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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긁어? 찍어?" 신용카드 속 '양각' 카드번호, 어떻게 시작됐을까?

최근 나오는 카드 번호가 잉크로 인쇄돼 나오는 신용카드도 있지만, 신용카드하면 금박의 양각으로 새겨진 카드 번호가 대표적인데요. 신용카드를 쓰다가 한 번쯤 '왜 카드 번호가 양각으로 새겨졌을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습니다.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80년대 카드결제 방식'이라는 글을 본 적 있나요? 그 글 속 이미지를 보면 이상한 기계에 카드 번호와 매출전표를 맞춘 뒤 내려찍는데요. 가게 사장들은 번호가 찍힌 매출전표를 모아 은행이나 카드사에 전달하면 카드대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신용카드 사용이 활성화됐던 1980년대 후반에는 카드를 기계에 갖다 대거나 긁거나 꽂는 결제 방법은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요. 전산망(Network)을 사회 전반에서 사용할 수 없었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사진 속 '이상한 기계'는 압인기라는 명칭을 지녔는데요. 동전을 종이 아래에 두고 연필로 긁으면 동전 모양이 그려지는 것과 같은 방식입니다. 

 

이후 카드 단말기가 보급되면서 이런 아날로그 결제 방법은 사라졌는데요. 카드 뒷면의 마그네틱 선(Magnetic Stripe, MS)에 자기(磁氣)로 정보를 입력하고 이를 읽어 정보를 전송하면 결제 승인이 됩니다. 그야말로 '카드를 긁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죠. 

 

금융당국은 지난 2013년부터 마그네틱 카드 복제를 방지하기 위해 보안성이 높은 IC(집적회로, Integrated Circuit)카드 발급을 의무화했는데요. IC칩은 데이터를 암호화해서 저장하는 장치로 정보의 송신도 암호화를 통해 이뤄져 마그네틱 선보다 보안성이 좋습니다. 

 

이에 따라 카드 결제도 '긁는' 것이 아니라 '꽂는' 것으로 변화했는데요. 카드에 내장 IC칩을 읽어내기만 하면 카드 정보 확인과 결제 승인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신용카드에 IC칩이 탑재되면서 세로형 방향의 디자인이 등장했는데요. 국내 최초 세로 카드 플레이트를 선보인 곳은 현대카드입니다. 지난 2017년 현대카드는 가로형 카드 발급을 중단하고 상품을 세로형으로 바꿨는데요. 이후 롯데카드, KB국민카드와 같은 여러 카드사들이 세로형 카드 플레이트를 내놓았습니다. 

 

이런 카드들이 등장하면서 카드 번호나 해외 카드 브랜드 로고와 같은 카드 정보가 뒷면으로 밀려났는데요. 앞면은 신용카드의 핵심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활용됩니다.

 

/이슈에디코 강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