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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글자 한 글자가 내일 그리고 내일

 

문서 파일 가득 공상을 타이핑해 채우고 의미를 담아 번호를 매기면 언젠가 몇 가지는 맞지 않을까요? 이런 무작위 공상이 아니라 장차 있을 법한 일을 긴 얘기로 써 책에 담았는데 이 내용이 미래의 사건과 같은 줄을 타고 있다면 예언서라 부를 수 있을까요?

 

20세기 파리 - 쥘 베른(1863)

 

과학소설(SF, Science Fiction)의 개척자인 쥘 베른의 소설 '20세기의 파리'는 취업난을 겪는 인문학도 미셸과 발명품에 대한 얘기입니다. 소설 내용상 1960년 선보이기 100여 년 전쯤 미래 발명품을 예상한 작품으로 달착륙선, 잠수함 외에도 국제 금융시장을 비롯해 인터넷, 에어컨 등 놀라운 예견이 가득합니다. 다른 저서에서도 여러 발명품들을 다뤘지만 처음 거론한 책은 20세기의 파리입니다.

 

미래 급행열차 - 미셸 베른(1888)

 

쥘 베른이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기도 했던 골칫덩이 아들 미셸 베른은 20세기 파리 출간 후 25년이 지나 '미래 급행열차'를 집필했습니다. 사후에 발견된 아버지의 글 뭉치들을 마음대로 건드렸던 미셸의 얘기에서는 하이퍼루프 기술을 엿볼 수 있습니다. 1900년에 접어들기도 전에 떠올린 진공상태의 튜브 안에서 가해지는 공기압력으로 움직이는 대서양 횡단 기차에 대한 이론은 놀랍기만 합니다. 

 

멋진 신세계 - 올더스 헉슬리(1932)

 

알파, 베타, 델타… 태생적 계급을 매기는 사회. 이곳에 순응하고 수긍하며 사는 대중은 '소마'라는 약물이 주는 쾌락에도 익숙합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처럼 모두를 획일화하는 사회에서 강력한 자극에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들. 도전은 둘째 치고 고민과 통제, 좌절까지 없으니 생존조차 기계적입니다. 그나마 감정과 연결된 유일한 도피처로 인도하는 소마는 작가의 과거 투영이기도 합니다. 

 

 

1984 - 조지 오웰(1948)

 

올더스 헉슬리와 함께 역(逆)이상향의 세계를 집필하는 대표주자 조지 오웰의 '1984'의 미래는 역시나 음울합니다. 이미 구태 용어가 돼버린 빅 브라더를 처음 만들어낸 1984는 정부 권력의 남용과 감시를 냉소적으로 유의미하게 관조합니다. 인간이 지닌 온갖 특징으로 개인을 특정하고 감시하는 텔레스크린과 사상경찰. 현재의 안면인식기술을 전망한 작가의 식견은 극단의 전체에서 현재를 볼 수 있게 해줍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 아서 C. 클라크(1968)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인공지능 컴퓨터 '할(HAL) 9000'은 우주탐사선 디스커버리호 선장 데이브와 맞섭니다. 할의 반란도 그렇거니와 목성의 중력을 이용해 속력을 높여 토성으로 이동하는 디스커버리호의 모습은 10여 년 뒤 보이저 1호에서 볼 수 있었죠. 섭동(攝動) 기동은 행성 궤도가 다른 천체의 힘으로 정상 타원을 벗어나는 현상입니다. 이 외 '3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우주 엘리베이터는 최근 미국·일본 과학자들이 현실화하는 중이고요.

 

어둠의 눈 - 딘 쿤츠(1981)

 

RDNA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우한-400'. 40년 전 나온 딘 쿤츠의 소설은 너무나 충격적이게도 배경이 심지어 중국 후베이성 우한입니다. 치사율 100%의 바이러스 우한-400이 퍼져버린 세계는 지금 우리 사는 세상과도 같을 수밖에 없고요. 소설에서 바이러스는 거짓과 배신, 기만을 타고 흘러 더 끔찍한 사회변이를 만듭니다. 아들을 잃은 티나의 모성애는 원초적 감각에 호소하며 절규를 일으키고요.

 

21세기 대예언 노스트라다무스 - 마리오 리딩(2005)

 

16세기 프랑스 점성가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을 풀어본 21세기 대예언. 노스트라다무스 사행시 인덱스의 비밀을 처음 밝힌 주석가 마리오 리딩은 2005년에 새 예언집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책에 담긴 21세기에는 2007년 북한의 핵 마찰을 포함해 2008년 부시 대통령의 암살 위협, 올해 세상을 떠난 엘리자베스 2세에 대한 예견 등이 기록됐는데 현재 저자는 노스트라다무스의 뒤를 잇고 다시 캐며 새 예언을 준비 중입니다. 

 

/이슈에디코 김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