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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뷰

[이리저리뷰] 패류독소와 역설

얼마 전까지 굴을 섭취한 분들이 노로바이러스 때문에 고생한다는 소식을 자주 접했는데 어제는 홍합, 바지락 등 패류와 멍게, 미더덕 등 피낭류의 패류독소 주의보가 발령됐다는 기사(클릭하면 이동)까지 나왔습니다.

 

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패류독소의 선제적 안전관리를 위해 오는 6월30일까지 수거·검사에 나선다는 보도자료를 내놨습니다. 바다에 존재하는 유독성 플랑크톤을 패류나 피낭류가 먹고 독소로 축적한 패류독소를 사람이 섭취했을 경우 마비성, 설사성, 기억상실성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도 있었고요.

 

매년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남해안 일대에서부터 발생하는데 해수 온도가 15~17도일 때 최고치였다가 6월 중순경부터 소멸한다고 합니다. 조심해야겠네요. 조심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연초부터 복잡한 일이 곳곳에서 터지네요. 

 

유유자적하게 해안선을 따라 걸으며 조개를 주울 여유가 있던 때가 그립습니다. 알고 보면 수많은 교차가 이뤄지는 해안선에서 여유를 찾는다는 게 좀 역설적이기도 하지만요. 마침 패류독소와 역설을 칭하는 패러독스(paradox, 逆說)는 발음도 비슷하네요.

 

해안선의 역설이라는 사고(思考)도 있습니다. 해안선의 역설은 쉽게 풀이하자면 아직까지도 측정 기준이 제각각이라 정확한 해안선 길이를 재는 것이 불가능해 나라나 기관별로 수치가 다른 것을 의미합니다. 원래 해안선이란 게 여러 자연적 인공적인 이유로 계속 변화가 생기는 만큼 본디 제대로 된 측정이 어렵지만요.

 

1900년대 접어들어 영국 수학자 루이 프라이 리처드슨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국경선을 두고 분쟁을 벌이는 것에 관심을 가지며 해안선 측정의 괴리를 알게 됐는데 프랑스 수학자 브누아 망델브로가 이를 훗날 자기유사성이 있는 기하학적 구조인 프랙털(fractal)까지 연계하게 됩니다.

 

해안선처럼 불규칙한 형태를 직선으로 측정할 경우 긴 직선들을 쓰면 총 거리가 짧아지고 짧은 직선들로 이어가면 길어지는 까닭은 최소 직선길이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기준이 제시하는 문제이자 역설인 셈이죠. 부정할 수 없는 추론을 내세워 옳고 그름에 혼동이 생기는 역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세상은 참 역설로 가득한 곳이네요.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