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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불시착'으로 돌아보는 북한 경제상

 

tvN이 방송한 역대 드라마 중 시청률 1위를 기록한 '사랑의 불시착'이 지난 16일 종영됐음에도 아직까지 인기가 뜨겁습니다.

 

이런 사랑에 보답하고자 드라마 제작사 측과 박지은 작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기부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 드라마의 공간 배경은 북한이어서 더욱 화제였는데요. 간략한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패러글라이딩을 하던 재벌 상속자이자 뷰티·가구업계의 젊은 리더인 윤세리(손예진)가 돌풍 탓에 북한에 불시착하게 되는데요. 윤세리는 북한 총정치국장 아들이자 북한 인민군 중대장인 리정혁(현빈)에게 발각돼 체포될 뻔했으나 우여곡절을 거쳐 둘이 사랑하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리정혁의 군인 사택에 숨어 지내는 윤세리는 마을 주민과 어울리게 되면서 북한 사회를 경험하는데요. 작가는 북한의 현실을 최대한 잘 묘사하기 위해 탈북민 출신 시나리오 보조작가와 자문위원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때문인지 장시간 멈출 수밖에 없는 기차, 고위층들이 타고 다니는 외제차, 평양의 백화점, 우리나라 물건이 몰래 거래되는 장마당 등 다양한 북한의 단면이 등장했는데요. 드라마 속 생활상을 중심으로 북한의 경제사회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리정혁의 약혼자인 서단(서지혜)은 외화를 긁어모으는 재력가이자 평양제일백화점 사장의 딸인데요. 실제 평양에는 평양 제1백화점과 평양 제2백화점이 있다고 합니다. 제1백화점은 지난 1982년 4월에 준공됐으며 지하 포함 총 9층이라고 합니다. 이 외에도 대성백화점, 락원백화점, 아동백화점 등 평양과 주요 도시에 백화점이 있는데요. 대체로 백화점을 운영하는 곳은 국가며 사치품에 해당되는 품목들이 전시돼 외화 또는 고액의 북한 원화로 거래됩니다. 

 

 

드라마에서 서단이나 리정혁이 서민들이 애용하는 '벌이차' 대신 택시를 타는 장면도 등장하는데요.  지난 1990년대에는 평양의 호텔에서 운영하는 택시만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2013년 BYD택시라고 불리는 중국산 택시가 도입됐는데요. 중국 자동차 제조사인 BYD에서 만든 택시라 비야디택시라고 불렸으나 대동강이라는 북한 필체로 교체가 됐다네요.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손광수 책임연구원은 "통일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평양에 있는 택시는 약 6000대"라며 "사회주의 국가에서 개인벌이 형태와 유사한 택시가 증가하는 것은 북한사회가 사회주의 이상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벌이차는 무엇일까요. 서비차, 벌이벗, 발발이차라고도 불리는 벌이차는 시외버스와 택시의 중간개념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평양 시내나 인근 시외 또는 지방으로 이동해야 하는 북한 주민들이 자주 이용한다는데요. 벌이차 요금은 택시보다 저렴하고 시내버스보다 비싼데 평양 안에서 2km 이동할 경우 북한돈 약 5000원 정도랍니다. 택시로 같은 거리를 이동할 경우 1만7000원가량이고요.

 

손 책임연구원은 "벌이차는 잦은 정전이나 레일 이탈로 기차 이동에 불편을 느낀 주민들이 살길을 위해 출현한 것"이라며 "북한 유통·물류 운수의 핵심이자 장마당 경제의 동맥"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사랑의 불시착에서는 윤세리와 리정혁이 개성에서 평양까지 가고자 기차로 이동하는 모습이 나오는데요. 평양 가는 기차가 정전으로 10시간 이상 정착한다는 안내 방송에 윤세리가 놀라기도 합니다. 이처럼 북한의 기차는 정전으로 자주 멈췄다가 가기를 반복한다는 얘기는 예전부터 익히 들어왔죠.

 

일부 구간에서는 전력이 부족해 기차가 며칠씩 서 있다가 출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승객을 대상으로 물건을 파는 '메뚜기 장사꾼'이 등장하는데요. 메뚜기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꼭 기차가 멈춘 지역에서만 있는 장사꾼은 아닙니다. 그저 단속원의 눈을 피해 장세를 내지 않기 위해 정해진 장소 없이 자리를 이동해 물건을 판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네요.

 

또 드라마에 등장하는 장마당(시장)도 북한의 경제상을 잘 보여주는데요.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에는 농민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직접 기른 농작물을 물물교환하는 형태였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경제 침체로 국가가 주민들에게 식량을 배급하지 못하게 되자 몇몇 사람들이 장마당에서 돈이 되는 물품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손 책임연구원은 "드라마처럼 장마당에서는 몰래 우리나라 물품을 파는데, 북한 주민들도 중국 조선족이나 친척들을 통해 2000년대 이미 우리 물품이 안전과 기능성 측면에서 월등하게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하네요.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기에는 우리 물품이 장마당에 나와도 단속원들이 크게 개의치 않았지만, 5.25 조치로 남북교류협력이 중단된 이후에는 단속이 강화됐다고 합니다. 장마당에서 주로 거래되는 우리 물품은 화장품, 조미료, 초코파이, 커피믹스 등이고요. 특히 북한에서 '말하는 밥가마'라고 불리는 우리 전기밥솥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모두가 구매하고 싶어 하는데요. 혼수품으로도 인기 만점입니다. 

 

의류의 경우 한글, 영문 프린트, 세탁방법이 한글로 표기된 태그, Made in Korea라고 적혔을 때 북한 세관에서 모두 소각하는데요. 이를 파악한 밀무역자들은 태그를 제거해 북한에 반입하는데, 태그 제거가 오히려 한국산임을 암시해 더 비싼 값에 거래된다고 합니다.

 

드라마에서는 윤세리가 돈이 부족하자 전당포에 방문해 귀금속을 맡기는데요. 북한의 전당포는 물건 담보의 돈을 대여해주는 기능과 담보 물품을 판매하는 상점 기능, 원거리 지역의 송금 기능 등 다양한 역할을 합니다. 

 

손 책임연구원은 "북한의 은행에서도 대출이 가능하지만, 은행 자체에 현금이 부족해 실제로 거래가 되기 힘들기 때문에 전당포를 찾는 주민이 더 많다"며 "원래는 불법이었으나 2002년 7.1조치 이후 전당포 운영이 합법으로 전환됐다"는 얘기를 들려주네요. 다만 매대 이용료를 비롯해 각종 명목으로 국가가 전당포 수익을 일부 수령한다는 부연도 있었고요.

 

이 드라마에서는 손전화기(휴대전화)도 많이 등장하는데요. 북한은 휴대폰 사업을 2002년 시작했지만 2004년 신의주 인근에 위치한 룡천역 폭발사고에 휴대폰이 사용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2008년까지 중단했었습니다. 이후 북한은 2009년 이집트 통신사 오라스콤에 통신합영사업을 제안하면서 다시 통신 사업과 단말기 사업에 뛰어들었는데요.  

 

 

지난 2018년 북한의 단말기 누적 판매량은 600만 대인데, 이 중 중복 회선을 제외하면 대략 450만 명이 휴대폰을 이용 중이라고 합니다. 지능형 손전화 단말기(스마트폰)의 브랜드로는 평양, 아리랑, 진달래, 푸른하늘 등이 있다네요.

 

손 책임연구원은 "북한에서 휴대폰 활용도가 높아진 이유는 경제 문제 때문"이라며 "장마당 상인들은 환율과 시세차익, 현장가 등을 빠르게 알아야 하는데, 전화 한 통이면 서로 공유할 수 있게 됐다"고 제언했습니다. 

 

북한의 휴대전화는 심카드에 요금을 선불 충전하는 방식인데요. 장마당에는 전화요금을 쪼개어 파는 '쏘분'이라는 상인이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또 휴대폰 보유량이 증가하면서 온라인망에서 거래하는 만물상, 옥류, 실리 등 전자상점들도 생겼는데요. 배달음식부터 의류, 신발 등 북한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소비재 품목을 거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에 고려, 선봉, 전성 등 전자결제카드와 모바일 결제 애플리케이션(앱)도 있다네요. 

 

손 책임 연구원은 "울림의 등장은 북한에서 중국의 위챗페이, 알리페이 등 모바일 결제시스템을 벤치마킹한 것"이라며 "흥미로운 것은 조선중앙은행이 발급하는 전성카드만 등록해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사금융의 기능을 모바일 결제시스템 확충을 통해 공정 영역으로 흡수하려는 목적이 있다"며 "이런 모바일 결제시스템 확립을 통해 내화 통용을 유도하려는 북한당국의 고민이 엿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