과 수분을 없애 농축한 무지방농축우유를 추가해 단백질과 칼슘성분을 높였다"며 "일반 우유 제조보다 하나의 공정이 더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유 자체의 맛은 원유에 따라 다른 경우가 많고 무지방농축우유가 추가됐다고 해서 맛의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슈퍼밀크가 다른 우유에 비해 맛있다고 표현한 적은 없다"고 말을 보탰다. 그러나 슈퍼밀크 출시 당시 이벤트 페이지를 보면 '100% 순수 우유만으로 만든  압도적인 영양과 맛' '지방이 낮아도 고소하고 진한 맛(자사 일반 우유 대비)'라고 표기돼 있다. 남양유업의 대표 제품인 '맛있는 우유'보다 맛있다고 홍보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사측 입장인 것.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기능성 우유를 제조할 때 단백질, 칼슘 등 영양분을 높이기 위해 원유를 줄일 수는 있지만 지방이 줄어드는데 맛이 고소하고 진해진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면서도 "품질면에서의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인 것은 사실"이라고 에둘러 응대했다.

이와 함께 남양유업 측은 저지방우유 가격에 대해서도 "지방을 제거하는 공정이 더 추가됐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고 언급했으나, 앞서 설명했듯 지방함유량이 높다 해서 우유 가격이 비쌀 이유는 전혀 없다.

이를 해외의 경우와 직접 비교해봤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에서 판매 중인 한 우유 브랜드의 제품을 살피면 일반 우유(Great Value Whole Milk)의 가격이 2.27달러라면 이보다 지방을 10%p, 콜레스테롤을 4%p 줄인 저지방우유(Great Value 2% Reduced Fat Milk)의 가격이 2.22달러로 더 저렴했다. 같은 브랜드의 무지방우유는 2.16달러로 더 저렴해 지방이 적을 수록 가격이 내려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디 유러피언 저널 오브 클리니클 뉴트리션(The European Journalm of Clinical Nutrition)'에 실린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 연구팀 연구 결과를 보면 지방을 제거한 무지방이나 저지방 우유보다 지방이 풍부한 일반 우유가 오히려 심장 건강에 더 좋다. 지방을 제거하지 않은 우유가 혈액 속 고밀도 지단백질(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또 캐나다 성 미카엘 병원 연구팀이 성장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2500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는데, 일반 우유를 마시는 아이들이 저지방우유를 마신 아이들에 비해 비만의 정도를 측정하는 신체 질량 지수가 평균 0.72 낮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