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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휩쓴 K-영화…역대 아카데미 무대 선 우리나라 작품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했는데요.

 

이날 시상식에서 기생충은 우리나라 영화 사상 최초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 ▲국제영화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부문에서 상을 휩쓸었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주최하는 최대 영화상인데요. 지난 1929년 첫 시상식 이후 올해 92회를 맞는 이 시상식의 또 다른 이름은 '오스카'입니다. 이는 트로피의 별명인데요. 손에 긴 칼을 쥐고 필름 릴(Reel, 필름을 감을 수 있는 바퀴) 위에 선 기사를 표현한 트로피가 왜 이런 별명을 얻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얘기가 떠돕니다.

 

아카데미협회 도서관 직원이 트로피를 보면서 "우리집 오스카 삼촌이랑 똑같이 생겼네"라고 말한 걸 어느 기자가 들은 뒤 칼럼에 썼다는 얘기도 있고요. 아카데미상을 두 차례나 받은 배우 베티 데이비스가 트로피 뒷모습이 첫 남편인 해먼 오스카 넬슨과 닮았다고 해 오스카로 불리게 됐다는 얘기, 한 칼럼니스트가 칼럼을 쓰다가 지어냈다는 얘기 등이 있지만 정확한 사실은 없다네요.

 

상 선정은 제작자, 감독, 배우, 스태프 등으로 구성된 아카데미 회원들이 투표해서 진행되는데요. 예전부터 백인 남성 위주라는 비판을 줄곧 받은 아카데미는 젊거나 여성, 유색인종 회원들을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임권택, 봉준호, 박찬욱, 이창독 등 여러 감독과 송강호, 최민식, 이병헌, 배두나 등 배우 및 음악감독, 극본 작가와 같은 30여 명의 영화인이 회원으로 위촉된 바 있습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백인 감독이 만든 샘 멘데스 감독의 전쟁 영화 '1917'을 누르고 피부색이 다른 인종인 우리나라가 상을 받은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작품상으로 기생충이 언급되자 모든 이들이 기립박수를 치기도 했고요.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는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는 소감을 말했으며 봉준호 감독도 "한국적인 것들이 전 세계를 매료시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제언했습니다.

 

그렇다면 역대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선 국내 작품은 어떤 게 있을까요?

 

우선 한국계 미국인인 크리스틴 초이(최명혜)의 '누가 빈센트 친을 죽였는가'라는 다큐멘터리는 지난 1989년에 장편 다큐멘터리상 후보에 올랐는데요. 이는 한 중국계 미국인이 백인 노동자와 말다툼이 붙다가 죽은 사건을 바탕으로 합니다. 가해자인 백인들은 단순히 실수라며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었는데요.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미국 내 인종차별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2005년에는 한국계 호주인인 박세종의 '버스데이 보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있었는데요. 이 작품은 한국전쟁에서 홀로 남은 아이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담아내 전쟁의 참상을 그려냈습니다.

 

2013년에도 이민규 감독의 '아담과 개'가 단편 애니메이션상 후보였습니다.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에덴동산이 배경이지만,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가 아니라 아담과 그의 친구인 개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하네요.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외국어영화상 예비후보에 올랐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헛간을 태우다'가 원작인 이 작품은 배달 아르바이트생 남자가 우연히 만난 어릴 적 동네 친구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를 소개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이에 대해 유진투자증권 한상웅 연구원은 "아카데미 시상식은 국제영화제보다는 미국 영화를 대상으로 수상하는 미국을 위한 영화제로 평가돼왔다"고 전제했습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번 수상으로 한국 영화는 물론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평가가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92년간 이어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비영어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최초이고 칸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한 것도 1955년 미국영화 '마티' 이후 두 번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고요.

 

이어 "K-콘텐츠는 K-팝,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전 세계로 뻗어가는 K-드라마가 성장의 주축이었는데 이번 아카데미 수상을 통해 세계 최대 영화 시장인 미국에서 K-영화의 성공 가능성이 확인됐고 K-콘텐츠의 저변이 또 한번 확장됐다"며 "또 한 번 세를 확장하는 한국 콘텐츠의 성장 모멘텀은 무궁무진하기에 국내 콘텐츠 관련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 연구원의 설명처럼 이날 오전 10시55분 현재 코스닥시장에서 영화 기생충의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035620)는 전일 대비 140원(5.87%) 오른 2525원에 거래되고 있고요. 바른손 E&A가 최대주주인 자회사 바른손(018700) 주가도 전일 대비 535원(20.34%) 뛴 3165원을 기록 중입니다. 기생충의 투자·배급사 CJ ENM(035760)도 이틀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네요.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